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의 기사는 작성 후 최소 1주일 경과된 시점에 무료 공개되고 있음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웅진코웨이는 2012년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매각이 결정됩니다. 극동건설을 비싸게 인수하고 태양광 투자가 완전히 실패하면서 웅진그룹의 주요 계열사(웅진홀딩스, 극동건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던 무렵입니다. 웅진코웨이 매각은 그해 초부터 진행이 되어 8월경 매각이 확정됐는데, 추석 명절을 앞두고 웅진그룹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바람에 중단이 되었다가, 11월에 법원의 허가를 받아 재개됩니다.
웅진홀딩스가 보유하던 23.37%의 지분에 주당 5만원씩 총 1조939억원의 가격이 매겨집니다.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하면 상당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MBK파트너스가 챙겨준 가격입니다. 매각가격 결정이 이루어진 시점의 기준 주가가 3만5600원이었습니다. 주당 5만원을 책정했으니 웅진홀딩스는 약 4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긴 셈이죠.
주가 수준으로 보면 그렇다는 겁니다. 기업의 펀더멘털이 변하지 않아도 주가는 늘 변하죠.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 중엔 1년에 몇배를 뛰었다가 반 토막 나기도 하는데 기업의 본질가치가 그렇게 널뛰기를 하지는 않을 겁니다. 같은 가격이 매겨졌다면 주가가 높을 때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덜 챙겨준 셈이 되고, 주가가 낮을 때는 더 챙겨준 셈이 되지요. 그래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가를 공정가치라고 아니 할 수 없고, 시장에서 살 수 있는 가격보다 비싸게 준 것을 경영권 프리미엄이 아니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기준주가에 주식 수를 곱한 값을 어느 기업의 주식가치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기준주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에서 합병비율을 산정할 때 적용하라고 정한 방법입니다. 합병하는 두 기업의 상대적인 가치를 계산하는 방법입니다. 특정한 어떤 기업의 적정한 가치를 구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아닙니다.
올해 초 우여곡절 끝에 웅진그룹 품으로 돌아온 웅진코웨이는 불과 3개월만에 다시 매각이 결정됩니다. 엄청나게 가격이 뛴 웅진코웨이의 인수금융을 감당하기에 웅진그룹이나 인수주체인 웅진씽크빅은 역부족이었습니다. 아마 그대로 있었다면 웅진코웨이가 벌어들이는 돈은 배당으로 빠져나가 인수차입금 갚는데 꼬박 꼬박 들어갔을 겁니다.
웅진씽크빅의 차입금은 웅진코웨이 인수 전 900억원에서 1조 2000억원으로 뛰었고, 전환사채 5000억원을 발행한 걸 포함하면 1조7000억원으로 뛰었습니다. 올해 상반기 이자지급액이 15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15억원의 10배가 넘습니다. 웅진씽크빅의 벌이가 10배로 뛰지는 않았는데 말이죠.
이자지급액과 이자·배당수입액이 올해 상반기에 동시 급증한 게 보이시죠? 웅진코웨이에서 받은 배당으로 인수차입금의 이자를 낸 겁니다. 되팔지 않았으면 매년 이런 식의 흐름이 지속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룹의 미래로 일컬어지던 웅진에너지가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웅진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결국 웅진코웨이를 팔 수 밖에 없었죠. 무엇보다 웅진코웨이를 인수하기 위해 웅진씽크빅이 발행한 전환사채 5000억원이 문제였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이 자기자금으로 사준 이 전환사채에는 옵션이 걸려 있었습니다. 웅진그룹이 상환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전환사채 보유자가 웅진이 보유한 웅진씽크빅의 지분을 처분할 수 있다는 것이었죠. 이렇게 웅진코웨이를 배당으로 빼먹으려고 하다 통째로 팔아야 하는 사정으로 바뀐 겁니다. 웅진코웨이 재매각은 그 이상의 의미도 그 이하의 의미도 없다고 봅니다.
만약 웅진코웨이가 그대로 웅진그룹에 있었다면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의 상당 부분이 웅진씽크빅의 약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인수차입금의 원리금 상환 재원으로 사용되었을 겁니다. 그 만큼 기업가치를 까먹는 것이죠.
웅진씽크빅이 올해 3월 인수할 당시 웅진코웨이의 주당 가치는 10만3000원입니다. 코웨이홀딩스가 보유한 22.17%의 지분을 1조6832억원에 사들입니다. 웅진그룹이 2013년에 매각할 당시 지분율인 23.37%로 환산하면 1조7743억원입니다. 9165억원가량 차익이 생겼습니다.
후술하겠지만, MBK파트너스에 처음 팔리던 2013년 당시 웅진코웨이의 기업가치는 안진회계법인에서 외부평가를 맡았는데, 주로 미래 현금흐름을 추정해 현재가치로 할인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이론적으로 가장 탄탄해 기업가치 평가의 정석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렇지만 맞을지 틀릴지 불확실한 추정값들이 가치평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기도 하는 방법이죠.
올해 3월 웅진코웨이에 대한 외부평가는 대주회계법인에서 실시했는데, 가장 단순한 시장가치법을 썼습니다. 웅진코웨이의 주가 수준에 비해 매각가격이 과하게 싸거나 비싸게 매겨진 것은 아닌지 판단만 했습니다. 현재의 주가 자체를 기업가치라고 보는 것이니 약식으로 진행한 평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준주가는 8만3948원이었습니다. 2013년에 웅진그룹이 팔 때(3만5600원)와 비교해 136% 올랐습니다. 기준주가를 반영한 보통주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약 2조7500억원에서 약 6조2000억원으로 뛴 겁니다.
기준주가 8만3948원인 주식을 웅진씽크빅이 10만3000원에 인수했으니 그 차이 만큼은 경영권 프리미엄입니다. 22.7% 정도 됩니다. 2013년 매각 당시 경영권 프리미엄이 40%보다는 낮은 수준이죠.
웅진그룹이 넷마블로 매각하는 지분은 25.08%인데 1조8000억원 정도라고 합니다. 웅진그룹이 MBK파트너스에서 22.17%를 사들인 다음 다시 1000억원 정도를 추가로 투자해 지분율을 끌어 올렸으니 총 1조9000억원이 들어간 셈인데 1000억원 정도 손해보고 파는 겁니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주가에 비하면 여전히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팝니다. 매각이 결정된 지난달 중순 시점에서 계산한 경영권 프리미엄은 대략 2500억원 정도 되었습니다. 15~16% 정도 됩니다. 결국 손해보고 팔게 된 것은 기준 주가 대비 경영권 프리미엄을 덜 얹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기준주가의 변동 만으로 웅진코웨이의 기업가치가 두 배 이상 뛰었고, 경영권 프리미엄은 40%에서 15%로 낮아졌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주가가 반드시 늘 기업의 본질가치와 순행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보다는 오히려 불확실성이 높지만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이용하는 이론적인 방법을 쓰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미래를 추정하는 불확실성이 싫다면 차라리 당시의 재무제표와 지금의 재무제표를 비교해 회사가 얼마나 더 좋아졌는지 보는 게 낫죠. 물론 기업의 성과가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추세를 탈 거라는 암묵적인 가정이 필요합니다.
*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이 제작하는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DRCR(주)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