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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기업에게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웅진코웨이의 기업가치를 추정할 때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게 있습니다. 바로 배당금입니다. 배당금은 기업에서 주주에게 순자산이 유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하락시킵니다. 지급된 배당금만큼 하락하는 게 아니라, 그 배당금을 사내 유보를 했을 때 영구적으로 기업의 성장에 기여할 몫까지 하락합니다.
은행에 예금을 하면 이자에 이자가 붙듯이, 기업이 배당을 하지 않고 사내 유보를 하면 그 자산이 미래에 다시 현금흐름을 창출하면서 기업이 그 만큼 더 성장을 하는 것이죠. 그런데 배당을 하게 되면 그 배당금만큼 재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성장의 기회를 일부 잃게 됩니다. 그래서 기업의 영구가치(잔존가치)를 구할 때는 잉여현금흐름의 내부 유보에 대해서만 성장율을 적용해야 합니다.
이게 기업가치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올해 1억원의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고 매년 5%씩 성장을 하는 기업이 있는데 할인율이 10%라면, 미래 현금흐름 할인법에 따라 그 기업의 가치는 20억원[1억원÷(10%-5%)]이 됩니다. 그런데 기 기업이 매년 10%의 배당을 지급한다면, 그 기업의 가치는 18억원[1억원÷(10%-5%*0.9)]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국내 기업의 배당률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낮은 편이라 종종 무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웅진코웨이는 2012년 당시 대주주가 사모펀드로 바뀌면서 배당이 늘어날 공산이 높았기 때문에 배당정책을 반영해 기업가치를 구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진회계법인이 적용한 2.9%의 영구성장률이 사모펀드의 배당정책을 반영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랬다면, 평가서 어딘가 그렇게 했다고 설명을 했겠지요.
사모펀드에 인수된 후 웅진코웨이의 현금흐름은 처음 2~3년 크게 높아지지만 배당으로 대규모 유출이 발생해 배당 후 현금흐름은 오히려 크게 줄어들게 됩니다. 만약 사모펀드가 배당으로 투자 회수를 하지 않았다면 웅진코웨이의 기업가치는 훨씬 높아졌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웅진코웨이의 배당금 이슈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대규모 배당금 유출을 문제 삼아 국내 신용평가사가 웅진코웨이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으니까요. 웅진그룹이 대규모 차입금을 조달해 웅진코웨이를 재인수했을 때도 그 인수차입금 상환을 위해 웅진코웨이가 대규모 배당을 해야 할 것이란 우려가 컸습니다. 넷마블로 인수된 후에는 어찌 전개될지 주목할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기업가치 추정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바로 할인율입니다. 웅진코웨이의 미래 현금흐름을 합리적으로 추정을 했다고 하더라도 할인율을 조금만 바꾸면 기업가치가 완전히 다른 값이 됩니다.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이라고 부르는 그 할인율은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무위험수익률에 웅진코웨이의 위험 프리미엄을 얹어 구하게 됩니다. 아무런 위험이 없는 곳에 투자했을 때에 비해 웅진코웨이가 갖고 있는 위험만큼 더 높은 수익률을 주지 않으면 투자자들은 웅진코웨이를 외면할 것입니다. 그래서 최저 필요수익률이라고도 부르죠.
할인율의 기초는 결국 금리입니다. 금리가 높아지면 할인율도 높아지고 금리가 낮아지면 할인율도 낮아지죠. 금리가 높았던 10년 전에 1억원을 버는 기업과 금리가 낮은 지금 1억원을 버는 기업의 가치는 전혀 다릅니다. 지금 1억원을 버는 기업의 가치가 훨씬 높죠.
