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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주가로 기업가치를 구하든, 유사 기업의 EV/EBITDA로 기업가치를 구하든 그 중심에는 주가가 있습니다. 결국 당시의 적정 주가를 구하는 것이나 매 한가지입니다. 주가가 곧 주식가치이기는 합니다. 이론의 여지가 없지요. 하지만 기업의 본질의 변화를 주가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주가는 그 시점의 모든 경제 상황, 산업의 주기, 시장의 수급, 투자자의 심리 등을 모두 담아낸 결과물이니까요.


기업의 본질가치는 결국 보유 자산으로 얼마만큼의 현금흐름을 창출해 낼 수 있는지, 그 능력에 있다고 할 것입니다. 보통 영업가치라고 부르는 것이죠. 그 현금흐름 중 채권자의 몫인 차입금을 제하면 그게 주식의 본질가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맞는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한 나라 경제의 실질 성장률과 거기에 물가변화를 반영한 명목 성장률과 다른 것처럼 주식의 본질가치와 주가는 구별된다고 봅니다.


영업가치를 중심으로 기업의 적정 가치를 구하는 방법으로 미래 현금흐름 할인법(DCF)이 있습니다. 기업가치를 구하는 가장 이론적인 방법이고 실무에서도 EV/EBITDA 다음으로 많이 쓰입니다.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 기업을 공개할 때는 거의 EV/EBITDA비교법을 쓰고, 신규 사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나 특정 사업부의 영업을 양수도하는 거래에서는 주로 DCF법을 씁니다.


2012년 안진회계법인은 DCF법으로도 웅진코웨이의 기업가치를 평가했습니다. DCF법에 대해 이 지면을 통해 설명을 하자고 들면, 아마 대부분 독자가 읽기를 포기할 것 같으니, 결과를 봐 면서 필요한 것만 그때 그때 간단히 언급하겠습니다.



안진회계법인이 웅진코웨이를 DCF로 평가한 결과표입니다. 1주당 가치가 4만7449원으로 나왔습니다. 기준 주가보다는 1만원 이상, EV/EBITDA법보다도 5000원 정도 높게 나왔네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빨갛게 강조한 영업가치가 핵심입니다. DCF법으로 추정한 웅진코웨이의 현금창출능력, 즉 기업의 본질가치입니다. 2012년 6월말 기준으로 3조 8000억원 정도(정확히는 3조7888억원이지만 기억하기 편하게 대강의 수치로 쓰기로 합니다)로 계산이 되었네요.


DCF로 구한 영업가치 3조8000억원은 안진회계법인이 EV/EBITDA법으로 구한 EV 3조 4000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같은 개념의 가치를 DCF는 이론적으로 구했고, EV/EBITDA는 유사 기업의 주가로 구했습니다. DCF법에서 4000억원 정도 높게 나오는 바람에 주당 가치도 5000원 정도 높게 나온 겁니다. 다른 건 똑같습니다.


이제 3조8000억원이라는 숫자가 어떻게 나왔는지를 알아야 겠습니다. 표를 다시 보면, 추정기간의 영업가치와 잔존가치를 합한 값입니다. 추정 기간의 영업가치란 웅진코웨이의 미래 경영성과를 향후 몇 년간 추정했다는 뜻이고요. 잔존 가치는 추정 기간 이후 웅진코웨이가 창출하는 현금흐름의 가치를 의미합니다. 아무리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먼 미래의 경영 성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죠. 사실 가까운 미래도 맞추지 못하잖아요? 5년 이후 미래의 성과를 예측해서 그걸로 기업가치를 평가하겠다고 한다면, 그건 허풍일 뿐입니다.


자본시장법에서는 최소 5년의 미래를 추정하라고 합니다. 그 정도는 해야 추정의 의미가 있다고 본 모양입니다. 실무에서는 거의 예외없이 딱 5년을 추정합니다. 그 이후를 추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겁니다.



안진회계법인이 당시 추정한 향후 5년간 경영성과입니다. 상반기가 이미 지난 시점이었기 때문에 2012년 성과는 하반기만 추정을 했습니다. 본 글에서는 편의상 상반기 실적을 두배로 해 연간 실적으로 사용하겠습니다.


