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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개미 김성진씨는 화천기계 지분 10.433% 취득을 위해 자신이 대주주인 ㈜보아스에셋과 ㈜원옥을 동원했는데, 보아스에셋이 약 42억6000만원, 원옥이 약 20억3000만원, 김성진씨 본인이 약 7억6600만원을 썼습니다. 총 취득주식 229만여 주중 200만주 가량을 4월20일 하루에 대량 매집했고, 5월4일~5월13일 사이 나머지 주식을 추가 매수했죠. 그런데 5월의 매매 중에는 소량이지만 일부 주식을 매도하기도 했습니다. 첫 매수에 비해 주가가 10% 정도 오른 가격에 팔기는 했지만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한 매도로 보기엔 무리일 것 같습니다. 매도 물량이 3만여 주에 불과하고, 경영권 찬탈을 노리고 매집하면서 약간의 시세차익을 욕심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보아스에셋과 원옥이 일부 매도를 한 3일간 김성진씨가 20만주 가량을 매입한 걸 보면 평균 매입단가를 조절하려는 의도가 있었나 싶기는 하지만, 이것 만으로 시세조정을 시도했다고 단정짓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보다 중요한 건 지분 취득 재원일 텐데, 보아스에셋이 15억원, 원옥이 8억원을 신한금융투자에서차입했습다. 김성진씨는 자기자금 약 6억원에 차입금 약 1억7000만원으로 취득 자금을 결제했습니다. 차입금을 조달해 주식을 매수하는 건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매입한 주식을 담보로 맡겨야 할텐데, 주가가 하락하게 되면 담보인정비율을 맞추지 못해 반대매매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약 70억원의 매입 자금의 대부분이 자기자금인이니, 주식의 담보인정비율(140%)을 감안해도 추가 제공할 담보는 충분해 보입니다.


김성진씨가 대주주를 압박하기 위해 지분 추가 매수를 시도할 수도 있겠죠. 자금조달 능력이 충분하다면 그 가능성이 높아질 겁니다. 그런데 원옥은 외부감사 의무가 없는 일반법인이고, 김성진씨 개인의 자금동원 능력을 알 수 없어서 파악이 사실상 어렵습니다.


원옥은 가전온수기 수입판매, 커피전문점, FA기기 및 부품 도소매를 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는데, 지난해말 기준으로 자산총액 482억원이고 자본총액이 476억원(자본금 20억원)입니다. 부채가 거의 없죠. 외감법인이 아닌 걸 보면, 매출은 70억원 미만일 겁니다. 외감법 시행령에 따르면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과 매출액 중 하나라도 500억원 이상이면 외감 대상이 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자산총액이 120억원 이상, 부채총액이 70억원 이상,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 종업원이 100명 이상의 네 가지 조건 중 2개 이상에 해당해야 외부감사 의무가 생깁니다.


원옥이 마지막으로 외부감사를 받은 건 지난 2008년 사업연도입니다. 당시에도 자본금은 20억원이었지만, 자산총액은 96억원이었고 자본총액은 62억원이었습니다. 연 매출은 약 30억원 정도였죠. 자본금이 그대로인 걸 보면 유상증자를 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자산과 자본이 모두 크게 늘었습니다. 연 매출이 아직도 70억원 미만이니 자산이나 자본에 비해 늘지 않은 게 분명하죠. 영위하는 사업도 달라진 것 같지 않고, 커피전문점은 '커피오다'라는 브랜드의 프랜차이즈인데, 흠… 들어 본 적이 없네요.



증자를 하지 않았는데 자본이 62억원에서 476억원으로 늘고, 부채가 34억원에서 6억원으로 줄었다면, 13년간 회사에 쌓인 유보이익이 440억원이 넘는다는 계산이 됩니다. 영위하는 사업과 매출 규모로 볼 때 장사가 잘 돼서 큰 돈을 벌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김성진씨가 슈퍼개미라고 불리는 건 투자를 잘 하다는 말일 테니, 주식투자 등의 부업이 큰 성공을 거두지 않았나 싶습니다.


