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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그룹과 한미그룹이 '통합'이라는 표현을 하는 이유는 양 그룹이 평등한 관계로 합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거죠? 실제로 한미그룹은 지난 15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팩트체크, OCI그룹과의 통합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한미그룹이 매각된 것이 아니라 양 그룹이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 근거로 OCI가 한미사이언스 주주가 되지만, 한미의 대주주가 OCI홀딩스의 1대 주주가 되고, 통합 지주회사의 이사회가 양 그룹 동수로 구성되는 점,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지주회사의 각자대표가 되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팩트는 한미그룹의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가 OCI그룹 지주회사 OCI홀딩스의 자회사가 된다는 것이죠. 물론 한미사이언스의 대주주가 OCI홀딩스의 1대 주주가 되는 것, 이사회가 동수로 구성된다는 것도 예정된 팩트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통합이라고 말하는 것은 주장이지, 팩트냐 아니냐로 구분할 수 없습니다.
기업간 통합이야 일방적인 인수도 통합이라고 할 수 있고, 양 사의 기업가치 비율대로 합병을 해도 통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평등한 관계에서 통합이라고 한다면, 양 사의 주주가 통합 이후에도 동등한 지위에 있어야 겠죠. 그러나 OCI그룹과 한미그룹의 통합에서는 한미그룹의 오너 일가 중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만이 통합지주회사의 주주가 됩니다. 1대 주주이냐 아니냐는 건 통합을 주장할 결정적인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두 그룹이 주장하는 '통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는 게 아닙니다. 통합의 방식에 대해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왜 두 그룹의 지주회사가 동등한 레벨이 되는 위 그림 (1)과 (2)의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동등한 레벨의 통합이었다면, 양 그룹의 지주회사의 주주들은 통합 이후에도 여전히 통합지주회사의 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두 그룹의 통합 방식은 각사 주주의 입장을 달리 만듭니다. 기존 OCI홀딩스 주주들은 통합그룹의 주주가 되지만, 기존 한미사이언스 주주들 중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은 통합 지주회사의 지배를 받는 제약 소그룹의 주주가 됩니다. 특히 한미그룹의 다른 오너일가들의 경우 통합 전에는 송영숙 회장의 특별관계자로 경영권 지분을 보유했으나, 통합 후 보유 지분에는 경영권이 없습니다.
임주현 사장이 통합 지주회사의 각자 대표가 되고, 양 그룹이 동수로 이사회를 구성해 경영권을 양분하는 것은 분명히 동등한 통합의 구조입니다. 그러나 불안한 동거이기도 합니다. 통합지주회사에 대한 지분율에서 이우현 회장 일가와 기존 특수관계자 지분이 월등히 앞섭니다. 처음 몇 년몇 신사협정이 유효하겠지만, 신임 이사들의 임기가 만료된 후에도 동등한 위치에서 공동경영이 가능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기존의 주주들 역시 아무래도 팔이 안으로 굽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행여 양측의 의견이 갈려 이사회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결국 주주총회에서 경쟁을 하게 된다면, 임주현 사장측이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 외 한미사이언스의 다른 주주들이 통합지주회사의 주주로 합류했다면, 힘의 차이는 훨씬 줄었겠지요.
왜 이런 방식의 통합이 결정되었을까요? 송영숙 회장 및 임주현 사장의 현실적인 문제와 오너 일가 내부의 갈등 또는 대립이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2020년 고 임성기 회장의 별세로 송 회장과 세 자녀는 당시 기준으로 1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상속받았고, 5000억원대의 상속세를 내기 위해 은행, 증권사, 한국증권금융 등으로부터 대규모 주식담보대출을 받았습니다. 또 5년 후 환매 조건으로 에쿼티스퍼스트홀딩스유한회사라는 곳에 주식을 매각하기도 했습니다.