매출액 추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비용 추정도 중요합니다만, 매출액 추정에 상당히 의존하게 됩니다. 추정에 근거가 되는 가정들도 비슷하고요. 최종적으로 구하는 건 잉여현금흐름(FCF)입니다. 안진회계법인은 웅진코웨이가 2016년까지 2조6800억원 수준의 매출을 달성하고 그로 인해 4400억원 상당의 영업이익과 2140억원의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 같은 영업성과를 추정할 때는 회사의 펀더멘털 외에 경제성장률, 물가, 유가 등 거시 경제적인 변수가 바탕에 깔리고, 인건비 등의 비용과 설비 등에 대한 투자를 추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 자료가 필요하겠죠. 추정에 필요한 이 같은 가정과 근거들에 대한 설명은 일단 생략합니다.


다만, 매출과 비용에 대한 추정이 합리적으로 되었다고 하더라도 향후 설비투자 계획이나 운전자본 관리 등 회사의 유동성에 대한 방침이 바뀌게 된다면 잉여현금흐름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갑니다.


향후 5년간의 영업성과를 추정해 구한 잉여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것이 추정기간의 영업가치 6045억원입니다. 그런데 5년만 장사를 하고 문을 닫는 게 아니죠. 재무제표의 작성과 마찬가지로 기업가치 산출 역시 회사가 영원히 존재한다는 가정을 합니다. 웅진코웨이는 5년 이후에도 영원히 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입니다. 그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영구가치 또는 잔존가치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잔존가치가 사실 좀 문제입니다. 5년 이후의 장기를 합리적으로 추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주 단순한 한 가지 가정만으로 잔존가치를 구합니다. 바로 영구성장률이라는 건데요. 5년 이후에 기업이 매년 일정한 비율로 성장한다고 가정하는 겁니다. 기업의 수명이 영구적이라는 것이 비현실적이지만 모든 기업의 가치를 추정할 때 그렇게 가정을 하니 넘어가기로 하죠. 하지만 매년 일정 비율로 성장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이기도 하거니와 설사 그렇다고 해도 그 비율이 얼마일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어림짐작이나 다름없지요.



자본시장법에서는 영구성장률을 최근 5년의 평균 성장률보다 높지 않도록만 정하고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특별한 기준이 없지만 보통 물가상승률 정도로 정하는 것 같습니다. 성숙기 산업이거나 기업의 경쟁력이 견고하지 않다면 영구성장률을 0%로 정하는 게 맞습니다.


웅진코웨이의 영구성장률 2.9%는 아마도 물가상승률에 맞춘 것으로 보입니다. 안진회계법인이 경영성과 추정을 위해 채택한 거시경제 지표를 보니 물가상승률을 연간 2.9%로 보고 있더라고요. 그러니 안진회계법인은 실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최고치의 영구성장률을 웅진코웨이에 갖다 쓴 걸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영구성장률 2.9%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겠습니다. 이건 주장의 영역이 아닌 것 같거든요. 다만 경영성과에 대한 별도의 추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기간의 현금흐름이 영구성장률이라는 근거 약한 숫자 하나로 고무줄처럼 늘고 줄고 하는 것은 좀 꺼림칙합니다.


중요한 건 아닌데요. 안진회계법인이 구한 잔존가치 3조 2000억원이 어떻게 계산이 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뭐 좀 다를 수는 있는데 워낙 차이가 커서요. 안진회계법인이 추정한 마지막 5년차 현금흐름이 2140억원이거든요. 여기에 1년의 성장률을 적용하면 2200억원 정도 되고요. 이걸 (할인율 9.9%-성장률 2.9%)로 나누면 5년 후 영구가치가 되거든요. 그렇게 하면 5년 후 영구가치가 3조1458억원 정도 나오고요. 그걸 현재 시점으로 다시 현가화하면 최종 잔존가치가 2조원이 채 안되거든요. 그런데 안진회계법인의 계산으로는 3조 2000억원이라니,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네요. 공시자료를 봐도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서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니 믿어야죠. 뭐. 분량 관계상 다음 편에 이어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