원옥의 2008년말 자산내역을 보면 총 96억원 중 매도가능증권이 25억원이나 됩니다. 보아스에셋의 전신인 ㈜보아스를 제외하면 SG글로벌, C&우방랜드, SG&G, 성안 등 대부분 상장주식이고, 이들 주식을 취득하는데 33억원을 썼습니다. 본업만큼이나 재테크에 열심인 기업이었다는 걸 알 수 있죠. 원옥은 지난해말 기준 김성진씨가 61.47%의 지분을 소유 중인데, 2008년말 이후 지분이동이 없었다면 특수관계자를 포함한 지분율이 96.39%에 이릅니다. 김성진씨 뜻대로 모든 게 이루어질 수 있는 회사인 거죠. 원옥의 투자는 곧 김성진씨의 투자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화천기계 지분 취득의 주포(?) 역할을 하는 보아스에셋은 K-OTC 등록기업인 ㈜끄렘드라끄렘이 김성진씨의 회사 ㈜보아스를 역합병하면서 상호변경한 곳입니다. 보아스가 끄렘드라끄렘의 지분을 취득해 최대주주(지분율 57.25%)가 된 후 자회사인 끄렘드라끄렘에 합병되면서 합병법인 보아스에셋이 K-OTC 등록기업이 된 셈이죠. 역합병으로 김성진씨가 보아스에셋의 지분 47.35%를 보유하게 되었고, 원옥도 13.4%의 지분을 갖게 되었습니다. 등기임원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김성진씨의 지분율은 76%에 이르고, 등기임원 대부분은 원옥의 전·임원들로 구성되었습니다.


끄렘드라끄렘에 역합병되기 전 ㈜보아스는 자산총액이 442억원인데, 부채는 3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고 자본총계가 439억원(자본금 41억원)에 달합니다. 원옥과 마찬가지로 부채가 거의 없고, 자본금에 비해 자본총액이 훨씬 큰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자기자본의 대부분이 유보이익으로 구성되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런데 이 회사, 기타교육서비스 사업을 한다는데 지난해 기준 연매출이 450만원 밖에 되지 않습니다. 3억3600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당기순이익은 2억원이 넘어요. 영업 외에서 5억원이 넘는 이익을 얻었다는 소리죠. 본업은 간판이고 실제로는 다른 일로 돈을 벌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김성진씨 회사이니 역시 투자 아니겠어요? 원옥과 다를 바 없는 회사로군요.


김성진씨가 최대주주(3월말 현재 54.46%)였던 ㈜보아스는 원옥, 김성진씨 등 특수관계자와 함께지난해말 장외매수를 통해 끄렘드라끄렘 지분 57.46%를 취득합니다. 끄렘드라끄렘 주요 주주들의 지분 대부분을 일괄 인수한 듯 합니다.



핸드백과 지갑 등 패션잡화를 만드는 끄렘드라끄렘은 위기에 처한 기업이었습니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거의 반토막인 5억원으로 줄고 무려 4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자본잠식은 아니었지만, 결손금이 111억원에 달했습니다. 경영악화로 임금지불이 어려운 지경이었고 노조 및 채권자와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었습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를 시도했지만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이 제기되면서 무산되었고 그 바람에 채권자 및 노조와 협상이 결렬되었습니다. 심지어 지난해 10월에는 매출 전부를 차지하는 '브비에' 브랜드의 영업중단으로 최악의 상황에 놓였습니다. 사실상 부도에 직면한 기업을 김성진씨가 사서 자신의 회사 보아스의 껍데기로 활용한 셈이죠.


김성진씨는 왜 망할 뻔한 끄렘드라끄렘을 인수하고 보아스와 합병한 걸까요? 합병의 배경으로 제시된 설명은 보아스의 자금력, 경영자원 및 Wi-Fi 무선 전파만으로 드론 비행거리 1km를 시현한 기술의 통합으로 매출 등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는 것입니다. 재무구조가 튼튼한 보아스를 역합병하면서 재무적으로 안정을 찾고 패션 잡화 사업을 보다 공격적으로 확대할 수 있겠다는 기대는 되는데, 드론 비행 기술로 가죽 핸드백과 가죽 지갑 매출을 어떻게 더 늘릴 수 있다는 건지 선뜻 납득이 되지 않네요.


합병으로 드러난 확실한 효과는 끄렘드라끄렘이 망할 위기에서 벗어나고 보아스가 보아스에셋이라는 이름으로 K-OTC 기업이 되었다는 것이죠. 엄연한 장외 시장이니 상장이라는 표현을 쓸 수는 없지만 주식의 유통성이 확대되고, 유상증자나 차입을 통한 자금조달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코스닥이나 코스피 시장에 상장하는 관문으로 인식되기도 하죠.


김성진씨가 매출이 거의 없는 보아스를 핸드백과 지갑 만드는 회사와 합병한 이유가 그동안 번 돈으로 패션잡화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 였는지는 앞으로 행보를 보면 알 수 있겠죠. 하지만 김성진씨는 합병절차가 한창 진행되는 와중인 지난 4월20일 화천기계 주식에 대한 대량 매수를 감행했죠. 지금으로서는 끄렘드라끄렘과 합병이 화천기계 적대적 M&A를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고 보는 게 보다 적절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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