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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원씨엔아이의 새로운 최대주주인 티알아이 리스트럭처링 투자조합 1호(이하 티알아이 투자조합)은 티알인베스트먼트라는 투자회사가 설립한 조합입니다. 티알인베스트먼트는 2013년 9월 임지윤이란 분이 2억원의 자본금으로 설립했는데, 현재는 주주가 황영준(95.74%)과 김재균(4.26%) 두 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티알인베스트먼트는 2014년 7월에 네오피델리티라는 코스닥 상장사의 최대주주와 지분 24.2%를 105억원에 양수하기로 계약을 합니다. 하지만 양수인의 지위를 ㈜티알에스라는 곳에 넘기게 되죠. 네오피델리티의 현 이름은 엔시트론이고, 엔시트론의 최대주주는 여전히 티알에스(6월말 현재 지분율 7.70%)입니다.
최대주주의 설립 당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유가 있습니다. 티알인베스트먼트의 바통을 이어받아 엔시트론을 인수한 티알에스의 최대주주가 옵트론텍(98.45%)입니다. 티알인베스트먼트의 설립자인 임지윤씨는 옵트론텍의 지분 16.66%를 보유한 최대주주 겸 대표이사이고, 티알에스의 대표이사이기도 합니다. 티알에스는 엔시트론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로 임지윤씨의 개인회사나 다름 없었는데, 지금은 옵트론텍의 자회사가 되었죠.
지난해 12월 녹원씨엔아이 대표이사에 선임된 김성우씨는 티알에스에 인수될 당시 엔시트론의 부사장이었고, 옵트론텍의 현재 부사장이기도 합니다. 티알아이투자조합이 녹원씨엔아이 최대주주가 된 건 올해 1월인데, 녹원씨엔아이는 그 전에 기존 이사진이 전원 사임하고 전혀 새로운 인물들로 경영진을 꾸리죠. 김성우씨는 2020년까지 엔시트론 대표이사를 지낸 후 2021년부터 옵트론텍 부사장(미등기)으로 옮겼는데, 이제는 녹원씨엔아이와 녹원씨엔아이의 100% 자회사가 된 해화㈜의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습니다.
그럼 녹원씨엔아이를 인수한 실질 주주는 최대주주인 조합의 최대주주 티알인베스트먼트의 95.74% 지분을 가진 황영준씨일까요, 옵트론텍의 대주주이며, 옵트론텍의 부사장 김성우씨를 녹원씨엔아이 대표로 앉힌 임지윤씨일까요. 명목상의 지분 관계보다는 자금의 흐름과 경영권의 향방에서 답을 찾는 게 적절할 것입니다.
티알아이투자조합은 조합 출자금을 재원으로 녹원씨엔아이의 유상신주를 취득하면서 최대주주가 되었죠. 156억원의 운용자산으로 조성된 조합출자금의 67.95%를 댄 건 티알인베스트먼트입니다. 티알인베스트먼트의 재무상황이 공시된 가장 최근은 2020년말인데요. 황영준씨가 티알인베스트먼트 지분을 거의 전부 소유하고 있지만 티알인베스트먼트의 자본금은 2억889만원에 불과하고 이게 납입자본의 전부입니다. 황영준씨의 돈은 2억원이 들어간 셈이죠. 티알인베스트먼트의 순자산은 (-)18억원이었고, 자산은 76억원, 부채가 94억원이었습니다. 자산 전부가 차입금을 조달해 마련됐다는 겁니다.
티알아이투자조합 출자금 156억원 중 티알인베스트먼트가 댄 돈은 106억원(67.95%)이니, 티알인베스트먼트는 조합 출자를 위해 새로 자금을 조달했을 것이고, 그 조달은 추가 증자나 차입으로 이루어졌겠죠. 신규 자금을 제공한 곳이 황영준씨가 아니라면, 지분관계로 황영준씨가 최상위 꼭지점인 것 같지만, 재무적인 측면의 기여는 미미할 수 있죠. 티알인베스트먼트는 투자대상을 물색하고,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투자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충분하고, 녹원씨엔아이의 실질적인 주주는 임지원씨일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는 이유입니다.
티알아이투자조합에 출자한 또 하나의 주목할 회사가 해성옵틱스㈜입니다. 해성옵틱스는 올해 1월 티알아이투자조합에 50억원을 출자했습니다. 그런데 해성옵틱스는 지난해 12월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해성옵틱스가 약 269억7600만원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오에이치얼머스 리스트럭처링 투자조합 1호(이하 오에이치얼머스 투자조합)이 단독 참여해 지분 28.16%로 최대주주가 되었습니다. 이 투자조합의 업무를 맡아하는 곳(업무집행조합원)은 얼머스인베스트먼트와 티알인베스트먼트입니다.
오에이치얼머스투자조합을 조성해 해성옵틱스 인수를 추진한 주역은 해화의 주인이었던 조철씨로 언론에 보도된 바 있습니다.조합 결성 당시 ㈜우림이 19.19%로 최다 출자자였고, 이아이디(18.45%)가 2대 출자자였습니다. 또 옵트론텍, 해화, KDB캐피탈이 각각 11.07%씩 동일 비율로 출자했죠.
