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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금융그룹과 부동산PF 유동화증권에 대한 투자협약을 맺음으로써 롯데건설은 1조5000억원의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또 같은 금액의 우발채무의 만기를 14개월 뒤로 연장하는 이득까지 얻게 되었죠. 긴박했던 유동성 위기에서는 일단 한숨 돌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롯데건설에 단기적으로도 현금이 넘치는 상황은 아닙니다. 메리츠금융그룹과 공동펀드(샤를로트제일차, 샤를로트제이차)로 매입한 PF 유동화증권 외에도 롯데건설이 앞으로 매달 차환해야 할 우발채무는 여전히 많고, 연내 차입금 상환 부담은 더욱 커졌습니다. 1조5000억원은 금방 동이 날 것입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10월 이후 금융권에서 약 1조7760억원을 차입했고, 계열사로부터 차입과 유상증자로 약 1조1000억원을 확보했습니다. 전환사채와 공모사채로도 4500억원을 조달했죠. 이중에서 금융기관 차입금 4300억원과 계열사 차입금 9000억원을 상환했으니 총 조달액은 약 2조원 정도 됩니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으로 만기도래하는 부동산PF 유동화증권을 매입했을 것이고, 그 중 1조5000억원어치를 메리츠금융그룹과 만든 공동펀드에 다시 팔았죠. 차환발행을 위해 롯데건설이 매입한 유동화증권은 1조5000억원이 넘을 겁니다. 지난해 10월부터 공동펀드가 조성된 올해 1월 6일까지 만기도래한 롯데건설의 부동산PF 유동화증권이 그 보다 많거든요.
가령 지난해 2월 수주한 광주중앙공원 조성사업의 경우 공동펀드가 지난 6일 샤인제일차가 발행한 3300억원 규모의 유동화증권을 매입했지만, 3400억원 규모의 데메테르중앙제일차 유동화증권이 더 있었습니다. 지난해 10월20일 만기도래했는데, 같은 날 1700억원이 차환되었고 1100억원 규모의 제이스마트제사차 유동화가 추가로 이루어졌죠. 제이스마트제사차는 다음달 17일 만기도래하고 데메테르제일차는 지난 20일 300억원의 추가 대출이 이루어져 2000억원 규모로 차환되었습니다.
2018년 수주한 부산 해운대 재송동 아파트사업의 경우 2500억원의 유동화증권이 지난해 10월28일 만기도래했고,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의 자금마련을 위해 발행된 벨로하우스제이차 1500억원의 유동화증권은 1200억이 당초 일정보다 20여일 빠른 11월21일 조기 차환이 되었다가 원래 만기인 12월 13일 1500억원의 차환발행이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또 2700억원 규모의 대출채권을 유동화한 기은센동대문제이차~제사차 유동화증권이 경우 금리 조건을 조정하면서 영업일 기준 하루짜리와 일주일짜리로 발행되기도 했습니다.
롯데건설이 어느 사업의 유동화증권을 얼마나 매입했는지 모두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메리츠금융그룹과 공동펀드를 조성하기 전 총 매입액은 최소 1조5000억원에서 2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금융권과 계열사에서 조달한 약 2조원에 더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현금(9월기준 6000억원)까지 거의 다 썼을 수도 있습니다.
2조원의 조달액 중 유상증자를 제외한 약 1조8000억원이 차입금입니다. 그 중 전환사채 2000억원과 금융권 차입액 1400억원만이 장기 차입금이고, 약 1조5000억원은 1년 이내에 다시 만기가 돌아옵니다. 이달과 다음달에 갚아야 할 것만 2070억원이고 상반기로는 2660억원이 됩니다. 또 이미 지난해 10월과 11월 단기차입금(키움증권 CP) 1700억원이 만기를 맞았기 때문에 갚아야 했습니다.
롯데건설이 앞으로 돌아오는 유동화증권 전부를 차환발행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공동펀드에서 유입된 1조5000억원은 올해 내내 만기도래하는 차입금을 갚는데 턱 없이 부족합니다. 올해 1월 현재 롯데건설의 차입금은 약 3조8000억원 수준으로 크게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중 1년 이내에 만기도래하는 게 약 2조5000억원(올해 1월 발행된 1년만기 공모사채 2500억원 포함)에 달합니다.
주택경기가 큰 폭으로 호전돼 공사비가 원활하게 유입된다면 상황이 나아지겠지요. 하지만 둔촌주공의 계약률에서 보듯 정부의 주택수요 확대 정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경기는 아직 한겨울입니다. 2021년 이후의 현금부족 흐름이 올해까지 이어질 것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롯데건설은 2021년 약 2600억원 가량의 현금부족이 발생했고, 지난해에도 9월까지 1300억원 이상의 현금부족 상황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보유 현금 잔고가 크게 줄어들자 단·장기 차입금과 사채발행으로 약 6400억원을 순차입했죠. 그렇게 현금잔고를 6800억원까지 늘였지만 10월 이후 부동산PF시장 경색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상당부분 소진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1조5000억원의 유동성 확보에도 불구하고 올해 돌아올 차입금 만기와 회사 운영비를 감안하면 롯데건설의 빚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입니다. 9월 현재 9000억원이 넘는 단기차입금을 차환해 현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최소화한다고 해도 그 동안 급격히 상승한 금리를 생각하면 이자부담이 훨씬 커질 수 밖에 없고, 이는 롯데건설의 수지 악화로 돌아올 겁니다.
메리츠금융그룹과 투자협약으로 부동산PF 차환 부담이 다소 줄어든 것이 사실입니다. 회사에서는 남은 만기의 유동화증권 차환에 대비가 되었다고 보도자료를 뿌리기도 했죠. 하지만 아직 마음 놓기는 이른 것 같습니다. 지난해 11월 현재 유동화증권 잔액이 6조9775억원인데 투자협약에 포함된 1조5000억원을 빼더라도 올해 만기도래할 규모가 4조2000억원에 이릅니다.
6조9775억원 중 착공사업장이 2조5649억원이고 미착공사업장이 4조4126억원으로 미착공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착공사업의 분양율이 잘 나오기도 해야 하지만 미착공 사업장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롯데건설의 차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 것도 미착공 비중이 높고 대구, 울산, 부산 등 위험지역으로 거론되는 사업장이 많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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