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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준코스메틱이 우회상장에 성공한 후 매출의 정점을 찍었던 2018년, 시가총액이 거의 1000억원에 달했습니다. 그해 4월 최고를 기록한 주가가 2만7900원인데, 지금 주가로 조정하면 거의 40만원에 상당합니다. 오늘(27일) 종가가 6080원이니 거의 70분의 1토막이 난 셈이죠. 시가총액은 274억원 정도로 전성기의 4분이 1이 좀 넘습니다.


시가총액과 주가의 낙폭이 다른 이유는 주식 수의 변화에 있습니다. 2018년 발행주식 수는 2622만주였습니다. 그후 유상증자와 전환사채의 전환, 스톡옵션 행사 등으로 주식 수가 크게 늘어 7313만주에 달했는데, 결손보전을 위해 지난해 11월28일을 기준일로 95% 감자를 실시했습니다. 7313만주에서 385만주로 줄었습니다. 그러니까 2018년 당시 주식은 사실상 휴짓조각이 되었고, 지금의 시가총액은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전환 등으로 유입된 자본의 가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제이준코스메틱의 지난해 매출(이하 개별)은 2018년의 22%에 불과합니다. 거의 5분의 1 수준인데, 올해 1분기 매출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65%에 그쳤습니다. 이오에프알엠이라는 자회사가 있기는 하지만 매출(2022년 10억원)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아서 연결실적으로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중국실적 부진이 큰 타격이 되었습니다. 회사는 사드사태 보복 여파라고 설명했는데, 어쨌든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던 마스크 팩이 중국 브랜드들에게 밀리면서 매출이 급감했고, 2020년 이후에는 국내 화장품 매출도 줄었습니다. 회사는 중국 시장의 부진을 북미, 중동, 유럽, 중앙아시아 등 신규 해외 시장을 개척해 메우겠다고 했지만 말처럼 되지는 않았습니다.


매출 성장에 자신감이 붙었던 것일까요? 제이준글로벌은 확장에 욕심을 냅니다. 제이준코스메틱으로 하여금 2018년말 40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게 해 알에프텍이라는 코스닥상장 무선통신장비업체의 지분 17.51%를 433억원에 인수합니다. 최종적으로 경영권 지분 인수를 하던 날 알에프텍은 50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합니다. 알에프텍은 그 돈으로 ㈜유스필이라는 연매출 35억원짜리 필러업체를 215억원에 인수해 합병하게 되죠. 화장품회사 제이준코스메틱이 알에프텍을 경영권을 인수한 뒤 알에프텍의 자금조달을 통해 필러사업에 진출한 것입니다.


알에프텍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3600억원에 달합니다. 매출의 대부분은 무선충전기, 데이터링크 케이블, 스마트워치 충전기 크래들 등 무선통신 장비에서 나오고 필러사업에서는 약 130억원의 매출을 내고 있습니다. 매년 일정 수준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고, 매출과 순이익이 증가 추세에 있으니 실패한 투자는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이준코스메틱은 지난해 9월 알에프텍 지분 전부를 이도헬스케어와 이진형 이도헬스케어 및 알에프텍 대표이사에게 매각했습니다. 이도헬스케어는 제이준글로벌이 이름을 바꾼 회사이죠. 제이준코스메틱이 처음 알에프텍을 433억원에 인수했지만, 이후 시간외 매매와 장내매수를 통해 86억원을 더해 약 519억원을 투입했습니다. 취득가액에 크게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장부가액(403억원)에도 미달하는 가격에 판 셈입니다.


알에프텍을 매각한 이유는 제이준코스메틱의 최대주주가 바뀌었기 때문이겠죠. 지난해 8월 제이준코스메틱의 최대주주는 이도헬스케어(전 제이준글로벌)에서 앰버캐피탈코리아를 거쳐 아이오케이컴퍼니로 변경되었고, 제이준코스메틱이 보유하고 있던 최대 자산인 알에프텍은 전 최대주주인 이도헬스케어가 가져간 것입니다.



제이준코스메틱과 알에프텍 매각가격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이오케이컴퍼니는 알에프텍 경영권 지분을 포함해 제이준코스메틱을 270억원에 인수했는데, 제이준코스메틱은 이도헬스케어에게 자신의 몸값보다 훨씬 비싼 350억원에 알에프텍 지분을 판 셈이니까요. 아이오케이컴퍼니는 350억원짜리 자산을 가진 회사를 270억원에 산 셈이고요.


