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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웅진코웨이의 기업가치가 현재 시점에서 어느 정도로 추정이 되는지 미래 현금흐름 할인법으로 접근을 해보겠습니다. 기업가치 추정이라는 게 결국 숫자 놀음일 수 있습니다. 추정 방법에 따라, 그리고 추정을 위한 가정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옵니다.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재읽사)이 기업가치 평가 전문가도 아니고, 회사의 내부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는 위치가 아니기 때문에 상식적인 선에서 계산을 해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점을 양해하시고 재미 삼아 보시기 바랍니다.


가장 고민이 추정기간 후 영구성장률을 어떻게 할 것인가 입니다. 기업가치에 엄청난 영향을 주니까요. 2012년 안진회계법인은 2.9%의 영구성장률을 썼는데, 당시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수준이었습니다. 특별한 근거가 없는 한 일반적으로 쓸 수 있는 영구성장률의 상한입니다. 최근 3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균 1.5% 정도 됩니다. 2018년 연간 물가상승률도 딱 1.5%입니다. 웅진코웨이에 줄 수 있는 영구성장률의 상한은 그 정도 입니다.



웅진코웨이는 좀 억울할 수 있습니다. 그 간의 매출액 증가 추세는 그보다 꽤 높거든요.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후 5년간 매출액 성장률이 연 5.05% 정도 됩니다. 지금의 추세로 향후 5년간 성장하면 그때 성장률은 약 2.9%(헉! 안진회계법인의 영구성장률과 같은 건 우연입니다.)가 나옵니다. 그러니 웅진코웨이는 앞으로 5년을 추정기간으로 하고 6년차부터 성장률이 1.5%로 떨어진다고 하면 받아들일 수 없겠죠.


하지만 거꾸로 지금까지의 성장 추세를 5년 후 또는 10년 후에도 여전히 이어갈 것이라고 가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웅진코웨이가 정수기로 성장의 한계를 맞았을 때 공기청정기라는 새로운 아이템을 장착해 성장성을 회복했지만, LG전자 같은 종합 가전업체도 아니고 항상 새로운 성장 아이템을 추가할 수는 없을 겁니다. 게다가 구독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쟁자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SK나 LG가 지금은 상당히 뒤쳐져 있지만 무시할 수 없는 존재들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시장의 판도는 많이 바뀔 겁니다.


그리고 기업이 똑 같은 속도로 성장을 한다고 해도 성장률은 점점 떨어지게 됩니다. 기저효과 때문이죠. 성장률이 과거와 같이 나오려면 기업은 훨씬 더 큰 폭으로 매출을 늘려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다른 기업평가와 비교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소비자물가 상승률 이상의 영구성장률을 적용하기는 곤란합니다. 웅진코웨이에만 특혜를 줄 수는 없는 일이죠.


기업가치 평가를 위해서는 추정기간(다른 기업가치 평가와 마찬가지로 향후 5년 정도로 하죠)의 잉여현금흐름을 뽑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수익과 비용에 대한 추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걸 재읽사가 하기는 어렵습니다. 추정에 근거로 쓸 만한 자료가 없습니다. 근거자료 없이 하자면 주관이 너무 개입돼 신뢰성이 없습니다. 증권가의 향후 전망치를 가져다 쓸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향후 2년 정도까지 밖에 없습니다. 길어야 3년입니다.


그냥 지금까지 온 추세대로 향후 5년간 간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더 크게 성장한다고도 더 낮게 성장한다고도 하지 않고, 회사의 경영계획이나 설비투자 계획도 무시하고 그 간의 재무비율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그 추세선을 연장하겠습니다. 수익과 비용을 일일이 추정하지 않고 영업현금흐름에서 설비투자를 차감해 잉여현금흐름을 구하겠습니다. 어쩌면 이게 더 정석일 수도 있습니다. 현금흐름표의 순서 그대로 이니까요.


영업현금흐름은 매출액과 비슷한 추세로 증감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영업현금흐름에서 직접 잉여현금흐름을 뽑으려면, 이 가정이 성립해야 합니다. 이 가정이 성립한다면 감가상각비 등을 포함한 영업비용이 매출액 대비 일정 비율로 지출된다는 뜻이고, 운전자본 투자 역시 매출액과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다는 뜻이 됩니다. 과거 매출액과 영업현금흐름의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보겠습니다. 그 비율이 일정한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면 가정이 성립한다고 보겠습니다.



