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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코웨이는 두 말할 나위도 없이 훌륭한 기업입니다. 국내 환경가전 업체 중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죠. 사실 우리나라에서 재벌 그룹이 아니면서 특정 시장의 점유율 1위를 확고히 지키기 쉽지 않습니다. 웅진코웨이는 아주 굳건히 그걸 해내고 있죠. 혹자는 LG와 SK 등 유수 재벌이 뛰어든 가전 렌탈 시장에서 웅진코웨이가 수성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해 합니다만,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은 거꾸로 예상 가능한 미래에 LG와 SK가 과연 웅진코웨이의 아성을 넘어설 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웅진코웨이 경쟁력의 위치는 렌탈 계정이 단적으로 말해줍니다. 국내 시장에서만 약 600만개의 렌탈 및 멤버십 계정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의 지원을 등에 업고 공격적으로 영업을 해 온 2위 SK매직의 렌탈 계정이 200만개가 되지 않습니다. 무려 3배 차이가 날 뿐 아니라 매년 계정의 증가 수도 웅진코웨이가 훨씬 많습니다. 매출은 4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영업이익은 웅진코웨이가 SK매직의 10배에 달합니다. 웅진코웨이가 창출하는 영업현금흐름이 SK의 매출액과 비슷합니다. SK매직은 현금흐름 기준으로 보면 적자 영업을 하고 있죠.
한 마디로 경쟁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이 시장에서 1위 싸움은 없습니다. 2위를 놓고 SK, 청호, 쿠쿠가 경쟁을 벌이는 것이죠. LG는 그 보다도 아래 있습니다. 대기업 후보들이 시장에 뛰어들고 경쟁이 심해졌지만 웅진코웨이는 여전히 압도적입니다.
코웨이 레이디를 줄여 부르는 코디(CODY)라는 관리 및 영업 조직은 웅진코웨이의 탄탄한 고객 기반을 유지하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경쟁자들 역시 비슷한 조직을 꾸릴 수 있지만, 코디들이 수십년을 닦아 놓은 고객 기반과 견주는 것은 무리입니다.
사실 정수기 렌탈 시장은 이미 고점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 이상 계정 수가 늘지 않습니다. 하지만 웅진코웨이는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하나씩 추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갑니다. 연수기는 실패한 것 같지만 공기청정기 매출이 빠르게 늘면서 올 들어 분기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고요. 비데와 매트리스 매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수출이 대부분인 종속법인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확고한 내수 기반 위에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시장이 덤으로 얹어진 겁니다. 중국에선 실패한 것 같지만 말레이시아에서 3500억원 이상의 연 매출을 올리고 있고 미국 시장에서도 올해 1000억원 돌파가 가능해 보입니다.
돈을 벌어다 주는 제품군과 시장이 다양하다는 것은 향후 사업이 매우 안정적으로 갈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대박 게임 하나 둘에 매출을 크게 의존하고 경쟁이 치열한 수출 시장에서 성장을 일궈내야 하는 넷마블의 현실과는 정반대의 상황이죠. 방준혁 회장의 사업가적 시각에서 보면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웅진코웨이에도 약점이 있죠. 주인을 잘못 만나 고생하면서 재무적으로 상당한 흠집이 생겼습니다. 이건 일차적으로 기업가치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인수 이후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후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사실상 무차입 기업이었던 곳인데 순차입금이 올해 6월말 현재 7700억원에 육박합니다. 그 차입금이 거의 전부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성이라는 것도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매년 이 차입금을 갚거나 만기연장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유동성 관리에 신경이 곤두설 것 같습니다.
웅진코웨이의 시가총액이 현재 6조7000억원 정도인데요. 7700억원의 순차입금이 없었다면 7조5000억원이 되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2015년 이후 순차입금이 7000억원 이상 늘었는데, 그 만큼 주식 가치는 손해를 본 셈이죠.
재무구조가 왜 나빠졌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앞으로 좋아질 여지가 있는지 가늠해 보아야 하니까요. 바로 고배당 때문입니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후에 인수자금을 회수하려고 매년 대규모의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실시해 왔거든요. 2016년에 배당금 2000억원이 나갔고 자사주도 1000억원어치 매입했습니다.
2017년에는 배당금 지급만 4000억원이 넘었고요. 1000억원 이상의 자사주 매입이 추가로 실시됐습니다. 무려 5000억원 이상의 현찰이 회사밖으로 빠져나간 겁니다. 웅진코웨이는 2015년 이전에 영업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자본적 지출과 배당을 실시하고도 1000억원 이상의 잉여 현금이 남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연간 벌어들인 정도의 현금이 배당으로 나가니 2016년 이후에는 현금 적자로 바뀌게 됩니다. 적자로 부족한 건 차입으로 메워야 합니다. 결국 배당으로 빠져나간 현금 곳간을 채우기 위해 웅진코웨이는 차입금을 늘려야 했던 겁니다.
넷마블이 웅진코웨이를 인수하면 어떻게 될까요? 고배당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영업현금흐름 대부분이 고스란히 회사에 남을까요? 넷마블이 사모펀드가 아니니 무리하게 배당을 빼먹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게 전적으로 넷마블의 의사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넷마블이 사는 웅진코웨이 지분은 웅진씽크빅이 보유한 25%입니다. 물론 경영권 지분이기는 한데, 확고한 수준은 아니죠. 75%의 지분이 외부에 있고, 그 중 지분율이 가장 높은 곳은 9.6%를 가진 국민연금입니다. 배당이 매우 중요한 투자동기인 곳이죠. 그리고 그 외 주주들 역시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이던 시절에 고배당의 향연을 몇 년 간 즐겨 왔을 겁니다. 웅진코웨이가 고배당정책을 돌연 중단하면 저항이 상당할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사모펀드가 보유하던 때처럼 대규모 배당은 하지 않겠죠.
그런데 넷마블 입장에서도 웅진코웨이의 고배당 정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넷마블은 웅진코웨이 지분을 1조8000억원에 사기로 했습니다. 보유 현금으로 인수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했죠. 넷마블 연결법인이 갖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대략 2조원이니까, 사실상 갖고 있는 현금을 박박 긁어서 웅진코웨이 지분을 사는 겁니다. 금고가 텅 비게 되었습니다. 현금성 자산을 빼고 나면 공정가치 금융자산 1조2000억원 정도가 넷마블이 가진 돈 되는 자산입니다.
2조원의 현금이 어디서 나온 것이죠? 기업공개(IPO) 자금 중 게임 개발 자회사들의 지분을 인수하는데 쓰고 남은 돈입니다. 그동안 게임 팔아 번 돈도 여기 다 들어갔습니다.
만약 웅진코웨이로부터 충분한 배당을 받지 않는다면, 넷마블은 게임 개발사를 추가로 인수하기 어려워 집니다. 현금은 바닥이 났고 게임을 팔아서 버는 영업현금은 연간 2000억원대로 떨어졌거든요. 지금까지 보여준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한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넷마블은 배당을 많이 하지 않는 기업입니다. 지난해 300억원을 배당하고 올해 들어 490억원의 자사주 매입을 한 것이 이례적입니다. 주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보유 현금을 죄다 넣은 웅진코웨이는 매년 수천억 원의 배당을 실시하는데 그 배당액 중 넷마블로 들어오는 건 4분의 1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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