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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경 김성태 회장 구속 후 자금사정이 어려워진 쌍방울그룹이 계열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고, 매각 대상 중에는 상장사가 포함되어 있다는 여러 언론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5월 실제로 그룹의 가장 중심에 있는 ㈜광림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미래산업 매각을 결정했죠. 쌍방울그룹에 상장 계열사는 8개가 있는데, 그 중에서 광림에서 시작해 광림으로 끝나는 순환출자 구조에 있지 않은 회사는 미래산업과 SBW생명과학(구, 나노스) 두 곳입니다.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매각을 한다면 가장 간단한 대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순환출자 고리인 6개 중 하나를 매각하게 되면 그 회사를 인수한 곳은 6개사 전체의 경영권 지분을 동시에 가져가게 됩니다. 김성태 회장이 그런 거래를 원하지는 않을 테니 그룹을 지키기 위해서는 후속 거래가 필요합니다.  순환출자 구조에 필요한 지분을 되사와야 하죠.



물론 거래가 조금 복잡해질 뿐이지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주요 계열사가 감자를 결정하고, 광림이 미래산업을 매각할 정도로 자금사정이 급하다면 계열사 매각이 추가로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령 애초에 매각대상이었던 제이준코스메틱의 경우 임자가 나서면 팔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경우 제이준코스메틱이 보유하고 있는 광림의 지분을 아이오케이컴퍼니 등 다른 계열사가 사와야 합니다.


광림이 보유한 미래산업 지분 전부(10.59%)는 245억원(주당 5만576원)에 팔렸습니다. 인수자인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는 이달 12일까지 잔금을 지급해야 하고 13일 미래산업 임시주주총회에서 새로운 경영진이 선임되면 경영권 이전이 완료됩니다. 광림 이사회가 미래산업 매각결정을 한 날이 5월23일입니다.


공교롭게도 이사회의 매각 결정을 앞두고 미래산업 주가는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지난해 10월 7000원대였던 것이 거의 4배 올랐습니다. 광림의 경영권 지분 매각가격은 약 7개월동안 4배 오른 주가(5월22일 2만9650원)에 무려 71%의 프리미엄이 더해진 것입니다. 고작 10% 남짓한 지분을 팔면서 70%가 넘는 프리미엄을 받다니, 광림은 정말이지 후한 인수자를 만났습니다.


미래산업의 최대주주는 광림 이전에 다모아(당시 인피니티엔티)였습니다. 광림이 매각하는 10.59%(484,418주)의 지분은 다모아로부터 2021년 7월 82억원에 사 온 것입니다. 광림은 불과 2년만에 3배 장사를 하는 셈입니다.


광림이 미래산업에서 회수한 돈은 245억원이 전부가 아닙니다. 미래산업 7회차 전환사채(액면 100억원)의 절반을 조기상환 받습니다. 미래산업이 콜옵션을 행사하는 형식입니다. 미래산업은 150억원의 새로운 전환사채(8회차)를 발행해 광림에 지급할 대금을 마련했습니다. 그 돈은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에서 나왔죠.



이 거래는 조금 의아합니다. 광림이 보유한 전환사채를 조기상환받을 게 아니라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에 팔아도 될 일이었습니다. 7회차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고 있었고, 전환가격이 9731원으로 현 주가에 비해 매우 낮았습니다. 사실상 주식이나 다름없는 전환사채이고 전환 즉시 큰 차익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가 있겠죠. M&A에는 외부에서는 짐작할 수도 없는 수많은 고려사항들이 있으니까요. 미래산업 매각가격이 비상식적으로(?) 높은 이유가 주식이나 다름없는 전환사채의 조기상환일 수도 있겠네요. 광림 입장에서는 주식 전환의 기회를 포기한 셈이니까요.


어쩌면 7회차 전환사채의 주인은 따로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래산업은 광림에게서 되사온 그 귀한 7회차 전환사채를 곧바로 미래컨소시엄에 재매각합니다. 광림에서 53억원에 되샀는데 재매각은 102억원에 합니다. 주식으로 따지면 주당 1만9851원인데, 그래도 시가에 비하면 굉장히 싼 가격이죠.


지분매각과 7회차 전환사채 중 절반의 조기상환 및 재매각, 8회차 전환사채의 발행은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습니다. 준비된 각본이 있었다고 봐야겠죠.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가 인수한 8회차 전환사채의 전환가격은 2만6900원입니다. 미래산업이 7회차 전환사채를 재매각한 가격보다 7000원가량 높습니다. 7회차 전환사채를 매입한 분들은 땡잡은 셈입니다.


미래컨소시엄은 조합원들이 약 17억원을 출자해 만든 조합입니다. 17억원짜리 조합이 나머지 인수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는 공시되지 않았습니다. 최대 출자자인 김승태씨를 비롯해 18명의 조합원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그 중에는 와이투헬스케어, ㈜문우 등 법인도 끼어 있는데 ㈜문우는 김승일씨가 100% 출자해 만든 1000만원짜리 회사입니다.


와이투헬스케어는 윤경욱씨가 대표자이고 ㈜스윌켄이 100%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공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3월말 현재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와이투솔루션이 9억원을 출자해 만든 100% 자회사로 나옵니다. 3월말 현재 자산총액 13억8146만원, 부채총액 13억9075만원인 완전 자본잠식 상태입니다. 최대주주가 다르지만 같은 회사 맞습니다. 대표이사와 회사 주소, 사업자등록번호까지 전부 같거든요. 와이투솔루션이 자회사를 매각했다는 공시가 나온 게 없는데 최대주주가 엉뚱한 곳으로 나오다니 이상한 일입니다.


와이투솔루션은 과거 유양디앤유라는 상호를 쓰다가 2021년 5월 기업회생절차를 졸업한 뒤 상호를 변경했고, 모바일 카메라 모듈 기업 덕우전자에 인수되었습니다. 매출의 대부분이 전원공급장치(PSU)에서 나오는데, 바이오 신약개발 기업으로 홍보되었고, 덕우전자에 인수된 뒤로는 전기자동차 급속충전 파워모듈과 헬스케어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습니다. 와이투헬스케어가 와이투솔루션의 성장동력인 셈인데, 지난해 처음으로 3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고 1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1분기에는 6718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습니다. 성장동력이 되려면 갈 길이 한참 멀어서 전환사채 장사로 돈을 벌려나 봅니다.


광림은 7회차 전환사채의 나머지 절반을 아직 처분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역시 미래산업이 조기상환 후 재매각을 할지, 광림이 제3자에게 양도할지, 주식으로 전환해 시장에 내다팔지 두고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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