㈜우림은 1998년 설립된 물류 운반기 제조업체로 주주가 3명인데, 최다 출자자는 이경숙씨(36.9%)이고 임윤섭(35.0%), 임지윤(28.1%)씨가 나머지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세 사람은 친인척 관계이니 우림은 임지윤씨 가족회사로 보면 됩니다. 임지윤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죠. 임지윤씨는 2008년에 우림을 앞세워 코스닥 상장사 해빛정보를 인수했고, 해빛정보와 옵트론텍이 합병해 지금의 옵트론텍이 되었죠.
해성옵틱스 인수 후에 조합의 출자비율이 바뀌어 최다 출자자가 옵트론텍(23.62%)이고, 이아이디(18.45%), 해화(17.71%), KDB캐피탈(11.07%) 순입니다. 임지윤씨 가족회사 우림이 보유하던 지분이 옵트론텍과 해화로 이동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해성옵틱스의 다른 주주로는 옵트론텍의 자회사로 임지윤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티알에스(1.51%)를 비롯 해성옵틱스가 49% 지분을 소유한 해성인베스트먼트(1.93%)와 이전 최대주주인 이재선씨와 그의 가족들이 있습니다. 이트론→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의 순환출자 구조의 3형제 중 하나인 이아이디가 여기에도 등장하네요. 참 발이 넓은 3형제입니다.
주주는 아니지만 당시 해화의 최대주주였던 조철씨와 옵트론텍의 최대주주인 임지윤씨도 개인적으로 각각 20억원씩을 전환사채에 투자해 1.90%씩의 잠재 지분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발행 사채를 취득한 게 아니라 유통 중인 사채를 취득했거나, 회사가 전환사채를 만기전 취득해 두 사람에게 재매각한 것이 아닐까 추정됩니다. 두 사람이 해성옵틱스 전환사채를 취득한 시점은 오에이치얼마스투자조합이 최대주주가 되기 이전인 것 같고, 해성옵틱스는 지난해 7월, 11월 재매각 목적으로 65억원의 전환사채를 만기전 취득한 적이 있습니다. 그 중 약 40억원이 두 사람에게 넘어갔을 수 있죠. 두 사람은 오에이치얼머스 투자조합이 최대주주가 되기 이전인 지난해 10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해성옵틱스의 사내이사가 되고 조철씨가 대표이사를 맡습니다.
녹원씨엔아이의 인수 주체로 보이는 쪽은 아무래도 옵트론텍의 주인이자 대표이사인 임지윤씨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임지윤씨는 녹원씨엔아이 인수 전에 해화의 주인인 조철씨와 함께 해성옵틱스를 인수했고, 해성옵틱스를 녹원씨엔아이 인수에 참여시켰죠. 그런데 녹원씨엔아이는 지난 5월에 해화의 지분 100%를 276억원에 매입하죠. 조철 외 40인은 현금 152억원과 전환사채(24회차) 129억원을 대가로 받게 되고, 녹원씨엔아이는 이달에 7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129억원의 전환사채 중 68억원을 상환할 예정이죠. 결국 조철 외 40인이 받게 되는 현금은 220억원이 되는 셈입니다.
68억원의 전환사채를 현금으로 돌려 받는 쪽은 조철씨와 그의 특수관계자 3인 중 2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수관계인 조철, 조지혜, 정현주, 홍은진 등 4인이 인수한 전환사채가 77억원인데, 이중 홍은진씨를 뺀 조철 외 2인이 인수한 전환사채가 딱 68억원이거든요. 우연의 일치로 계산이 맞아 떨이지는 것일 수 있어서 확신을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 짐작이 맞다면 조철씨 개인이 녹원씨엔아이 지분을 매각해 확보하게 되는 현금은 73억원이 됩니다. 특수관계자 3인을 포함하면 144억원이 되고요.
조철씨는 해화를 매각해 거액의 현금을 확보했고 해성옵틱스의 대표이사로 취임해 경영을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티알인베스트먼트를 움직이는 손이 임지윤씨가 맞다면, 임지윤씨는 녹원씨엔아이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 셈이 되었죠. 여기에 또 한 사람을 보태야 할 것 같습니다. 바로 해성옵틱스의 최대주주 겸 대표이사였던 이재선씨입니다. 최대주주 자리를 내려놓고 이사직에서도 물러났지만, 여전히 해성옵틱스의 6.62% 지분을 갖고 있고, 자신이 대표로 있는 해성인베스트먼트와 가족의 지분을 더하면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죠.
임지윤(1979년생), 조철(1973년생), 이재선(1976년생)은 동년배이고, 옵트론텍은 스마트폰용 광학부품을, 해성옵틱스와 해화는 스마트폰 카메라모듈에 탑재되는 AF/OIS 액츄에이터를 생산하는 동종업계입니다. 또 해화는 지난해말 현재 순자산이 마이너스(-)인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고, 해성옵틱스는 5년 연속 적자행진 중이었고 지난해 매출이 무려 73%나 감소했습니다. 두 회사 모두 위기 상황이었죠. 가장 규모가 큰 옵트론텍이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았지만 2년 연속 매출 감소와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위기를 모면하고 돌파구를 찾아야 되는 각자의 사정이 있었던 셈입니다. 3인의 의기투합 가능성은 충분하지 않을까요. 시각을 달리 하면 조철씨와 이재선씨가 임지윤씨의 우산 아래로 들어왔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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