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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은 지난 9월 유동성 위기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며, 악성 루머에 강력 대처하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불과 이달 초순만 해도 워크아웃설이 돌자 그룹차원에서 유동성 강화를 위한 조치를 하고 있으며 자금난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르면 오늘(28일) 워크아웃을 신청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오고, 회사는 "모든 옵션을 다 검토하고 있다"며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음을 시인했습니다. 그 동안 회사측 주장을 믿은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태영건설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 격입니다. 유동성 문제는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었습니다. 지난해 에고랜드 사태로 부동산PF시장에 칼바람이 불었을 때 롯데건설과 함께 PF시장에 풀려있는 ABCP 문제로 가장 골머리를 앓았던 건설사 중 하나가 태영건설입니다.
롯데건설과 태영건설은 만기연장이 되지 않는 ABCP를 자신들이 사들이는 방식으로 대응했습니다. 그러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롯데건설이 메리츠금융그룹에 S.O.S를 쳤고,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이 총동원되다시피 해 간신히 위기를 틀어 막을 수 있었습니다. 태영건설은 최대주주인 티와이홀딩스에게 부동산과 투자주식 등 4,800억원어치를 담보로 제공하고도 연 13%에 달하는 고금리로 4,000억원을 4년간 차입해 고비를 넘겼습니다. 티와이홀딩스는 40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같은 금액의 사모사채를 발행해 글로벌 투자회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게 넘겼습니다. 이 사채의 만기는 4년, 발행금리가 13%였습니다.
올해초 정부의 1.3 부동산대책이 나오고 건설사들의 미분양아파트가 대거 해소되면서 부동산PF 위기는 봉합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가을에 접어들면서 태영건설은 다시 자신들의 PF사업을 위해 발행된 ABCP를 사들이느라 바빴습니다. 유동성 위기설이 처음 터저나온 게 그 즈음입니다.
태영건설이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27일까지 무려 29차례에 걸쳐 유동화회사가 발행한 사채나 기업어음을 매입했고, 매입총액은 무려 5,991억원(이상 공시기준, 이하 같음)에 이릅니다. 유동화증권이 보통 3~4개월 만기로 재발행되었고, 그로 인해 태영건설이 재매입한 것을 감안해도 실매입액이 4,254억원에 달합니다. 모두 16개 유동화회사가 발행했고, 이 유동화증권들을 발행한 날이 태영건설의 매입일이었습니다. 태영건설은 모든 매입 건에 대해 '단기자금 운용'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은 유동화기업어음 등을 사줄 투자자를 전혀 구하지 못해 떠안은 것이었습니다.
올 들어 발행된 유동화증권들은 금리가 보통 연 13.5%나 되었고, 가장 높은 것은 연 15%에 달했습니다. 게다가 태영건설이 자금보충(미이행시 연대 채무인수) 의무 등을 제공하고 있어 사실상 태영건설의 신용을 기반으로 발행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없었습니다.
태영건설의 유동화증권 매입은 7개 사업장의 PF사업에 집중되었습니다. 가장 큰 곳이 네오시티㈜가 시행을 맡은 부천시 오정동 군부대 이전사업으로 11차례에 걸쳐 3,433억원(재발행 감안시 1,905억원)의 매입이 이루어졌습니다.
군부대가 부평으로 이전하고 그 땅에 3,000세대의 아파트를 짓는 이 사업은 토양오염 문제 등으로 표류 중이라고 합니다. 태영건설의 사업보고서로는 2020년 6월 착공해 2025년 12월 완공예정인데, 현지 언론 보도로는 2024년에서 2026년으로, 최근에 다시 2028년으로 준공일이 미루어졌다고 합니다. 지난달 부천시의회에서 이 사업이 도마 위에 올랐는데요. 한 의원이 시행사의 위기설을 거론하자 시에서는 기존 시행사가 파산할 경우 시의 자체 예산을 투입하거나 새로운 민간사업자를 공모하는 방안이 강구되어 있다고 답을 합니다.
민간 자본이 1조원이상 투입된다는 이 사업에서 태영건설의 도급액은 1,342억원이고 지난 9월말 현재 잔액은 480억원입니다. 시행사 네오시티의 최대 출자자는 당연히 태영건설로 지분율 69%이고, 출자총액은 138억원입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약 228억원의 자금을 빌려주기도 했습니다.
태영건설이 PF사업에 자금을 투입한 건 유동화증권 매입이 전부가 아닙니다. 시행사에 대한 추가 출자와 자금대여도 빈번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27일까지 총 8차례에 걸쳐 332억원의 시행사에 대한 출자가 이루어졌습니다. 그 중 7차례 출자를 ㈜인제스피디움에 했는데 태영건설은 100% 자회사인 이곳에 무려 1,762억원을 출자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467억원의 유동화증권 매입이 이루어진 곳도 여기입니다.
하지만 인제스피디움의 지난 9월말 자산총액은 142억원에 불과하고 부채는 1,412억원에 달해 완전 자본잠식 상태입니다. 국내 최초의 자동차 테마파크로 레이싱 서킷과 호텔을 갖추고 있는 이 곳은 총 공사비 1,526억원을 들여 지난 2013년 준공했는데, 적자 누적으로 밑 빠진 독이 되었습니다. 태영건설은 출자 외에도 31억원을 대여한 뒤 전액 대손처리했고, 1,465억원에 달하는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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