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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매입 관련 유동화는 2018년 2월23일 종료됩니다. 차주인 롯데인천개발은 7000억원의 차입금을 에이치앤디에이블제이차(유)에게 상환하죠. 하지만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매입을 위한 차입금은 한 푼도 줄지 않습니다. 오히려 8000억원으로 늘죠. 새로운 장부상회사를 내세워 다시 차입을 했기 때문입니다. 엘인천제일차 유한회사(3000억원)과 엘인천제이차유한회사(5000억원)이 그것입니다.


당시 롯데쇼핑은 롯데인천개발의 주주가 아니었습니다.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등 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이 인적분할하고 각각의 투자부문을 합병해 롯데지주가 탄생했는데요. 이때 롯데쇼핑이 가지고 있던 롯데인천개발의 지분도 롯데지주로 넘어갔거든요. 롯데인천개발의 최대주주는 정체가 불분명한 Sapas Investment의 보통주와 우선주를 인수한 롯데물산이 이어 받았습니다.


두 유한회사에 대한 정보는 거의 공개된 게 없습니다. 롯데쇼핑과 롯데물산 등의 공시와 재무제표에 롯데쇼핑이 8000억원을 차입한 사실과 롯데물산이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거의 전부입니다. 설립 당시에는 유한회사에 공시나 외부감사를 받을 의무가 없었지만, 2020년부터는 매출액이나 자산규모가 500억원  이상이면 공시를 하도록 법이 개정되었는데도 여전히 공시된 게 전혀 없습니다.


증권예탁원은 자산유동화 정보를 모아 공개하고 있습니다. 유동화증권을 발행한 회사, 발행규모와 만기, 실질자금조달자, 신용보강에 대한 정보들을 검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신용평가사에는 유동화증권에 대한 신용평가 정보가 있죠. 흩어져 있는 그것들을 모아 롯데그룹이 2018년에 어떻게 자금조달을 했는지 부분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쉽지만 증권예탁원에도 모든 유동화정보가 있는 건 아닌 모양이더라고요. 확인 가능한 것은 일부분 뿐입니다.


자산유동화 작업은 KB증권에서 맡습니다. 5년 전 자산유동화회사를 통한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매입자금 마련을 주관했던 현대증권의 후신이죠. 워낙 큰 규모의 조달이라 계열 은행인 국민은행과 다른 증권사들도 참여합니다.



엘인천제일차(유)와 엘인천제이차(유)는 롯데인천개발에 빌려 줄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최종 투자자에게 바로 매각하지 않습니다. 각각 대주단을 꾸리게 됩니다. 자산유동화증권이 아니라 자산유동화대출(ABL)이었던 것이죠.


대주단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는 잘 파악되지 않습니다만 대부분 자산유동화 회사들로 꾸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엘인천제일차(유) 대주단에는 엘엠아이제일차㈜와 엘엠아이제이차㈜가 각각 2000억원과 500억원으로 참여하고, 엘인천제이차(유)에는 케이비엘인천제일차(유), 지에스더블유유동화제이차㈜, 엠디엘퍼스트㈜이 각각 1000억원, 1000억원, 800억원 규모로 대주단에 포함됩니다. 대주단 모집이 원활하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롯데그룹 계열 금융회사인 롯데캐피탈이 엘인천제일차(유)에 500억원을 대출한 것을 보면 말이죠.



엘인천제일차(유)의 대주인 엘엠아이제일차와 엘엠아이제이차의 주관사는 KB증권이 맡았고, 엘인천제이차(유)의 대주인 케이비엘인천제일차는 국민은행이, 지에스더블유유동화는 한국투자증권이, 엠디엘퍼스트는 미래에셋증권이 주관회사로 나섭니다. 이들은 신용보강, 자금보충 약정, 인수확약 등의 신용공여를 제공해 유동화회사가 발행하는 유동화증권이 높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게 합니다.


엘인천제일차와 엘인천제이차에 대한 대출채권을 기초로 유동화회사들이 발행한 유동화증권과 유동화차입금은 최종 만기를 모두 2023년 2월23일로 맞춥니다. 원 채무자인 롯데인천개발이 원금을 상환하면 모든 채권-채무관계가 동시에 해소되는 것이죠.


엘인천제일차에 대한 대출채권은 주로 금융기관들이 받아갔습니다. 엘엠아이제일차의 유동화차입금(1700억원)과 전자단기사채(300억원)는 수산업협동조합, 대전동부신용협동조합, 성남중앙신용협동조합, 부산시중앙신용협동조합, 신용협동조합중앙회, 교보생명보험, KB증권(500억원)이 가져갑니다. 엘엠아이제이차는 새마을금고중앙회와 IBK연금보험에서 각각 250억원씩을 조달해 500억원을 맞춥니다.


엘엠아이제일차가 발행한 전자단기사채(ABSTB)는 KB증권이 처음부터 떠안았는데요. 아마도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전자단기사채는 3개월마다 차환 발행되는 구조였는데, 2019년 9월에 차환이 중단되었습니다. 상환이 되었을 리는 없고, 유동화차입금으로 전환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엘인천제이차(유)의 자금조달은 매우 복잡합니다. 대주인 유동화회사들이 발행한 유동화증권ABSTB 또는 ABCP)들이 최종 투자자에게 바로 간 게 아니라, 또 다른 장부상회사에 인수되거든요. 롯데인천개발의 차입금이 엘인천제이차에서 한번, 대주단에 참여한 지에스더블유유동화제이차 등에서 또 한번, 그리고 지에스더블유유동화제이차의 유동화증권을 인수해 간 유동화회사에서 다시 유동화가 이루어지는 3중 유동화 구조입니다. 롯데인천개발이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매입자금의 만기를 연장하는데 무려 세 단계의 장부상 회사를 거친 셈입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복잡한 유동화 구조를 짰을까요? 거듭해서 유동화를 할수록 최종 투자자에게는 금리 매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데 말이죠. 실제로 엘인천제이차의 유동화대출채권의 금리는 4.01%이지만, 지에스더블유유동화제이차가 발행한 전자단기사채의 금리는 3.98%이고, 아이코스제이차와 더블유에이베스트가 발행한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의 금리는 2.05%입니다.


결국 문제가 터졌습니다. 2.05%의 금리로 할인 발행된 아이코스제이차가 발행한 기업어음이 차환발행에 실패한 것이죠.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아이코스제이차의 기업어음의 전부 또는 일부가 시장매출에 실패해 대금납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미매각 기업어음을 매입하기로 유동성공여 약정을 체결했습니다. 아이코스제이차 기업어음은 2021년에 206억원, 2022년에 9월까지 약 92억원의 미매각이 발생했고, 결국 한국투자증권이 모두 매입해 보유 중(액면 기준 298억원)에 있습니다.


지난해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돌입하면서 시장금리도 급등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면서 자산유동화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죠. 현재 시장금리에 비해 할인율이 매우 낮은 롯데인천개발(지금은 롯데쇼핑) 관련 ABCP나 ABSTB들이 차환발행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었습니다. 주관사들이 물량을 더 떠안지 않고 성공적으로 차환발행이 이루어지고 있을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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