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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경영활동 중에 다른 회사를 인수한다거나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 결정은 매우 이례적이고 중대한 이벤트일 것입니다. 특히 그 결정으로 대규모 외부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면 더욱 더 그럴 겁니다. 주주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대주주의 주문이나 승인이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경영자와 주주간 분쟁 상황이 아니라면 말이죠.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가 상당한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미래산업의 경영권 지분을 매입한 결정이 대주주와 교감없이 이사회의 결정으로만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미래산업의 실질적인 매각 주체가 쌍방울그룹 김성태 회장이고,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의 최상위 지배회사가 온성준, 온영두 형제가 최대주주인 에스엘홀딩스이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의 미래산업 인수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사실상의 최종 의사결정자인 온성준, 온영두 형제가 에스엘에너지 매각을 진행 중이거든요. 매각이 완료되면 형제는 매수주체인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 인수대상인 미래산업과 지분관계가 사라지면서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가 됩니다. 이에 대한 내용은 전에 올린 기사('미래산업 새 주인은 안갯속')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가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한 후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진에 새로 합류한 인물은 송명석, 이정찬, 배준오, 온영두(이상 사내이사), 황환민, 임후섭(이상 사외이사)입니다. 이중 이정찬(대표이사), 배준오(스튜디오산타클로스 대표이사), 임후섭 사외이사가 6월말 현재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온씨 형제가 경영진에 세운 인물들이 미래산업 인수를 결정한 셈입니다. 미래산업 인수가 온씨 형제의 뜻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미래산업 인수를 결정한 온씨 형제가 정작 에스엘에너지를 매각하기로 한데는 무언가 숨겨진 의도나 배경이 있을 것입니다. 김성태, 배상윤씨 등 유명한 기업사냥꾼들이 검찰의 수사대상에 오르면서 몸을 사리고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일까 하는 의심도 듭니다. 물론 그와는 전혀 별개의 사적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죠. 그래서 그들의 사정을 살짝 들여다 보기로 합니다.



에스엘에너지는 온영두씨 1인 회사인 에스엘홀딩스컴퍼니(15.42%)와 루시드홀딩스(10.52%)가 1,2대 주주인데요. 에스엘에너지는 공시에서 루시드홀딩스를 '사실상의 지배주주'로 소개해 왔습니다. 실체가 분명한 회사는 아닙니다. 이브이첨단소재 사외이사로 재직하던 이진규씨가 3000만원을 출자해 지난해 설립되었는데, 장내•외 매수와 제3자배정 유상증자(20억원)를 통해 지분을 취득합니다.


그런데 루시드홀딩스는 에스엘에너지 지분 취득 전에 온영두씨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에스엘홀딩스컴퍼니 유상증자에 참여해 50%의 지분을 보유하게 됩니다. 그런데 올해 4월 루시드홀딩스가 에스엘에너지의 주요 주주로 지분 공시를 합니다. 에스엘홀딩스컴퍼니 지분 50%를 전량 온영두씨에게 넘기고 특수관계가 해소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게 사실의 전부인지는 불분명합니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6월말 분기보고서에 의하면 온영두씨와 루시드홀딩스는 에스엘홀딩스컴퍼니의 지분을 각각 34% 보유하고 있고 온영두씨는 루시드홀딩스의 임원을 겸임하고 있었거든요. 두 회사 중 하나는 잘못된 공시를 하고 있죠.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또 온영두씨가 친형인 온성씨와 경제 공동체이고, 온성준씨가 이사회 구성원은 아니지만 실질적인 의사결정자라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이진규씨는 2021년 4월 온영두, 배준오(스튜디오산타클로스 대표이사)와 함께 이사에 선임된 인물로 특허법인 한남의 대표였습니다. 2024년 4월 임기만료였지만, 지난해 10월 이전에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습니다. 사임 후 설립한 회사가 루시드홀딩스였던 것이죠.


에스엘홀딩스컴퍼니와 루시드홀딩스는 사실상 한몸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두 회사가 에스엘에너지의 지분을 취득한 자금은 전액 차입금일 것입니다. 두 회사 모두 자본은 별로 없고 부채만 잔뜩 있거든요.


실제로 에스엘홀딩스컴퍼니는 2020년말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가 되었는데요. 당시 취득자금은 자기자금 3000만원과 차입금 24억원이었습니다. 차입처는 퓨전, 에스엔케이글로벌, 퓨전홀딩스 등이었는데 이 회사들 모두 온성준, 온영두 형제가 실효지배하던 곳들이었죠.