2년 전 받은 주식담보대출이 올해 2~5월 상환시기가 집중적으로 돌아옵니다. 지난 19일 현재 송영숙 회장과 임종윤 사장의 대출금액은 1,000억원을 훌쩍 넘어서고, 임주현사장과 임종훈 사장도 각각 700억원 안팎에 이릅니다. 담보대출의 상환과 연장사이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대규모 주식담보대출 만기를 앞두고 송영숙 회장은 임주현 사장과 OCI홀딩스로의 주식매각과 주식교환을 결졍했습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OCI홀딩스 대상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해 모녀에게 힘을 실었습니다. 두 아들은 배제되었습니다.
차남 임종훈씨는 한미식품 상근직 사장(미등기)만 맡고 있었고, 지주회사에는 자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장남 임종윤씨는 비록 이사회 멤버는 아니지만, 한미사이언스에 상근하는 사장이었습니다. 임종윤씨와 임종훈씨가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 하니, 송영숙 회장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면밀한 검토와 이사회 결정 과정에서 아들과 상근직 사장에게 철저히 비밀로 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오너 일가가 무슨 이유로 등을 돌리게 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2020년 상속세 문제를 해결할 때부 오너 일가는 '따로 또 같이' 움직였습니다. 에쿼티스퍼스트홀딩스와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때는 가족이 함께 했지만, 주식담보대출은 거래대상 금융기관도, 계약일도 달랐습니다. 다만, 임종윤 사장은 환매조건부 주식매매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은 한 묶음이었습니다. 송영숙 회장의 대출을 위해 임주현 사장이 자신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해 주었죠. 임주현 사장은 자신의 대출에 두 자녀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면서까지, 자신 소유의 주식을 어머니 송영숙 회장의 대출담보로 제공했습니다. 이때도 아들 둘은 별개로 움직였습니다.
임종윤 사장은 배우자와 자녀들의 주식 일부를 빌려 대출담보로 제공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자신의 지분 일부를 자신의 개인회사인 코리그룹의 한 계열사에 담보로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임종훈 사장은 자신의 지분만을 대출 담보로 이용했습니다.
송영숙 회장은 지분 일부를 OCI홀딩스에 매각해 2,500억원을 받게 됩니다. 함께 지분을 매각한 가현문화재단은 약 275억원(이상 세전 기준)의 현금을 확보합니다. 주식담보대출을 푸는 데 충분해 보입니다. 당초 송 회장은 두 외손주인 김원세, 김지우의 지분을 동반 매각하기로 했다가 가현문화재단으로 매도자를 교체했습니다. 임주현 사장의 자녀에게 현금을 손에 쥐게 하려고 한 것인지, 임주현씨의 주식담보대출을 해지하기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아들과 친손주들은 처음부터 고려대상에 없었던 모양입니다.
1,700억원에 가까운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임종윤 사장은 대출금 문제를 홀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경영권 분쟁을 사실상 공식화한 마당에 대출 상환을 위해 보유지분을 매각할 수는 없으니, 대출만기를 연장하거나 차환을 해야 할 입장입니다. 아니면 보유자금이나 다른 재산을 매각해 상환을 해야겠죠.
한미그룹이 공언한대로 통합이 예정대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향후 지분확보 경쟁이 벌어질 수 있지만, 자금문제 이전에 송영숙 회장이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어 임종윤 사장에게는 쉽지 않은 싸움임에 분명합니다.
그런데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고 OCI그룹과 통합이 이루어진다면, 통합 후 한미사이언스의 경영권 안정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구주거래로 송영숙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에쿼티스퍼스트홀딩스에 환매조건부로 매각한 31만2120자만 남게 됩니다. 임주현 사장 역시 마찬가지입장이죠. OCI홀딩스가 최대주주(27.03%)가 되고 가현문화재단(3.52%)과 임성기재단(2.75%)을 우호지분으로 확보하더라도, 임종윤•종훈 형제가 의기투합한다면 각종 소송제기와 주주총회 소집 등으로 중요한 경영의사결정에 사사건건 발목이 잡힐 여지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결국 그룹 통합의 성패는 한미그룹 오너 일가의 가족 통합에 달려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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