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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은 최근 사업개편이 활발하게 진행 중인 대표적인 기업집단입니다.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한화투자증권 지분을 한화자산운용으로 모았고, 최상위 지배회사 ㈜한화는 100% 자회사이자 그룹 최대 금융회사인 한화생명의 최대주주인 한화건설을 합병했습니다. 3개 회사에 나뉘어 있던 방산부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집중시켰습니다.
사업재편이 지분양수도와 합병 등을 통해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지배구조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 끝에는 금산분리 숙제 해결과 김승연 회장에서 김동관·동원·동선 3형제로의 승계가 있겠죠. 한화솔루션의 자회사 분할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한화솔루션의 행보를 이해하기 이전에 이 회사가 수 차례의 계열사 합병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걸 먼저 알아야 합니다. 2018년 11월 한화케미칼의 자회사 한화첨단소재가 태양광 소재사업을 하는 한화큐셀코리아를 흡수합병해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설립되었고, 2019년 9월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한화글로벌에셋(존속회사)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분할신설회사)로 인적분할됩니다. 2020년 1월에는 한화케미칼이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흡수합병하고 사명을 한화솔루션으로 변경합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4월 한화갤러리아를 흡수합병하고 한화도시개발의 자산개발 사업부문을 분할합병합니다.
한화솔루션의 전신(前身)인 한화케미칼은 기초소재 회사인데요. 여기에 자동차 소재사업을 한화첨단소재, 태양광 셀 및 모듈을 생산하는 한화큐셀코리아, 백화점업을 하는 한화갤러리아가 망라된 복잡한 사업구조로 바뀐 게 한화솔루션입니다. 태양광 부문인 한화큐셀코리아를 한화첨단소재와 합병할 당시 태양광 사업은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었습니다. 백화점 부문을 흡수합병할 때 한화그룹의 백화점 사업이 부진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죠. 위기의 태양광사업과 백화점 사업을 구하기 위해 한화케미칼이 나섰던 셈입니다. 한화솔루션 한 회사 안에 기초소재 부문, 자동차소재 부문, 태양광 부문, 백화점 부문이 공존하는 배경이기도 하죠.
지난 23일 한화솔루션은 백화점 부문인 한화갤러리아 외에 또 하나의 분할 공시를 했는데요. 바로 자동차소재부문과 태양광 소재 부문을 묶은 한화첨단소재를 물적분할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로써 한화첨단소재는 영위사업에 다소 변화가 생기기는 했지만 지배구조상으로는 2018년 한화케미칼에 흡수합병되기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볼 수 있죠.
한화첨단소재의 물적분할은 자금조달에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00% 자회사가 되는 신설회사 한화첨단소재의 주식 일부를 매각해 한화솔루션에 현금을 채워 놓겠다는 것이죠. 실제로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라는 사모펀드와 한화첨단소재 지분 약 49%를 6000억원 수준에 매각하는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화솔루션은 이 자금을 해외 태양광 사업에 투자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한화갤러리아는 한화첨단소재와 달리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을 선택했습니다. 분할의 목적이 한화첨단소재와 다르다는 걸 의미합니다. 물적분할을 하게 되면 신설회사는 존속회사의 100% 자회사가 되지만, 인적분할로 신설된 회사는 (자사주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모회사의 자회사가 됩니다. 한화솔루션의 모회사는 ㈜한화이니, 인적분할로 설립되는 한화갤러리아는 ㈜한화의 자회사가 됩니다.
한화갤러리아의 최대주주가 한화솔루션이 되는 것과 ㈜한화가 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한화그룹에서 가장 비중이 큰 한화솔루션과 방산 부문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에게 승계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의 사내이사입니다. 한화갤러리아가 한화솔루션의 100% 자회사가 되면 김동관 부회장의 통제 하에 놓이게 되는 셈이죠.
반면 한화갤러리아가 ㈜한화의 자회사가 되면 3형제 중 어느 쪽으로 승계될 지 모르는 상황이 됩니다. ㈜한화는 김승연회장 일가가 31.85%, 김 회장의 세 아들이 100% 지분을 가진 한화에너지가 9.70%를 보유한 회사입니다. 세 아들로 경영권 승계를 할 때 교통정리가 수월해 지죠.
한화생명 등 금융계열사는 2남 김동원 부사장의 몫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현재 한화생명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죠. 3남 김동선 상무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현재의 구도로 보면 향후 한화그룹의 총수는 김동관 부회장이 가장 유력하고, ㈜한화가 지주회사가 되면, 금산 분리에 따라 떨어져 나올 한화금융그룹은 김동원 부사장이 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동선 상무는 호텔과 유통(어쩌면 건설을 포함해서)을 승계하게 될 그림이죠. 그런데 유통부문의 핵심인 한화갤러리아가 한화솔루션의 100% 자회사로 있으면 안되겠죠.
한화갤러리아의 인적분할은 유통부문이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에게 승계되지 않는다는 걸 확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죠. 두 형에 비해 입지가 좁았던 김동선 상무의 설 자리가 분명해 진 셈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호텔 및 유통부문에 대한 교통정리가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지분구조가 애매합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한화가 49.8%, 한화솔루션이 49.57%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연초만 해도 한화솔루션의 지분은 47.90%였고 한화건설이 1.67%를 갖고 있었는데, ㈜한화가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할 때 한화건설 지분을 한화솔루션에 넘겼습니다. 그대로 흡수합병 했으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한화가 50%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가 되었을 텐데 말이죠.
한화건설 합병 이전에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지분을 왜 한화솔루션에 넘겼는지는 불확실합니다. 이미 ㈜한화의 종속회사로 되어 있어서 ㈜한화의 연결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한화에 현금이 필요해서 자회사인 한화솔루션에 매각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는 한데, 매각대금이 267억원 밖에 되지 않아서 역시 설득력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가장 납득이 되는 해석은 김동선 상무에게 유통 부문을 맡기는 건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죠. 삼형제는 상당기간 ㈜한화의 공동 소유자로 그룹의 지배권을 행사할 것 같은데 화학부문, 금융부문, 유통부문의 경영을 각각 나누어 맡더라도 김동관 부회장이 유통부문의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놓은 것 아니냐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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