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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코웨이가 MBK파트너스에 팔리던 2012년, 안진회계법인은 웅진코웨이의 주식가치를 주당 4만393원~6만3664원으로 추정했습니다. 그해 7~8월에 걸쳐 평가가 이루어졌는데, 2012년 6월말 현재를 기준으로 추정을 했습니다. 4만원에서 6만원대 중반의 범위에 매각가격인 주당 5만원이 들어갑니다. 이런 식으로 매도자와 매수자 양측이 합의한 가격이 적정하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는 것이죠.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이하 재읽사)은 회계법인 등 외부평가기관의 기업가치 추정에 대해 좀 삐딱한 편입니다. 정말 전문가의 양심으로 적정 가치를 도출하기 보다는 의뢰인의 입장을 반영하는 경향이 짙다고 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추정 방법을 바꾸거나, 추정을 위한 가정을 바꾸거나, 미래 경영성과에 대한 추정을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하거나, 미래 현금흐름의 할인율을 조정하면 됩니다. 그런 식의 조정이 이루어졌겠구나 싶은 가치평가는 흔하디 흔합니다. 그렇다고 안진회계법인의 가치평가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그렇다는 것이죠. 선입견 없이 안진회계법인의 평가를 따라가 볼 생각입니다.


안진회계법인은 세 가지 방법으로 기업가치를 추정했습니다. 웅진코웨이의 미래 현금흐름을 추정하고, 그 현금흐름을 현재가치화 하는 방법(미래 현금흐름 할인법), 주식시장에서 형성된 주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는 방법(기준주가 이용법), 웅진코웨이와 유사한 상장기업의 주가가 현금흐름 창출능력 대비 몇 배가 되는지 그 평균을 구한 뒤 웅진코웨이의 현금흐름 창출능력에 그 배수를 적용해 적정 주가를 찾아내는 방법(유사 상장기업 비교법)입니다.


기준주가 이용법은 전편에서 설명한 바 있습니다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기준주가 3만5600원에 도소매업을 영위하는 상장기업의 최대주주 변경 거래에 반영된 경영권 프리미엄(최저 8.54% 최고 68,28%)을 더했습니다. 그 결과 3만8640원~5만9908원이 적정 주가의 범위가 됩니다.



유사 상장기업 비교법은 먼저 상장회사 중 웅진코웨이와 영위 업종 및 규모 등이 비슷한 곳을 골라야 하는데, 아모레퍼시픽, 파세코, 신일산업, 계양전기, 경동나비엔 등 5개사를 선정했더군요. 그 다음 유사기업들의 기업가치가 EBITDA(상각전 영업이익)에 비해 평균 몇 배인지(EV/EBITDA), 주가가 당기순이익의 평균 몇 배인지(PER)를 구합니다. EV/EBITDA 평균은 8.5배, PER의 평균은 15.7배가 나왔네요. 여기에 웅진코웨이의 EBITDA와 당기순이익을 곱해주면 적정 주가의 범위가 나옵니다. 당시 웅진코웨이의 최근 12개월 EBITDA는 3991억4900만원이었습니다. 8.5배를 곱하면 3조3928억원입니다. 웅진코웨이의 추정 기업가치(EV)입니다.


여기서 잠깐, 기업가치(EV)라는 것의 정의에 대해 이해가 필요합니다. 어떤 기업의 가치는 곧 그 회사가 가진 자산의 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산 중에는 영업활동에 참여하여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자산이 있고, 그렇지 않은 자산(비영업자산)이 있습니다. 영업활동에 참여하는 자산은 현금흐름 창출능력이 곧 가치가 됩니다. 비영업자산은 시장에 내다 팔았을 때 받을 수 있는 가치, 곧 공정가액이 가치가 됩니다. 이 두개의 가치를 더하면 전체 자산의 가치(EV)가 되겠죠. 이 가치는 주주의 몫(주식가치)과 채권자의 몫(차입금)으로 나눠집니다. 기업가치는 곧 주식가치와 차입금의 합계와도 같은 것입니다.



