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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앤컴퍼니는 2015년 한온시스템을 인수하기 위해 유한회사인 한앤코오토홀딩스를 설립했습니다. 한앤코오토홀딩스는 한앤컴퍼니 제2의 3호 사모투자전문회사가 30%를 출연한 블라인드펀드 등으로부터 1조1400억원의 출자를 받았고, 한국외환은행(현 하나은행) 등 30개 기관으로 구성된 대주단으로부터 1조7000억원의 인수금융을 동원해 한온시스템 인수대금 2조8400억원을 조성했습니다.
인수금융은 5년 만기로 차입했는데, 2021년 6월이 만기였습니다. 아마 한앤컴퍼니는 5년 후 한온시스템을 재매각해 엑시트를 하는 걸 1차 목표로 잡았었던 모양이지요. 인수금융에는 한앤코오토홀딩스가 보유한 한온시스템 소유지분 전량이 담보로 잡혀 있었기 때문에 지분을 매각해야 상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한앤컴퍼니는 한온시스템의 덩치를 키워 기업가치 제고를 노렸던 모양입니다. 인수 이후인 2019년 약 1조4000억원에 마그나의 유압제어장치부문을 인수했고, 설비투자 규모도 크게 늘였습니다. 그로 인해 실제로 매출액도 늘었고 현금흐름의 규모도 커졌습니다. 연결기준 매출액이 인수 이전 5조원대에서 지난해 8조원대로 증가했고,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3000억~4000억원대에서 6000억~7000억원대로 확대됐습니다.
하지만 자본적 지출과 대형 M&A를 감당할 만큼 현금흐름이 늘어나지는 못했습니다. 거기다 배당금 유출이 대폭 증가했기 때문에 현금이 부족해졌죠. 부족한 자금은 차입을 통해 채워야 했습니다.
지난해 말 현재 한온시스템의 순차입금은 2조8384억원에 달합니다. 인수 당시인 2015년에는 순차입금이 마이너스였습니다 사실상 무차입기업이었죠. 설비투자는 영업에서 벌어들이는 현금으로 충당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형 M&A와 배당금 지급이 늘어나면서 차입금 증가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인수 이후 배당금 지급으로 유출된 현금은 약 1조2350억원가량 됩니다. 연간 700억원정도이던 배당금이 약 2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죠.
배당금의 50.5%는 당연히 한온시스템의 대주주인 한앤코오토홀딩스에 지급됐죠. 연간 890억원 정도 됩니다. 2016년부터 배당을 받았다고 치면 한앤코오토홀딩스는 지난해까지 총 6236억원가량을 배당금으로 받아갔습니다.
그런데 한앤코오토홀딩스의 자기자본은 인수당시 1조926억원에서 지난해 말 7709억원으로 줄었습니다. 부채는 약 2조원 수준으로 거의 같습니다. 6000억원이 넘는 배당금 수익이 생겼는데 지난해 23억원의 흑자를 낸 것을 제외하고 그 전까지 매년 영업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누적으로 2227억원에 달합니다.
그럼 한앤코오토홀딩스의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 제2의 3호 사모투자전문회사는 어떨까요? 한온시스템 인수 당시 재무현황은 공시가 되지 않았고요. 2017년 2823억원의 자산(자본도 동액)이 지난해 말 3082억원으로 늘었습니다. 그런데 이익이 쌓여서 자본이 늘어난 게 아닙니다. 한앤컴퍼니 제2의 3호는 2021년에 19억원의 이익을 낸 것을 제외하고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계속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누적손실이 대략 70억원 정도 됩니다.
한앤코오토홀딩스(유)는 사실상 장부상 회사나 마찬가지인데, 한온시스템으로부터 그 동안 6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챙겼으면서 왜 매년 적자를 면치 못했을까요? 원인은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인수금융 때문이었을 겁니다. 인수금융의 이자를 내야 하는 주체가 바로 한앤코오토홀딩스(유)인데, 자체 수익사업이 없는 한앤코오토홀딩스의 이자상환 재원이라면 배당금뿐이죠.
인수 당시 인수금융 금리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온시스템 인수금융은 이후 세 차례에 걸쳐 리파이낸싱과 리캡(Recapitalization)이 진행되었는데요. 당시 금리가 4%정도 됐습니다. 1조7000억원의 인수차입금의 이자로 매년 700억원가량의 현금이 필요했던 셈이죠.
한온시스템 인수금융은 2017년, 2019년(리캡), 2021년 세 차례 이루어졌습니다. 리파이낸싱은 새로 차입을 일으켜 기존 차입금을 상환하는 것이고, 리캡은 자본재구성이라고 부르는데 리파이낸싱과 큰 차이는 없지만, 보통 인수금융의 규모를 늘려서 에쿼티 투자자에게 배당을 제공하고 차입금리는 낮추는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지분 매각이 쉽지 않을 때 투자자에게 투자금 일부를 조기 회수할 수 있도록 해서 면을 세우려고 하죠.
한앤컴퍼니는 2021년 한온시스템 매각을 추진했는데요. 당시 8조원 매물이니, 10조원 매물이니 요란했지만 실수요자를 찾지는 못했습니다. 일본 회사가 6조원을 제시해 협상이 이루어지기는 한 것 같은데 무산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앤컴퍼니는 2021년 리파이낸싱을 하면서 보유지분 전체를 매각하는 것뿐 아니라 일부 지분을 매각해 경영권을 유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조항을 추가했다고 합니다. 블록 딜 등의 방식으로 지분을 나누어 매각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나봅니다.
매각이 언제 이루어질 지 알 수 없지만, 매각이 지연되면 한온시스템은 사모펀드에게 지급할 배당금 부담이 줄어들기 어려울 것입니다. 배당금을 주지 않으면 인수금융 이자를 밀리게 되니 말이죠. 그런데 만약 올해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이 다시 이루어진다면 어떨까요? 인수 후 2년 단위로 리파이낸싱을 해 왔으니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한앤컴퍼니가 2021년부터 한온시스템 매각을 추진했으니 당시 리파이낸싱을 하면서 만기를 길게 가져가지는 않았을 것이기도 하고요.
당시 리파이낸싱의 만기가 2년이라면 한앤컴퍼니는 다시 인수금융을 추진해야 할 것이고, 그럼 2021년과는 매우 다른 금리조건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시는 AA-등급의 3년만기 회사채 금리가 1%대인 역사적인 저금리 상황이었고 지금은 같은 조건의 회사채를 발행하려면 최소 4% 이상의 금리를 주어야 하거든요. 불행히도 올해 리파이낸싱이 다시 추진된다면 한온시스템의 배당금 부담은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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