이도헬스케어는 제이준코스메틱 매각과 알에프텍 인수로 자금유입이나 지출이 크지 않습니다. 매각가격과 인수가격에 80억원의 차이가 나지만, 제이준코스메틱으로부터 로열티 50억원을 일시불로 받았고, 제이준 브랜드의 상표권을 70억원에 팔았거든요. 제이준코스메틱으로서는 불필요한 지출로 보입니다. 발생하는 매출을 감안하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제이준코스메틱은 70억원에 사들인 상표권을 전액 손상차손 처리합니다.


2019년 이후 사세가 급격히 꺾였지만, 최대주주나 회사가 본업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설비투자는 거의 하지 않았고 오히려 중요한 유형자산과 영업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데 급급했습니다. 2019년에는 마스크 팩 공장을 물적분할해 제이케이엠이란 자회사를 설립하더니 콜마스크㈜라는 회사에 320억원을 받고 매각합니다. 이후 마스크팩을 OEM 형태로 생산해 왔습니다. 여전히 마스크 팩을 주요 제품으로 팔고 있지만 설비가 없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또 이듬해에는 137억원을 주고 사들인 서울시 역삼동 소재 사옥(제이준 빌딩)을 170억원에 개인에게 팝니다. 이 빌딩에는 제이준코스메틱을 비롯해 계열사인 제이준 메딕스가 입주해 있었고 인근에는 제이준 성형외과도 있습니다.


2018년말에 알에프텍 인수를 앞두고 40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한 외에도 2021년 여러 개인들을 상대로 50억원의 전환사채를 추가로 발행했고, 같은해 27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하기도 했습니다.


제이준코스메틱은 화장품 장사보다 지분 장사에 더 열중했습니다. 알에프텍의 매입과 매각 외에도 매출이 급감하는 시기였던 2020년에 센시블이라는 콘텐츠 기획사를 65억원에 인수(100%)했고, 당시 최대주주였던 에프앤리퍼블릭 지분 9.41%를 103억원에 사오기도 했습니다. 센시블은 매출채권을 넘기는 방식으로, 에프앤리퍼블릭은 매출채권을 상계하는 방식으로 인수했으니 현금이 나간 것은 아니지만 회사로 들어올 현금 대신 타회사 지분이 들어오게 되었죠. 2021년 에쓰씨컴퍼니라는 광고대행업체도 현금 55억원에 인수(100%)했습니다. 자본금 2억원에 설립 2년차인 회사였고 6개월 매출 11억원인 회사였습니다.


지분을 인수한 회사 중 에프앤리퍼블릭은 원래 CCTV를 만드는 한양하이타오라는 회사가 상호를 바꾼 곳입니다. 2017년에 제이준글로벌(이도헬스케어)이 최대주주에 등극했죠. 그 후 제이준코스메틱의 화장품을 파는 도매업을 하게 됩니다. 제이준코스메틱이 지난해 9월 아이오케이컴퍼니로 넘어갈 때 에프앤리퍼블릭의 주인도 블리스팩이란 곳으로 바뀔 뻔했는데, 계약에 문제가 생겨 무산됐고 올해 2월 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면서 코스닥 상장사 베노홀딩스로 경영권이 넘어갔죠.


이때부터 제이준코스메틱도 에프앤리퍼블릭 지분을 팔기 시작해 7월 현재 거의 보유 주식이 없는 상태입니다. 제이준코스메틱의 중요한 매출 채널이었던 회사와 지분 관계가 사라진 셈이죠. 에프앤리퍼블릭은 상호도 웨스트라이즈로 변경하였습니다.


아이오케이 컴퍼니로 회사가 넘어가고 나서 그 동안 투자했던 타회사 지분은 거의 처분이 되었습니다. 알에프텍을 팔고 나서 에쓰씨컴퍼니와 또 다른 자회사인 미용 및 의료기기업체 디알씨헬스케어를 알에프텍에 매각했죠. 알에프텍으로부터 27억8000만원을 받았습니다. 인수가액에 비해 매우 낮은 값에 판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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