때로는 전체 자산의 가치에서 현금성자산을 차감한 것을 기업가치(EV)로 보기도 합니다. 현금성자산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면 그 만큼 자산과 차입금이 똑같이 줄게 되겠죠. 결국 주식가치에 순차입금을 더한 값이 기업가치가 되는 겁니다. 둘 중 어떤 방법을 써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어쨌든 우리가 구해야 할 것은 주식가치인데, 여러 기업에 동일한 방법을 써서 비교만 하면 주식가치를 구하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안진회계법인이 쓴 방법은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재읽사)이 이해하는 것과는 좀 다르네요. 이게 일반적인 방법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만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유사기업의 EV/EBITDA 평균을 구한 뒤 웅진코웨이의 EBITDA를 곱해 기업가치를 구하고 여기에 다시 비영업자산을 더하고 차입금(이자발생부채)를 차감해 주식가치를 구했습니다. 그렇다면 유사기업의 EV에는 비영업자산의 가치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가 됩니다. 영업용 자산이 창출하는 현금흐름의 가치만 반영이 됐다는 것이죠.



그런데 유사기업의 EV는 보통 주식의 시가총액에 그 회사의 차입금을 더해 구하거든요. 주가에는 부동산이나 유가증권 등 비영업자산의 가치가 반영되어 있게 마련입니다. 중복계산을 한 게 아닌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이렇게 했을 수는 있습니다. 유사기업의 EV가 총 자산의 가치가 아니라 영업용자산의 현금흐름 가치(영업가치라고 합니다)라면 말이 됩니다. 유사기업의 시가총액에 차입금을 더한 뒤에 비영업자산의 공정가치를 차감한 것을 EV라고 했다면, 안진회계법인이 취한 방법이 더 정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외부평가 의견서에 이에 대한 설명이 없어서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그렇게 했다고 믿기로 하죠.


EV/EBITDA 비교법으로 나온 웅진코웨이의 2012년 6월말 현재 적정 주식가치는 3조1217억원이고 주당 주가는 4만2109원입니다. 기준주가로 계산한 것과는 차이가 큽니다. 당시 웅진코웨이의 주가가 유사기업의 주가에 비해 꽤 저평가돼 있었나 봅니다.


유사기업의 PER를 이용한 방법도 3만8430원으로 역시 기준 주가보다는 높았습니다. 이 방법에 대한 설명은 생략해도 될 듯합니다. 유사기업 비교법으로 나온 주당가치에 경영권 프리미엄(8.54%~68.28%)하면 EV/EBITDA에서는 4만5704원~7만861원이, PER로는 4만1711원~6만4669원이 나옵니다. 기준주가를 이용한 방법까지 포함해 지분거래의 적정 가격의 범위를 구하면 최소 3만8640원에서 최고 7만861원이 되겠네요.


최저 가격과 최고 가격이 거의 곱절이네요. 차이가 너무 크지 않습니까? 이렇게 간격이 크게 벌어진 건 경영권 프리미엄 때문입니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거래 기업마다, 거래 시점마다 완전히 제각각 입니다. 적정한 프리미엄이라는 걸 정하기 어렵습니다. 각 거래가 모두 전혀 다른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마이너스가 나오기도 하고 100%를 훌쩍 넘기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렇게 들쭉날쭉하는 수치로는 웅진코웨이의 기업가치가 지난 몇 년간 얼마나 증가한 것인지 추정하는 데도 문제가 있습니다. 3만8640원~7만861원의 범위는 주당 5만원으로 결정된 웅진그룹과 MBK파트너스의 매수도 가격을 정당화시켜 주는 것 외에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다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얼마나 쳐 주었는지, 그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준 주가로 봤을 때 주당 5만원은 30% 정도의 프리미엄을 얹은 것이니 넉넉하게 값을 지불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V/EBITDA를 비교한 결과로는 MBK파트너스가 16% 정도의 경영권 프리미엄만 쳐준 게 됩니다. 비싸게 샀다고 하기 애매해 집니다. 미래 현금흐름을 추정해 할인한 방법으로는 웅진코웨이의 기업가치가 어떻게 나왔는지는 다음 편에서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