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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으로 패러다임이 넘어가면서 국내 1등 유통업체였던 이마트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는 지난 시리즈인 '흔들리는 이마트'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여기서는 지난해 이마트의 실적만 간단히 언급하겠습니다



회사의 설명에 따르면, 할인점과 기존점 매출이 지난해 역신장을 기록했습니다. 할인점 전체 매출은 증가했네요. 하지만 기존점 매출은 3.4% 감소했습니다. 트레이더스도 3분기까지는 기존점 매출이 감소했는데, 4분기에 좀 회복이 되었나 봅니다. 물론 22.4%의 증가율은 신규 출점의 효과이고요.


이마트(별도기준)의 연매출은 14조6733억원으로 전년보다 1.7% 감소했습니다. 감소 폭이 크지 않지만 사실 실망스러운 실적입니다. 트레이더스 신규 매장을 계속 늘려가고 있고 할인점 매장도 줄지 않는데 매출이 줄었으니까요. 이게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온라인쇼핑이 급성장하면서 생긴 여파이니, 유통 패러다임이 바뀌는 영향을 받은 겁니다. 특히 기존점 매출이 준다는 것은 신규 출점을 하지 않는 한 지금의 매출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니 상당히 의미심장합니다.


하지만 이마트에게는 위안 거리가 있죠. 매출 감소의 상당 부분이 에스에스지닷컴의 출범에 따른 결과라는 겁니다. 온라인사업부를 분할해 별도 법인으로 나누면서 더 이상 이마트 매출로 잡히지 않는 것들이 있는 거죠. 이것까지 감안한다면 이마트의 매출 자체는 선방한 셈이죠.


성장정체의 충격은 롯데가 훨씬 크게 받고 있습니다. 롯데마트가 이마트에 비해 훨씬 고전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한때 현금부자로 소문났던 롯데가 갑자기 돈에 쪼들리는 상황이 됐습니다.



롯데쇼핑은 사실상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백화점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중심으로 꽉 채워진 포트폴리오가 동반 부진한 탓이죠. 그 중에서도 할인점의 실적 추락이 결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은 모두 온라인쇼핑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 또는 계획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에도 매년 조 단위의 투자가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영업으로 돈을 벌지 못하면 어떻게 하죠? 외부에서 조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롯데쇼핑이 점포를 세일즈앤리스백(S&LB)을 통해 자금조달의 수단으로 쓰게 된 건 어쩌면 필연입니다. 공교롭게도 할인점을 운영하는 세 회사가 모두 매장을 세일즈앤리스백으로 돌리고 있는데, 사정이 가장 급했던 곳은 롯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마트는 비록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지만 현금흐름은 감소 폭이 크지 않았습니다. 외부 조달이 롯데만큼 절실하지 않았을 겁니다.


롯데쇼핑은 할인점 점유율이 빅3중 꼴찌라 그런지, 신규 점포를 꾸준히 늘려왔습니다. 다른 두 곳(이마트, 홈플러스)이 부진한 매장을 폐장하거나 창고형 매장으로 전환하면서 구조조정을 하고 있던 것과는 상황이 달랐죠. 하지만 앞으로 할인점에 대한 투자는 사실상 중단할 모양입니다.



롯데마트에 대한 투자 중단은 백화점에서 할인점으로 넘어갔던 유통업의 헤게모니가 온라인쇼핑으로 완전히 넘어갔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롯데마트 할인점은 이제 확장의 대상이 아니라 구조조정 및 비용축소의 대상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