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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현 사장이 삼표그룹을 승계할 기틀이 마련된 것은 아버지 정도원 회장으로부터 ㈜대원의 지분을 양도받고, 물류회사 삼표로지스틱스를 흡수합병한 게 결정적인 계기인데요. 그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상장사였으면 어려웠을 법한 '대놓고 밀어주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삼표로지스틱스의 전신인 한국사이버물류가 설립된 건 1999년 12월 9일입니다. 현재 삼표그룹의 전신인 삼표산업이 2차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 회사로 결정된 바로 그날입니다. 당시 삼표산업의 주주는 정도원(45.5%)과 특수관계자(54.5%)였는데요. 한국사이버물류 설립에는 지분 참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1999년말 삼표산업 재무제표에 한국사이버물류 보유 흔적이 없거든요.
한구사이버물류가 삼표산업 자회사가 된 것 2000년입니다. 삼표산업(36.36%)이 자회사(22.9%)와 함께 한국사이버물류 지분 59.27%를 보유하게 되죠. 나머지는 정도원 회장 등 개인이 보유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삼표산업과 그 자회사들은 채권금융기관의 관리를 받고 있던 중이었고 외환은행이 17.89%의 주주로 있었습니다.
추측컨데, 정도원 회장 등 일가는 삼표산업이 2차 워크아웃에 들어가기로 결정된 날 가족의 명의로 한국사이버물류를 설립했고, 이듬해 삼표산업과 자회사들의 증자를 받아 자본을 늘린 모양입니다. 당시 한국사이버물류의 납입자본은 5억5000만원이었고, 액면가 5000원이었으니 삼표산업과 자회사들이 납입한 자본은 3억2600만원으로 계산됩니다.
정도원 회장이 자신의 개인회사인 ㈜대원을 정대현 사장 등 3남매에게 양도하고, ㈜대원이 삼표로지스틱스의 대주주가 된 게 2007년인데요. 이 당시 삼표로지스틱스는 삼표그룹의 물류을 도맡으며 매출이 급성장하던 때입니다. 2006년 500억원을 넘어선 매출이 2008년에는 1000에 육박하고 2009년에는 1500억원에 근접하죠. ㈜대원에 인수되기 전 삼표로지스틱스의 지분은 삼표와 삼표의 자회사 삼표이앤씨가 80.8%를 보유 중이었고 나머지 19.2%가 정도원 회장 지분이었습니다.
2006년말 삼표로지스틱스의 순자산은 40억원, 그 중 이익잉여금은 23억원이었습니다. 삼표그룹의 내부거래 덕에 상당한 유보이익이 쌓여 있었죠. 그런데 삼표의 재무제표에는 삼표로지스틱스 지분의 장부가액이 43억5686만원으로 순자산 총액보다 많게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장부가액에 약 12억5000만원이 투자차액(영업권)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삼표와 자회사는 2007년 삼표로지스틱스 지분 전량(77.36%)를 약 18억원에 ㈜대원과 정대현 사장 3남매에게 넘기고 약 25억원가량의 처분손실을 입습니다. 매출과 이익이 급성장하는 회사를 투자차액을 제하고도 순자산가치에도 미달하는 낮은 가격에 대주주 일가에게 넘긴 셈입니다.
2013년 삼표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은 지난 글에서 이미 언급했습니다만, 삼표로지스티스와 합병한 대원이 대원과 신대원으로 인적분할하고, 삼표는 삼표산업을 물적분할한 뒤, 대원과 지주회사 삼표가 합병하는 방식이었죠. 그렇게 정대현 사장은 삼표의 지분 12.7%를 확보하게 됩니다. 이 당시 대원과 신대원은 정대현 사장(77.96%) 등 3남매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고, 신대원은 한때 삼표의 자회사였던 삼표기초소재, 유니콘 홍명산업 당진철도 양주아스콘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었습니다. 매출액은 95억원 정도였지만 자산총액과 순자산은 각각 680억원, 282억원에 달했습니다.
분할 신설회사 에스피네이처(신대원)은 이후 광폭 성장을 합니다. 지난해 말 자산총액이 7106억원, 순자산이 4734억원이니 10년만에 각각 10.5배와 17배가 되었습니다. 계열사의 잇딴 인수와 합병의 영향이 컸습니다. 삼표기초소재(2017년), 남동레미콘(2018년), 알엠씨와 당진철도, 경한과 네비엔, 네비엔알이씨, 당진에이치이(이상 2019년) 등이 에스피네이처에 흡수된 회사들입니다.
에스피네이처는 지난해말 현재 지주회사 삼표의 지분 19.43%, 삼표산업의 지분 1.74%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삼표그룹의 유일한 상장사 삼표시멘트 지분 4.75%를 보유한 2대 주주이기도 합니다. 삼표시멘트의 전 주주인 동양인터내셔날의 잔여지분을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할 때 참여하면서 약 200억원을 투입해 확보한 지분이죠. 이때 ㈜동양의 지분도 120억원 가량을 들여 매입했습니다. 삼표산업의 지분은 에스피네이처가 지분을 보유했던 ㈜유니콘이 삼표산업에 흡수되면서 교환받은 것입니다.
지주회사 삼표의 지분을 취득한 건 지난 2020년입니다. 삼표가 600억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전부 에스피네이처가 인수했죠. 삼표는 이 자금을 재무적투자자(케이디비시그마제2호PEF)가 보유한 삼표시멘트 지분을 매입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아들의 회사 에스피네이처는 현재 아버지 회사 삼표와 사업이나 자금측면에서 아주 긴밀한 관계에 있지만 일방적으로 빌붙어 살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도움을 주는 쪽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지주회사 삼표와 그 계열사인 기타 특수관계자와 최근 2년의 거래를 보면 매입액(1712억원)이 매출액(1292억원)보다 많고 유형자산 취득에도 380억원을 썼습니다. 뿐만 아니라 삼표에 510억원, 삼표산업에 400억원을 대여해주고 있고, 삼표시멘트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대출과 관련해 지주회사 삼표에 2650억원의 담보제공 등 총 3050억원에 달하는 보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삼표로지스틱스 시절처럼 삼표그룹의 내부거래로 먹고 사는 회사가 아닌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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