또 지난해 11월 공시에 따르면 에스엘홀딩스는 에스엘에너지 주식 765만주를 대부업체(에이에스피컴퍼니대부)에 대출 담보로 잡혀 있었고, 이 대부업체는 당시 소유 주식 전부인 1165만주를 압류 중이었습니다. 당시 에스엘홀딩스컴퍼니가 빚딘 돈은 주식취득자금 41억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애초에 돈을 빌린 곳은 ㈜로드랜드엠이라는 회사였나 봅니다. 올해 4월에 보호예수에서 풀리는 153만주를 차입처인 로드랜드엠에 추가 담보로 제공하기로 되어 있었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지난해 11월 로드랜드엠이 에스에스피컴퍼니대부와 채권양수도계약을 체결해 채권자가 바뀌게 되었죠. 에스엘홀딩스컴퍼니는 이 채권양도가 부당한 것이라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에스엘에너지가 지난해 350억원에 인수한 우성인더스트리를 기억하시나요. '미래산업 새 주인은 안갯속' 기사에 관련 내용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에스엘에너지는 지난해 4월에 주력인 LED사업을 접고 에너지업체로 거듭나겠다며 우성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에게서 우성인더스트리를 인수하는데요. 우성코퍼레이션은 온성준씨와 친분이 두터운 손오동이라는 인물이 실질 지배를 하고 있고 손오동의 배우자인 신채림씨가 최대주주인 벙커씨유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 및 판매하는 회사였습니다.


에스엘에너지와 우성코퍼레이션은 아주 특별한 관계인데요. 손오동씨와 온성준씨가 어떻게 친분을 맺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브이첨단소재가 니켈광물 사업을 하겠다며 인수한 타이어금형회사 다이나믹디자인의 이전 최대주주가 바로 우성코퍼레이션입니다.


이브이첨단소재는 2021년 5월에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에서 150억원을 차입해 다이나믹디자인 경영권 지분을 155억원에 인수하는데요. 이 거래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던 우성코퍼레이션은 다이나믹디자인 매각으로 단숨에 자본잠식에서 탈피하게 됩니다.


우성코퍼레이션은 또 지난해 1월1일을 분할기일로 석유화학 부문을 물적분할해 우성인더스트리를 설립하는데요. 분할 당시 우성인더스트리의 자산총액은 77억원, 순자산은 63억원이었습니다. 이걸 또 4월에 에스엘에너지에 350억원에 매각합니다. 280억원은 현금으로, 70억원은 에스엘에너지의 전환사채로 받습니다. 이 거래에 힘입어 우성코퍼레이션은 34억원이던 순자산이 225억원으로 크게 늘어나죠.


에스엘에너지는 우성인더스트리 인수를 앞두고 지난해 1월에 388억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1월 납입)와41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4월 납입)를 실시했는데요. 에스엘에너지는 1월에 20억원을, 4월에 41억원을 납입합니다. 20억원의 납입금은 상상인저축은행에서 담보차입하고, 41억원은 로드랜드엠에서 빌리죠.


그런데 우성코퍼레이션이 우성인더스트리를 매각하고 받은 현금 280억원의 대부분이 온성준씨와 에스엘홀딩스컴퍼니로 흘러 들어갑니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우성코퍼레이션은 280억원의 현금 중 157억원을 온성준씨에게 빌려줍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에 47억원, 올해 3월에 41억원을 추가로 에스엘홀딩스컴퍼니에 대여합니다.


지난해 10월은 이진규씨가 이브이첨단소재 사외이사 직을 그만두고 루시드홀딩스를 설립해 에스엘홀딩스컴퍼니 유상증자에 참여해 50%의 지분을 취득한 달인 동시에 에스엘에너지가 실시한 20억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루시드홀딩스가 단독 참여한 달이기도 합니다. 루시드홀딩스는 이진규씨에게 20억원을 차입해 증자대금을 납입했는데요. 이진규씨의 20억원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알 수 없죠.


올해 3월 대여한 41억원은 에스엘홀딩스컴퍼니가 지난해 4월 에스엘에너지의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 금액과 같습니다. 이 차입금 때문에 에스엘홀딩스컴퍼니 소유의 에스엘에너지 주식 전량이 압류에 잡혔었죠. 올해 4월 그 차입금의 만기가 돌아왔고, 우성코퍼레이션은 같은 금액을 에스엘에너지에 대여한 것입니다.


최근 공시에 따르면 에스엘홀딩스컴퍼니는 개인 황모씨와 주식회사 베이트리로부터 31억원의 주식담보차입을 하고 있는데요. 차입목적은 기존차입금의 상환과 운영자금이라고 합니다. 로드랜드엠으로부터 41억원의 대출채권을 넘겨받아 소유주식 전부를 압류했던 에스에스피컴퍼니대부는 주식담보 채권자 명단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에스엘홀딩스컴퍼니 차입금이 31억원이 전부라는 것은 아닙니다. 자산총액이 97억원인데, 부채가 140억원이나 되거든요. 자본금을 전부 까먹고 완전 자본잠식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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