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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의 2분기 연결기준 순매출은 4조58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8%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연결자회사 매출이 1조7862억원으로 80.4% 증가했네요. 새로 시작한 SSG.com의 매출이 크게 작용했을 겁니다. 이마트 본체의 매출 증가가 아닙니다.
실제로 이마트의 별도기준 총매출은 3조4531억원으로 2.3% 감소했습니다. 코스트코를 흉내 낸 이마트의 창고형 매장 트레이더스의 매출이 23%의 높은 신장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할인점의 기존점 매출은 4.6% 역신장을 했습니다. 이마트가 앞으로 매출 증대를 경영의 목표로 삼는다면 할인점 보다는 트레이더스 출점에 더욱 적극적이겠군요.
2분기 영업손실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부담이 꼽힙니다. 회사 측도 투자자설명회(IR)에서 이 부분을 크게 강조한 모양입니다. 올해 이마트의 보유세는 연결 기준으로 1012억원에 달합니다. 전년 동기보다 123억원 증가했습니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832억원이 줄어 299억원 적자로 전환했죠. 보유세 부담이 커지지 않았어도 적자 전환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별도기준으로는 연간 보유세 부담이 842억원으로 100억원 늘었습니다. 영업이익은 617억원이 줄어 71억원의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적자전환은 간신히 면했겠습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래봐야 30억원 정도 영업이익이 났을 텐데요. 게다가 이건 연결자회사들과의 내부거래를 제거하지 않은 실적입니다.
연결자회사의 영업이익은 169억원 적자입니다. 매출이 급증했지만 손실도 163억원 늘었습니다. 아직은 매출이 부족하고 비용도 안정화되지 않은 겁니다. 아직은 투자의 시기이지 회수의 시기가 아니라고 봐야 됩니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99억원 적자입니다. 적자의 원인은 세금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온라인 등 신사업과 할인점 매출의 감소에서 찾아야 합니다. 세금이 늘지 않았다면 흑자라는 주장은 허무하기 그지없습니다.
회사측이 제시한 2분기 실적 분석입니다. 기존 할인점 매출 감소에는 공휴일이 이틀 줄어든 영향과 창동점 리뉴얼 영향이 1.6% 정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할인점 매출의 부진한 성적표를 바꿔 놓치는 못합니다.
트레이더스는 기존점의 매출 신장이 3.4%라고 합니다. 공휴일이 줄지 않았다면 신장률은 5.3%에 달할 거라는 분석이네요. 트레이더스 매출 증가율이 23.3%에 달하니 20%가량의 매출 증가는 신규 출점의 효과로 봐야 합니다. 출점이 지속될수록 매출 증가의 효과는 줄어들겠죠. 전문점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에 106개점이 출점하면서 신규점 손실이 확대되었다고 합니다.
트레이더스가 할인점을 보완할 수 있어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기존 할인점을 창고형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할인점의 총매출(2조5784억원)은 올해 2분기 기준으로 트레이더스(5578억원)의 5배에 달합니다. 서울과 수도권의 각 지역별로 하나씩 출범하는 트레이더스의 매출 증대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기존 지역에 할인점과 중복 출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전문점 역시 이마트의 외형이나 수지를 크게 바꾸어 놓기는 어렵습니다. 전문점의 2분기 매출은 트레이더스의 절반, 할인점 매출의 10분의 1이 안됩니다. 그리고 아직은 적자가 커지고 있는 시기입니다.
이마트 연결기준 매출의 증가를 견인하고 있는 것은 자회사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후발 주자로 진출한 편의점 이마트24, 온라인 전쟁에 맞불을 놓은 SSG.com, 그리고 지난해 3070억원에 인수한 미국의 식품 소매업체 GFH(Good Food Holdings)입니다.
기존 자회사들의 매출 역시 견조하게 증가하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새로 진출한 이 세 자회사들의 매출이 더해진 효과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장사가 더 잘되어서 매출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투자를 늘려서 외형을 키운 겁니다. 그만큼 돈이 들어간 겁니다. 상반기 중 5.9%의 양호한 매출신장률을 보인 에브리데이의 경우에도 기존점 매출은 0.2%가 늘었을 뿐입니다.
신세계푸드와 에브리데이를 제외하면 자회사들은 아직 수지상으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상반기 중 신세계푸드가 105억원, 에브리데이가 65억원의 이익(별도기준)을 냈지만, 조선호텔과 베트남법인, GFH는 영업적자 상황입니다.
매출 면에서도 수지 면에서도 열쇠는 SSG.com과 이마트24가 쥐고 있습니다. 둘 다 공격적인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사업부문입니다. SSG는 이제 갓 출범했고요. 이마트24는 상반기 중 371개 점포가 신규 출점했습니다. 자회사들의 상반기 영업이익(별도) 합계가 413억원 적자인데, 이 두 회사의 적자가 379억원(SSG -222억원, 이마트24 -157억원)입니다. 매출 확대에도 적자 폭 확대에도 두 회사 영향이 결정적입니다.
그러니 연결기준 매출 증가를 호재(good news)로 받아들일 것도 없고, 수지 악화를 악재(bad news)로 해석할 일도 아닙니다. 아직은 두고 봐야 할 때입니다.
이마트는 새로운 성장판을 구축 중입니다. 성장할 것인가 정체될 것인가, 그 결과는 이 구조개편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모회사인 이마트는 트레이더스의 점포를 늘려가는 투자를 지속할 것입니다. 할인점의 신규 출점은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합니다. 국내 할인점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 거든요.
롯데마트 매장이 2017년 이후 2개 늘어 124개가 됐지만 홈플러스 매장은 같은 기간 2개 줄어 올해 140개가 됐습니다. 이마트 매장도 158개로 1개 줄었습니다.
온라인 성장판인 SSG.com 역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합니다. 트레이더스가 오프라인 시장에서 경쟁력 회복을 위한 거라면, SSG.com은 온라인으로 옮겨간 전장(戰場)에서 벌이는 미래의 주도권 싸움입니다. 이미 뜨거운 경쟁이 펼쳐지고 있고 오프라인의 강자 이마트에게는 기득권이 없습니다.
트레이더스 출점에도, SSG.com의 성장에도 큰 돈이 들어갑니다. 향후 몇 년 간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할 것입니다. 이마트 그룹이 투자자금을 원활히 확보할 수 있을지, 대규모 투자 후 유력한 시장지위를 유지 및 획득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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