다행히 그렇게 보입니다. 2016년 얼음 정수기 리콜 사태를 제외하면 매출액 중 영업활동 현금흐름으로 남는 비율이 사모펀드 인수 이후 6년간 21.6%가 됩니다. 그런데 매년 그 비율이 조금씩 낮아집니다. 추세로 이어봤더니 올해는 18% 추정기간 마지막 해인 2023년엔 12%가 됩니다. 올해 3분기까지 실적으로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매출액의 18.7%입니다. 추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추세를 그대로 적용하지는 않겠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되지는 않을 테니까요. 어느 선에서 멈출 겁니다. 그리고 2016년 이례적으로 영업현금흐름 창출이 저조했던 것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5%라는 수치를 그대로 인정하면 웅진코웨이가 좀 억울할 것 같습니다. 지난해 매출액 대비 영업활동 현금흐름 비율 20%가 향후에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적절한 타협이 될 것 같습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추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매출액을 추정해야 합니다. 매출액도 지금까지 추세가 연장된다고 보겠습니다. 그게 주관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봅니다. 그대로 맞아떨어지지도 않을 경영목표와 각종 가정을 근거로 하는 것보다 정확할 수 있습니다.


매출을 추세에 따라 추정한다고 해도 올해 매출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올해는 이미 3분기까지 실적이 나았으니 그걸 연간으로 환산하겠습니다. 다행히 웅진코웨이의 실적은 연중 내내 비슷하게 유지됩니다.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실적이 거의 정확히 연간 실적의 75% 정도였습니다. 매출액도 그렇고 영업이익도 그렇습니다. 다른 비용들도 얼추 비슷합니다. 올해 매출이 꽤 많이 늘어납니다. 추세를 2년 정도 앞당긴 실적입니다. 추세에 따라 매출액을 추정하되 올해 매출 증가율을 감안해 조정하면 아래 차트처럼 그려집니다.



유·무형자산 투자계획(CAPEX)도 과거 매출액 대비 비율만큼 지속적으로 투자되는 것으로 가정해 추정합니다. 다른 기업가치 평가도 대상 기업의 향후 투자계획을 반영하기는 하지만 대체로 같은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2012년 안진회계법인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고려할 게 있습니다. 사모펀드에 인수된 후 자본적 지출이 줄었다고 전편에서 쓴 바 있습니다. 회사의 투자계획을 반영했을 안진회계법인의 설비투자 추정보다도 낮았고 과거 추세에 비해서도 줄었습니다.



안진회계법인은 당시 웅진코웨이가 매출액 대비 15~16%의 유·무형자산 투자를 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런데 사모펀드로 인수된 후 그 비율이 14% 정도로 내려 앉습니다. 투자를 줄인 이유는 아마도 더 많은 잉여현금흐름 창출을 위한 것이겠지만, 사모펀드가 아니라 넷마블로 인수된다면 더 이상 배당과 재매각을 위해 잉여현금흐름 창출에 목을 맬 필요가 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엄연히 존재하는 최근 낮아진 투자규모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사모펀드로 인수되기 이전과 사모펀드로 인수된 이후를 포괄한 매출액 대비 설비투자 비율을 쓰겠습니다. 정확히 15%가 나옵니다.



이제 기업가치 평가의 요체 중 요체인 잉여현금흐름이 나왔습니다. 아래 차트를 보면 확실히 사모펀드가 소유하던 때에 비해 규모가 적습니다. 2016년을 무시한다면 말이죠. 그렇다고 재읽사가 현금흐름 창출능력을 인위적으로 크게 깎아내린 것도 없습니다. 매출액은 추세대로 증가한다고 가정했고, 영업현금흐름 비율은 하락 추세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수준이 유지된다고 가정했습니다. 유·무형자산 투자는 사모펀드 인수 이전과 이후를 모두 반영해 산출했습니다.


추정된 잉여현금은 공교롭게도 사모펀드 인수 이전, 그리고 웅진그룹이 재인수한 지난해 수준과 같은 추세 안에 있습니다. 재읽사의 추정에 큰 무리가 없다고 인정한다면, 잉여현금흐름은 추세로 복귀한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 잉여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환산하고 비영업자산의 가치를 더하면 현재 시점의 웅진코웨이 기업가치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제 현금흐름을 할인할 가중평균자본비용과 영구성장률이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차례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정말 숫자 놀음이죠. 웅진코웨이의 자본비용과 영구성장률이 얼마나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다음 편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