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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이 울산시 동구 일산동 주상복합 아파트 개발사업을 포기하면서 부동산PF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습니다. 국내 수위를 다투는 대우건설이 적지 않은 손실을 감수하면서 사업을 포기하는 것을 목격한, 대우건설보다 맷집이 약한 건설사들은 어떤 심정일까요.


대우건설의 사업권 포기가 단발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울산 일산동 사업을 접었다고부동산PF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운 건 아닙니다. 일산동 사업보다 PF 규모가 훨씬 큰 위험사업이 여전히 많이 있습니다.


대우건설이 울산 일산동 사업에서 발을 뺄 수 있었던 것은 미착공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시행사인 팜헤이븐플래닝과 시공계약을 한 건 2021년이지만 착공 예정시점은 지난해 12월이었습니다. 하지만 착공은 이루어지지 않았죠. 대우건설은 어쩌면 착공을 미룬 이때부터 시공권 포기를 결정하고 있었는 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때는 사업을 포기할 수 없었을 겁니다.


하나하나 정리를 해 보겠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시행사는 토지매입대금 잔금과 인허가 비용 등을 위해 브릿지론 900억원과 에쿼티 100억원 등 1000억원을 조달했습니다. 브릿지론 중 460억원은 선순위 440억원은 후순위였고 대우건설은 후순위 차입금에 대해 보증을 서 주었죠.



후순위 차입금 중 340억원은 금융기관이 아닌 시장에서 조달되었습니다. 에이블동일제일차㈜라는 특수목적회사(SPC)가 ABCP를 발행해 자금을 모은 후 이를 시행사에 대출해 준 것이죠. 지난해 4월29일 실행된 이 대출의 만기는 올해 1월 30일이었습니다. SPC가 발행한 ABCP는 한달 간격으로 차환발행이 이루어졌고, 8월말에는 2개월 만기로, 10월말에는 3개월 만기로 마지막 발행이 이루어졌습니다.


올해 1월말을 최종 만기로 정한 이유는 착공 예정일이 지난해 12월이기 때문이었겠죠. 인허가를 획득하고 착공이 이루어지면 브릿지론을 은행권의 본PF 대출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날짜를 맞추었을 겁니다. 이 유동화프로그램은 KB증권에서 짰고, ABCP의 원활한 차환발행을 위해 사모사채 인수 약정을 맺었죠. ABCP가 A1의 최고 신용등급으로 발행될 수 있었던 건 KB증권의 신용보강 때문이었습니다.


KB증권이 사모사채 인수를 비롯해 이와 유사한 자금보충약정, 한도대출 등의 명목으로 제공한 지급보증이 지난해 9월말 무려 3조2576억원에 달합니다. 2021년말에 비해 1조원 이상 크게 늘었습니다. 대부분 건설사의 아파트건설에 필요한 PF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용도입니다.


대우건설은 후순위 브릿지론 440억원에 대해 연대보증을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이와 별도로 착공 이후에는 책임준공 약정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책임준공 약정은 연대보증이나 채무인수와 같은 신용보강 방식과는 조금 다른 의무입니다. 시행사가 차입금을 갚을 능력이 없는 상태에 처할 경우 자금부담이 발생하는 것은 같지만, 착공이 되어야만 의무가 발생합니다. 공사비를 받지 못하게 되더라도 책임지고 준공까지 끝내야 하는 의무이기 때문에 공사비(시공비)를 떼이는 위험을 지게 됩니다.


그러니까 울산시 일산동 주상복합사업과 관련해 대우건설이 노출된 위험은 시행사의 후순위 차입금 440억원에 대한 연대보증 채무와 공사비를 받지 못하고 아파트를 끝까지 지어야 하는 의무였던 셈입니다. 그런데 공사비를 떼일 위험은 공사를 시작하지 않으면 지지 않아도 되니까, 착공 전에 시공권을 포기하면 후순위 차입금 440억원만 날리는 것으로 손실을 제한할 수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1월 30일까지는 시공권 포기를 선언할 수 없었습니다. 차입금 상환 만기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죠. 시행사는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는다는 것을 전제로 금융기관 등에서 선순위 차입을 했을 텐데, 시공권을 포기하면 시행사가 부도에 직면할 수도 있는 문제니까요.


대우건설이 후순위 차입금을 대위변제했지만 440억원을 전부 날린 건 아닐 겁니다. 시행사가 공사를 포기하고 토지를 매각하더라도 매각 대금으로 선순위 차입금 460억원을 상환하고 남는 게 있으면 대우건설이 갚은 후순위 차입금을 일부 상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우건설이 이미 지난해 4분기 실적에 440억원의 후순위 차입금 상환을 손실처리했다고 하니,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대우건설이 사업을 포기한 것은 지난해 이후 크게 높아진 공사비 때문에 공사를 진행하더라도 사업비를 증액하지 않으면 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있거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 위험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겁니다. 울산 지역은 대구와 부산 등과 함께 미분양 리스크가 큰 곳으로 꼽히고 있죠.


대우건설이 시공권 포기를 검토한 사업장이 하나 뿐일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전체 미착공 사업장의 사업성을 검토하고 옥석을 가렸을 것입니다. 사업포기 선언이 2탄, 3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죠.


 대우건설의 PF대출에 대한 지급보증액은 지난해 9월말 기준 1조2294억원(재건축 재개발 제외)에 달합니다. 이 중 미착공사업장에 대한 PF는 9649억원이라고 합니다. 또 이중 주택관련 사업장은 8곳이라고 합니다. 울산 일산동 사업을 제외하고 8곳을 추려보면 남양주 진접2지구, 노들역 푸리지오, 대전 계백지구, 대전도안2-2지구, 자양5구역, 인천 용현학익 지역, 용인 은화삼지구, 원주 단계동 주상복합사업 등입니다.



대우건설은 이 8곳의 사업에 대해 총 8971억원의 채무보증을 시행사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8개 사업의 PF대출은 자산유동화회사(SPC)를 통해 ABCP나 ABSTB 등 7644억원 규모의 유동화증권으로 발행되었고, 대우건설은 그 유동화증권 전액에 대해 채무인수나 연대보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8개 사업장의 PF대출 중에는 이미 예정 만기가 지난 것도 있습니다. 유동화증권의 최종 만기가 올해 1분기 중 도래하는 것만 4건, 규모로는 6249억원에 달합니다. 또 이중 두 곳은 미분양 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꼽히는 대전지역에 사업장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업데이트) 오늘(10일) 대우건설이 보내온 해명에 따르면, 대전 도안지구의 채무보증액은 4500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만, 이중 3500억원은 9일자로, 나머지 1000억원은 3월 9일자로 토지담보대출로 전환되어 대우건설의 지급보증이 해소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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