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의 기사는 작성 후 최소 1주일 경과된 시점에 무료 공개되고 있음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 유통업의 중심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 장바구니를 들고 슈퍼마켓이나 대형 할인점에 가는 것보다 스마트폰이나 PC로 쇼핑을 즐기는 것이 오히려 보편적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오프라인 유통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온라인 쇼핑이 우리 생활의 당연한 일부가 된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온라인 쇼핑의 부상은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 슈퍼마켓, 편의점 등 대표적인 오프라인 유통업의 성장 정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온-오프라인이 모두 성장하려면 우리가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소비를 해야 가능하겠지요. 소비가 크게 늘지 않는 한 한쪽 채널의 부상은 다른 채널의 침체를 야기합니다.
업태별로 하나하나 짚어보겠지만, 오프라인 유통의 정체는 통계적으로 확인됩니다.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은 이미 2012~2013년부터 실질 판매액이 감소세로 접어들었죠. 다만, 지난해 이후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의 희비가 엇갈립니다. 백화점이 극적으로 회복되고 있는 것과 달리 대형 할인점은 급격히 주저 앉고 있습니다.
슈퍼마켓은 10년 가까이 낮은 성장세를 지루하게 유지해 오다 대형 할인점과 마찬가지로 지난해부터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실질 판매액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편의점은 오프라인 유통업태 중에서 유일하게 높은 성장세를 보여왔습니다. 2017년까지 매년 10% 이상 실질 판매액이 증가했으니까요. 동네마다 골목마다 자고 나면 편의점이 하나씩 늘어났던 이유는 편의점이 하나 생길 때마다 편의점 가맹본부인 BGF리테일(CU) GS리테일(GS25) 코리아세븐(7-eleven)의 수입이 증가했기 때문이죠. 뿐만 아니라 각 편의점의 평균 매출도 증가했습니다. 2017년 까지는요.
하지만 2018년 이후 편의점 업태의 증가세마저 급격히 꺾입니다. 실질 판매액 증가율이 5% 미만으로 떨어져 한창 때와 비교해 3분의 1 토막이 납니다. 편의점이 더 늘어도 가맹본부의 수입이 잘 늘지 않습니다. 편의점당 평균 매출은 줄어듭니다. 한밤에는 문을 닫거나 아예 폐업하는 곳이 속출합니다. 이게 2018년 편의점업계 새로운 풍속도입니다.
아무래도 2018년은 국내 유통업계에 이정표 같은 해인 모양입니다. 온라인 유통이 빠르게 성장을 해 오기는 했지만, 오프라인 유통이 이 정도로 표 나게 밀린 건 처음이거든요. 백화점이 유일하게 버틸 뿐이고 다른 업태는 전부 빠르게 위축되고 있습니다. 유통업의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이 이루어진 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무점포 소매업의 대표적인 유형이 인터넷쇼핑과 홈쇼핑입니다.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인터넷쇼핑이, 베이비부머들에게는 홈쇼핑이 익숙하겠죠? 2010년을 지나면서 두 업태의 희비가 갈립니다. 홈쇼핑의 성장이 급격히 둔화되고 인터넷쇼핑의 성장이 두드러지죠.
홈쇼핑을 온라인 유통으로 봐야 할지 말아야 할지 좀 헷갈립니다만, 어느 쪽으로 보든 관계없이 요즘 세대들에게는 외면을 받고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 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인터넷쇼핑은 매년 20%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는 고공행진 중입니다. 점점 그 기세가 강해지고 있지요. 그리고 여기에서도 2018년은 특별히 다릅니다. 인터넷쇼핑의 고공행진은 유지되는 것과 달리 홈쇼핑의 성장률이 하반기부터 급격히 떨어져 지난해에는 '0%'에 가까워집니다.
유통업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배경으로 거론되는 것들은 여럿 있습니다. 1인 가구의 등장과 고령화로 꼭 필요한 것만 그때 그때 사는 실속형 소비가 늘었고, 소위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불리우는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가 소비의 주체로 등장하면서, 이들의 입맛에 맞게 산업의 형태도 바뀌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여기에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보편화 역시 빼놓을 수 없겠죠.
이 모든 배경들의 공통점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는 이미 인구의 30%가 넘었다고 합니다. 2020년 바로 올해부터는 모든 세대 중 구매력 1위로 올라선답니다. 이들의 소비 행태에 적응하지 않으면 어떤 기업이든 도태될 수 있습니다.
온라인 판매가 온라인 유통업계의 전유물은 아니죠.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 오프라인 업체들도 온라인 판매가 가능합니다. 위 그림은 한국기업평가의 보고서에서 가져온 것인데, 각 업태의 온라인 판매를 포함한 성장률을 보여줍니다. 업태별로 상당한 차이가 나타나는데, 우선 백화점은 2018년 이후 기존점 매출이 살아납니다. 신규 출점한 곳은 영 부진합니다. 할인점은 신규 출점의 효과도 없고 기존점 매출마저 감소세로 접어듭니다. 슈퍼마켓은 여전히 그 모양 그 꼴이고요. 편의점은 신규 출점을 크게 줄이면서 전체 판매액의 성장률은 떨어지지만 기존점 매출이 감소에서 증가로 돌아섭니다. 구조조정의 성과인 셈이지요.
오프라인 업태 중 현재 가장 어려운 곳은 할인점 같네요. 상당 기간 부진하다 최근 살아나고 있는 곳은 백화점이고요. 백화점과 할인점의 업황이 이렇게 엇갈리고 있는 현상은 온라인 쇼핑의 급부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백화점이 온라인 판매를 통해 매출을 보완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온라인 쇼핑의 가장 큰 피해자가 대형 할인점이기 때문이죠. 백화점은 온라인 쇼핑의 공세에서 한발짝 비껴 서 있는 형국입니다.
매출만 그런 게 아닙니다. 영업이익도 마찬가지예요. 백화점을 운영하는 신세계, 현대백화점, 한무쇼핑의 영업이익은 2015~2016년을 기점으로 증가세로 돌아섭니다. 그런데 국내 1위 할인점인 이마트와 국내 3위 할인점인 롯데마트를 운영하는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급격하게 꺾이고 있습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과 할인점 뿐 아니라 편의점을 제외한 대부분의 오프라인 유통업을 운영하고 있으니 최근의 부진이 할인점 때문이라고만 할 수 없지만, 다른 백화점 운영업체에 비해 실적이 더 나쁜 이유 중에 롯데마트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백화점과 할인점 실적의 쌍곡선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과거에 지금과는 정 반대의 쌍곡선을 그린 적이 있습니다. 다음 편에 그 이야기를 다루어 보겠습니다.
*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이 제작하는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DRCR(주)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