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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와 신세계가 온라인몰을 물적분할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두 회사의 온라인 몰은 올해 3월 합병해 에스에스지닷컴(SSG.com)으로 재탄생했지요. SSG.com은 이마트와 신세계가 공동으로 이용하던 온라인 플랫폼 이름인데, 합병법인의 회사명이 된 것이죠. 에스에스지닷컴의 설립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신세계-이마트그룹이 미래의 성장 전략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실하게 바꾸었다는 선언이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신세계-이마트그룹은 롯데그룹과 함께 국내 유통업계의 '지배자'입니다. 할인점은 2위인 홈플러스와 상당한 격차를 둔 부동의 1위 사업자이고, 백화점 역시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과 함께 빅3 중 하나입니다. 그런 신세계-이마트그룹이 온라인사업부를 각각 떼 내어 별도 법인을 설립함과 동시에 외국자본인 어피니티 에퀴티 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와 비알브이 캐피탈 매니지먼트(이하 비알브이)로부터 1조원의 자본유치를 합니다. 그리고는 막대한 광고비를 들여 인지도 확보에 나섭니다.


에스에스지닷컴의 탄생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국내 유통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증거로도 볼 수 있습니다. 온라인쇼핑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해 이미 오프라인 시장의 규모를 넘어섰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됩니다. 그리고 그 시장의 주인은 롯데나 신세계 같은 오프라인 강자들이 아니었죠. 쿠팡을 위시한 티몬, 위메프 등 소셜 커머스 3인방(더 이상 소셜 커머스로 보기 어렵지만)과 옥션, G마켓, 인터파크 등 오픈마켓 사업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시장의 빠른 성장을 더 이상 모른 체할 수 없었을 겁니다. 온라인 쇼핑의 성장은 곧 오프라인 쇼핑의 둔화나 정체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로켓 배송을 앞세운 쿠팡의 거래액이 폭증하면서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 할인점들은 직격탄을 맞았죠. 매출은 정체되고 수익성은 빠르게 악화됐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성장판이 닫혀가는 중에 외부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할인점업체들의 사정이 말이 아닙니다.


지금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e커머스 전쟁이 한창입니다. 소셜 커머스 후발 주자로 출발해 2015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지원을 받은 쿠팡이 선전포고를 했다면 신세계-이마트그룹의 에스에스지닷컴은 맞불을 놓은 격입니다. 그리고 그 이전에 티몬과 위메프가 쿠팡과 경쟁했고, G마켓과 옥션을 갖고 있는 이베이코리아, 인터파크 등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그 전쟁에 휘말려 있는 형국입니다.


에스에스지닷컴은 다행히(?)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거래액(GMV)이 2조303억원으로 16.7%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합병 전 이마트 온라인 부문이 지난해 3분기까지 약 20%의 증가율을 보였는데, 그 보다 다소 둔화되기는 했어도 꽤 빠른 성장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에스에스지닷컴은 성장을 위해 만만치 않은 대가를 치르고 있죠. 온라인 쇼핑 시장의 유력한 참가자로 이름을 올리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와 전방위적인 광고 및 판매촉진 활동으로 상당한 적자를 감수하고 있습니다. 물론 연간 1조원의 적자를 내고 있는 쿠팡에 비할 바 아니지만 말이죠.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흑자를 내는 기업은 별로 없습니다. 특히 전쟁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일수록 그렇죠. 쿠팡과 함께 소셜커머스 출신 3인방인 티몬과 위메프도 누적 적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 기업들이 매년 엄청난 적자를 보면서도 피 터지게 싸우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살아남지 못하면 곧 죽음뿐이거든요.



신세계-이마트그룹에 이어 국내 유통업계 1위인 롯데그룹도 참전했습니다. 그룹의 8개 계열사가 운영하던 온라인 사업부를 통합해 롯데쇼핑에 e커머스사업본부를 신설하고 롯데닷컴을 흡수했습니다. 포부도 대단합니다. 앞으로 3조원을 투자해 현재 6조원인 온라인매출을 2023년까지 매출 20조원으로 늘리겠답니다. 롯데가 경쟁자로 지목한 상대는 쿠팡도 아니고 에스에스지닷컴도 아닌 글로벌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입니다. 설마 글로벌 시장에서 아마존과 경쟁하겠다는 것은 아닐테고, 국내 시장을 아마존에게 넘겨주지 않겠다는 유통 지존의 자존심일 것입니다.


신세계-이마트그룹과 롯데그룹, 두 유통공룡의 가세로 온라인쇼핑 전쟁은 점입가경입니다. 기존의 전자상거래업체들은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전쟁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요. 오프라인의 지배자인 롯데와 신세계-이마트가 손쉽게 이 시장을 거머쥘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손정의 회장의 막대한 화력을 지원 받고 있는 쿠팡은 저 만치 앞서 내달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아마존의 초창기와 흡사합니다. 손정의 회장이 '아시아의 아마존'이라고 불렀던 것처럼 아마존의 전략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에 회의의 시선 또한 많습니다. 티몬과 위메프는 여전히 유력한 경쟁자이기는 하지만 기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죠.


이 시장의 터줏대감은 이베이코리아, 인터파크 등 오픈마켓 플레이어들입니다. 이들 역시 순순히 영토를 내주려고 하지 않겠죠. 이들의 수성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아직은 그 누구도 결과를 알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넘어가고 있는 국내 유통시장의 단면과 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업체들의 현재 상황을 짚어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