그러니까 웅진코웨이가 2012년 사모펀드로 인수될 당시보다 잉여현금흐름이 늘지 않았어도 금리가 하락해 낮은 할인율을 적용 받게 된다면 기업가치는 그때보다 높을 수 있습니다. 사모펀드에 인수될 당시 무위험수익률의 기준으로 삼는 국고채10년물 금리가 3%대 후반이었습니다. 지금은 2%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하락 폭이 매우 큽니다. 분명 기업가치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기업가치 추정의 핵심은 당연히 미래의 경영성과일 것입니다. 미래 현금흐름 창출능력이 기업가치의 본질이죠. 그런데 어쩌면 결과에 더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성장률이나 할인율 같은 것이니 좀 허무한 기분도 듭니다.
안진회계법인이 가중평균자본비용을 구하기 위해 산정한 각종 변수들입니다. 대부분 블룸버그가 제공하는 수치를 갖다 썼습니다. 국고채10년물이 대표하는 무위험수익률은 3.6%로 지금(1.8%)보다 훨씬 높습니다. 베타값과 자본구조는 유사기업의 평균값을 썼는데, 아모레퍼시픽, 경동나비엔, 신일산업, 계양전기, 파세코 등일 것입니다. 어떤 기업이 어떤 면에서 웅진코웨이와 닮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각 기업의 베타값이나 자본구조가 너무 제각각이라서 그걸 평균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평균값을 써서 얼버무리는 추정은 이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평균값이 웅진코웨이를 전혀 설명해 주지 못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많이들 합니다.
할인율은 9.9%가 나왔습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상당히 높은 값입니다. 무위험수익률의 하락만 반영해도 자기자본비용이 당장 2% 떨어집니다. 자산 중 부채가 절반이라고 치면 할인율 1% 하락의 효과가 있습니다.
자기자본비용은 아래의 식으로 구하는데, 동그라미 친 부분이 시장위험 프리미엄입니다. 2012년 안진이 쓴 값은 10.8%입니다. 역시 최근 1년간의 주가로 추정한 블룸버그의 데이터를 그대로 가져다 썼습니다. 주로 회계법인들이 블룸버그 데이터를 애용하는 것 같습니다. 근거가 확실해서 그런가 봅니다. 블룸버그에서 제공한다고 하니 객관성과 신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장위험 프리미엄이 가치평가를 누가 하느냐에 따라 크게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가치평가를 할 때는 단기에 추정한 위험 프리미엄이 아니라 아주 긴 주가의 움직임으로 추정한 값을 씁니다. 미국에서는 70년 간의 주가지수 흐름으로 찾아낸 6%의 시장프리미엄을 쓴다고 합니다. 외국자본이 국내 기업을 인수할 때는 1% 정도를 더하다고 하네요. 이 기준으로는 7% 정도가 되는 것이죠. 또 국내 증권사들이 국내 기업의 가치평가를 할 때는 그 보다도 더 낮다고 하더군요. 5~6% 정도 되나 봅니다. 위험프리미엄이 낮아지면 할인율이 낮아지니 기업가치 추정치는 높아집니다.
안진회계법인은 할인율 9.9%와 영구성장률 2.9%의 가정을 써서 2012년 당시 웅진코웨이의 영업가치를 3조 7888억원으로 추정했습니다. 여기에 비영업자산의 가치 2886억원을 더해 기업가치를 4조774억원으로 계산했고요. 차입금 5597억원을 차감해 주식가치를 3조5118억원으로 평가했습니다. 유통주식 수로 나누면 주당 4만7449원이 됩니다. 할인율을 1%포인트 낮추고 성장률을 1%포인트 높이면 6만 6416원이 되고요.
그런데 이 평가가 지금 와서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7년이 지난 지금 웅진코웨이에 적용될 할인율과 성장률은 분명 다를 것이니 그것만으로도 기업가치는 많이 다를 텐데요. 당시 주당 5만원이던 경영권 지분 값이 올해 초 웅진씽크빅이 재매수할 때는 10만3000원으로 배가 된 것이 정말 웅진코웨이의 펀더멘털이 좋아져서인지, 아니면 그때보다 금리가 많이 떨어져서인지 확인을 하려면 결국 재무제표를 분석해 현재의 웅진코웨이와 당시의 웅진코웨이의 액면을 비교해 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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