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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은 지난해말 현재 기준으로 지주회사 ㈜효성의 지분을 각각 21.94%, 21.92%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말 이후 지분율에 변동 없이 각각 1대 주주와 2대주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조석래 명예회장과 어머니 송광자씨의 지분을 더하면 50%가 넘어 일가가 확고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형제가 지금의 지분율을 갖게 된 계기는 2018년에 있었던 효성의 인적분할에 있습니다. 효성에는 원래 스판덱스 등 섬유부문, 타이어코드 등 산업자재부문, PET필름 등 화학부문, 변압기 등 중공업과 건설부문 그리고 종합무역 등의 사업부문이 있었고, 분할 전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지분율은 각각 14.59%와 12.21%였습니다. 아버지 조석래 명예회장은 10.18%를 소유하고 있었죠.



효성은 2018년 6월 1일자로 섬유/무역, 중공업/건설, 산업자재, 화학 등 4개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했고 그로 인해 설립된 회사가 지금의 효성화학, 효성중공업,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입니다. 인적분할을 한 것이니 두 형제는 효성뿐 아니라 4개 신설회사에 대해 효성과 동일한 지분율을 갖게 되었을 것인데, 그 신설회사에 대한 지분에 대해 ㈜효성이 그해 12월 공개매수를 하였고, 두 형제가 현물출자 방식으로 공개매수에 응하게 되었죠.


분할 전에 효성은 5.26%의 자기주식이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공개매수 전에 분할 신설된 4개 사에 대해 딱 그 만큼의 지분을 되었죠. 여기에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공개매수에 응한 지분까지 더해 4개 회사의 지분을 각 20% 이상 소유하며 자회사로 거느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효성은 그룹의 지주회사로 전환되었고 두 형제는 ㈜효성의 1대주주와 2대주주가 되었습니다.


효성의 오너일가, 특히 조석래 명예회장과 두 아들은 끊임없이 장내 매수를 이어가며 지분율을 끌어 올렸습니다. 이들의 효성에 대한 매수행진은 2018년 분할을 앞두고서야 끝납니다. 가령 조현준 회장의 경우 금융감독원 신고 기준으로 162만주를 보유하고 있던 2003년 2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무려 253회에 걸쳐 313여만주를 매입했는데요. 회당 최소 매수대금이 330만원, 최대 매수대금이 86억원, 평균 9억3000만원이었습니다. 그렇게 15년 동안 장내매수에 들어간 자금만 2352억원에 이릅니다. 정말이지, 재벌집 아들이 아니면 상상조차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같은 기간 확보한 주식 중 장내매수가 아닌 방법으로 취득한 건 37만주 정도뿐입니다.


조현상 부회장도 2003년 2월에 ㈜효성 주식 124만주를 보유하고 있었는데요. 그 후 총 190회에 걸쳐 264만여주를 장내에서 사들입니다. 회당 평균 7억6000여 만원씩 총 1450억원이 들었습니다. 역시 장내 매수 외의 방법으로 확보한 주식은 37만주 정도에 불과합니다. 두 형제는 이 기간동안 단 한 차례도 주식을 매도한 적이 없습니다.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도 비슷한 행보였는데, 형제의 난을 일으킨 후인 2013년말 무렵에 보유주식 전량을 매도하죠.



효성의 아들들은 어떻게 그 많은 주식 매수자금을 마련한 것일까요? 형제의 난이 있었던 2013년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다릅니다. 형제의 난 이전에는 근로소득과 배당소득 등의 자기자금 비중이 높았습니다. 2012년까지 약 10년동안 조현준 회장이 133억원가량, 조현상 부회장이 363억원가량을 효성 주식을 사는데 썼는데요. 대략 220억원 정도를 금융권에서 차입했습니다.


그런데 2013년 이후부터는 거의 금융권, 특히 증권사에서 차입한 자금으로 효성 주식을 삽니다. 두 형제가 약 3300억원어치의 주식을 매입하는데 차입금이 2000억원이 훌쩍 넘습니다. 증권사 등은 당연히 두 형제의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주었습니다. 분할 전이니 지금의 효성과 분할로 신설된 4개사의 주식이 그 대상입니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주식 매수를 사용한 금융권 차입금을 전부 갚았는 지는 공시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담보계약에 대한 마지막 공시가 이루어진 게 2020년 3월인데요. 조현준 회장이 462만주 중 428만주를, 조현상 부회장은 451만주 중 363만주를 은행과 증권사 등에 담보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담보계약이 최장 1년이었기 때문에 당시 계약의 만기는 지났고요. 상환을 했으면 계약해지 공시가 떴을 것이고, 계약 내용이 바뀌었어도 공시가 이루어졌어야 하는데, 이후 관련 공시가 나오지 않고 있네요.


짐작하기로는 효성과 그 계열사에서 받은 배당금과 임금 등을 재원으로 차입금을 상당히 갚았을 것 같습니다. 효성의 경우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조원의 현금배당을 했고, 지분율을 감안하면 두 형제가 받은 배당금이 약 3500억원 정도 될 것으로 추산됩니다. 특히 ㈜효성 분할을 앞두고 주식매입이 집중되었던 2015~2018년 배당금 지급을 크게 늘렸습니다.



조현준 회장이 대주주인 효성티앤씨는 2019년부터 배당을 시작했는데 지난해 배당규모를 2158억원으로 거의 10배나 늘렸습니다. 조현준 회장 몫이 315억원 정도 됩니다. 조현상 부회장이 대주주인 효성첨단소재도 지난해 처음 447억원의 배당을 했죠. 조 부회장이 대략 54억원가량 받아갔을 겁니다.


물론 다른 소득이나 자산매각 등으로 차입금을 상환했을 수도 있겠죠. 그것도 아니라면 여전히 2000억원 이상의 주식담보 차입금이 존재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리고 그 동안 받은 배당금 중 상당액을 다른 곳에 투자했다고 봐야겠죠.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은 각각 사실상의 개인회사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조현준 회장의 트리니티에셋메니지먼트, 조현상 부회장은 에이에스씨와 신동진입니다. 놀랍게도 두 형제는 개인회사로부터 아직 한 푼의 배당도 받지 않았습니다. 이 회사들을 이용해 효성의 지분을 매입하지도 않았고요.  지주회사 ㈜효성의 지분율을 늘리기 위해 개인회사를 활용하지는 않았다는 뜻입니다.


효성 등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개인회사에 추가로 투입하지도 않았습니다. 세 회사 모두 증자를 한 흔적이 없습니다. 두 형제는 경영권 승계에 전혀 관여시키지 않은 채 개인회사를 꾸준히 성장시키고 있죠. 특히 조현상 부회장의 신동진은 2016년말 순자산 697억원(연결 기준)에서 지난해 1664억원으로 두 배 이상 커졌고, 에이에스씨 역시 2016년말 120억원(개별기준)에 불과했던 순자산이 지난해말 2639억원(연결기준으로는 3071억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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