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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업계 1위 기업은 롯데쇼핑이겠지요? 한해 연결기준 매출액이 17조원으로 다른 어떤 기업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2016년까지는 20조원이 넘었지요. 물론 롯데쇼핑의 매출액을 경쟁기업인 신세계나 현대백화점 등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롯데쇼핑이 백화점 외에 할인점(롯데마트)과 슈퍼(롯데슈퍼)를 영위하고 있고, 종속회사로 롯데홈쇼핑, 롯데하이마트 등을 두고 있으니까요.
최대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신세계가 백화점업만 하고 있는 것과는 상황이 다릅니다. 물론 신세계도 자회사를 여럿 두고는 있습니다. 패션업체인 톰보이와 신세계인터내셔널, 여객터미널(서울고속버스터미널), 관광호텔(센트럴관광개발), 가구소매업(까사미아) 등 유통업으로 볼 수 없는 곳들이고 매출 규모도 크지 않습니다. 자회사 중 주요 유통 업태인 할인점, 슈퍼, 홈쇼핑 등은 없습니다. 2012년에 진출한 면세점 매출이 급증하면서 롯데쇼핑과 격차를 다소나마 줄여주고 있는 정도입니다.
비교를 하자면 업태별로 해야겠지요. 하지만 롯데쇼핑의 백화점부문(이하 롯데백화점)과 ㈜신세계의 매출을 비교해도 차이는 꽤 납니다. 2018년 기준으로 롯데백화점의 매출은 3조2000억원대, 신세계백화점 매출은 2조원이 좀 안됩니다. 그것도 ㈜신세계와는 법인이 다른 ㈜광주신세계(신세계 광주점), ㈜신세계동대구복합환승센터(신세계 대구점), 위탁운영 중인 신세계 충청점을 더했을 때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아래 왼쪽 그림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2016년 이전에는 두 백화점의 매출 차이가 훨씬 컸습니다. 롯데백화점 매출은 8조원이 넘었죠. 신세계 백화점은 1조원대 매출이었고요. 재무제표 상으로 아주 오랫동안 그 차이가 유지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백화점 시장에서 신세계가 롯데에 아예 상대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해하시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2016년 이전 매출액의 차이는 실상과 많이 다릅니다. 롯데백화점 매출이 2017년에 갑자기 3조원대로 급감하게 되는데, 이건 실제 매출이 줄어든 게 아닙니다. 정말 그랬다면 난리가 아니었겠죠. 롯데가 망하는 거냐는 소리가 나왔어야죠. 롯데백화점 실적이 부진하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아닙니다.
매출액이 갑자기 줄어든 것은 수익을 인식하는 방법을 바꿨기 때문입니다. 백화점의 매출에는 직영상품 매출과 특정상품 매출이 있습니다. 직영상품 매출은 백화점이 직접 매입하거나 제조한 물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판매액 자체가 매출액이 됩니다. 반면 특정상품 매출은 실제 판매의 주체는 따로 있고 백화점은 공간을 빌려주는 경우입니다. 이때 백화점이 받게 되는 수수료가 특정상품 매출액이 됩니다.
그러니까 똑같이 삼성전자의 QLED-TV 500만원짜리를 한 대 팔아도, 백화점이 자기 계산으로 사와서 고객에게 팔면 매출액은 500만원이 되는 것이고, 삼성전자가 백화점에 입점해 판매를 하고 백화점에 수수료로 150만원(보통 20~30%의 수수료를 받습니다)을 제공하면, 백화점의 매출액은 150만원이 되는 것이죠.
롯데백화점은 2016년까지 신세계 백화점이나 현대백화점에 비해 직영매출 비중이 매우 높았습니다. 특정상품 매출로 인식해야 하는데 직영매출로 기록한 것이 많았죠. 그걸 2017년에 바꿉니다. 그래서 매출이 급감한 것처럼 보이는 겁니다.
그래도 여전히 롯데백화점의 매출이 신세계보다는 많지요. 2017년 이후로도 신세계백화점 매출은 롯데백화점의 60%에 불과하니까요. 하지만 이 역시 실제와는 다소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백화점의 직영매출 대 특정매출 비중이 서로 같지 않으니까요. 판매액이 동일하다고 해도 직영매출 비중이 높으면 손익계산서상 매출은 커집니다.
오른쪽 그림은 두 회사가 각각 주장하는 시장 점유율인데, 같은 통계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사실에 근접할 겁니다. 2018년 기준으로 대략 10%포인트 차이가 납니다. 2018년 백화점 시장규모(판매액 기준)가 30조원입니다. 이걸로 두 백화점의 판매액을 추정하면, 롯데백화점은 11.7조원, 신세계백화점은 8.5조원 정도입니다. 신세계백화점 매출이 롯데백화점의 72% 수준이 되지요. 재무제표 상에서 나타난 60%에 비하면 차이가 확 줄어듭니다.
지금의 매출액 차이도 여전히 과장된 것일 수 있습니다. 직영매출 비중이 여전히 롯데백화점이 높은 것으로 추측되거든요. 2018년 롯데백화점 매출액 3조2318억원은 판매액 추정치의 28%에 해당합니다. 신세계백화점 매출액 1조9136억원은 판매액 추정치의 23%이고요. 약 5%포인트 정도 세계백화점이 낮습니다. 이것 직영매출로 취급한 비중의 차이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신세계백화점 매출액이 롯데쇼핑과 마찬가지로 판매액의 28%라고 가정하면, 1조9136억원이 아닌 2조3676억원이 됩니다. 두 백화점의 매출액 격차가 꽤 줄어듭니다.
그런데 백화점 매출을 비교하는 것 자체로 두 그룹의 유통업계 내 위상을 가늠하는 것도 사실 말이 안됩니다. 롯데와 신세계 모두 백화점 외에 여러 유통 업태에 진출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으니 묶어서 봐야겠지요. 이건 일종의 사업전략이 빚어낸 차이거든요. 롯데그룹은 백화점에 주로 힘을 실어 성장을 해 왔고, 할인점, 홈쇼핑, 슈퍼마켓, 편의점 등으로 확장을 했죠. 반면 신세계는 할인점인 이마트에 상당한 공을 들였습니다. 오히려 백화점보다 이마트의 성장을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했지요.
다른 업태를 차치하고라도 롯데와 신세계의 유통업계 위상을 비교하려면, 백화점과 할인점을 묶어서 규모와 수익성을 봐야 합니다. 그러면 상당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신세계가 백화점에서는 밀리지만, 할인점에서는 롯데마트에 크게 앞서고 있으니까요. 물론 지금의 이마트는 신세계와 지분이 분리되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영업 상으로는 여전히 긴밀히 협조하는 관계이죠.
아주 정밀하지는 않지만, 롯데쇼핑의 연결 매출액과 신세계와 이마트의 연결 매출액을 비교하면 얼추 비교가 됩니다.백화점과 할인점 매출만 추출해 그려봐도 위 그림과 비슷한 모양이 나옵니다.
2017년 두 그룹의 매출액이 역전됩니다. 가장 큰 원인은 롯데쇼핑의 매출액이 급감한 것인데요. 그 이유는 설명 드린 바와 같이 실제 매출감소가 아니라 수익인식 방법의 변경에 의한 것입니다.
이건 상당한 의미를 갖습니다. 비록 재무제표 상으로는 매출 역전이 2017년에 발생했지만, 실제로는 그 이전 언젠가에 이미 두 그룹의 매출액 순위가 바뀌어 있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아니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반대로 신세계그룹의 유통 매출이 줄곧 롯데쇼핑을 앞서 왔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궁금하기는 하지만 굳이 추적해서 밝혀내지는 않겠습니다. 그것 자체가 그리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e커머스 전쟁을 쓰겠다고 하더니 뜬금없이 왜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을 견주냐 고요? 오프라인 유통 공룡인 두 그룹은 2015년 이후 뜨겁게 달구어 지고 있는 e커머스 전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 그룹이 받는 영향의 정도가 사뭇 다릅니다. 또한 온라인 쇼핑업체 공격에 응전하는 자세에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죠. 다음 편에서 계속 이어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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