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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시장위원회는 다시 퀀타피아의 상장폐지를 의결했습니다. 지난 4월 상장폐지 의결 후 회사의 이의신청으로 재심의를 진행 중이었는데. 지난주 금요일(6일) 내려진 결론은 기업의 계속성 및 경영의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퀀타피아는 6년 전인 2018년 분식회계가 적발되어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검찰에 고발되었고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습니다. 그 사이 최대주주는 바뀌었고 경영진도 교체되었습니다. 유상증자 등을 통해 새로운 자금이 유입되면서 전열이 정비되는 듯 보였죠. 하지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계속성과 경영의 투명성을 문제삼아 결국 상장폐지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실소유주로 지목된 분이 시세조정 혐의를 받는 등 현재의 지배구조와 경영진을 신뢰할 수 없고, 기업의 체질이 개선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모양입니다. 구체적으로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는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의사록이 공개되어야 할 수 있습니다.
퀀타피아는 개선계획의 일환으로 최대주주 변경을 위한 공개매각과 대표이사 교체를 단행했고, 지난 6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함께 무상감자를 위해 주주총회를 열기로 했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날 상장폐지 통보를 받게 되었죠. 상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낮아졌으니, 매각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될 지도 불확실합니다만, 자칫하면 휴짓조각이 될지도 모르는 회사의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배짱 좋은 회사는 어디일까요?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회사는 삼성메디코스라는 경기도 화성에 본사를 둔 OEM/ODM 전문 스킨케어 화장품 전문업체입니다. 반도체 테스트 기업인 코스닥 상장사 아이텍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죠. 지난해 창사이래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내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말 기준으로 자본금(300억원) 보다 자본총계(168억원)가 적은 자본금잠식 상태입니다.
반도체 테스트 기업인 아이텍이 왜 화장품 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걸까요? 알고 보니 지난 2019년 1월 ㈜한국줄기세포뱅크에서 100% 지분을 인수했더라고요. 180억원에 매입한 후 110억원을 추가 출자했으니 총 290억원을 투입한 셈입니다. 한국줄기세포뱅크는 2020년에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로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된 바이오빌의 종속회사였습니다.
삼성메디코스는 2009년 7월 신화아이엠이라는 상호로 설립됐습니다. 2015년 2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삼성제약에 인수되면서 삼성메디코스로 간판을 바꾸어 달았죠. 그 이후에도 여러 번 주인이 바뀌었지만 더 이상의 상호변경이 없습니다. 그럴 만한 배경이 있습니다.
삼성제약은 직전 해인 2014년 최대주주가 코스닥 상장사 젬백스앤카엘(이하 젬백스)로 바뀌었습니다. 젬백스가 12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김원규 등 삼성제약의 이전 주주들에게 교부하는 조건이었으니 현금이 오간 거래는 아니었죠. 젬백스가 삼성제약을 인수한 후 처음 진행한 투자가 바로 신화하이엠, 즉 삼성메디코스 인수였습니다. 이 역시 37억원 상당의 전환사채를 인수대가로 지급하는 조건이었으니 현금이 들지 않았죠.
하지만 때가 좋지 않았죠. 중국에서 한류 열풍으로 호황을 누리던 화장품산업은 한반도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 정부의 제재가 시작되면서 한파에 휩싸이게 됩니다. 삼성제약에 인수된 삼성메디코스는 적자에 빠지고 완전자본잠식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삼성제약은 결국 삼성메디코스를 한국줄기세포뱅크에 2017년 10월 매각합니다.
그런데 당시 한국줄기세포뱅크의 최대주주인 바이오빌은 젬백스가 한때 지배했던 회사였고, 여전히 2대 주주로 영향력을 발휘하던 곳이었습니다. 젬백스는 2011년 약 73억원의 현금으로 바이오빌 경영권을 확보한 후 2012년 한국줄기세포뱅크를 바이오빌에 팔아넘긴 장본인이었습니다. 이듬해인 2013년말경 바이오빌 보유지분의 절반가량을 매각한 뒤 2차 주주로 남아있던 젬백스는 2014년에 삼성제약을 인수했고, 삼성제약에서 인수했지만 재미를 보지 못한 삼성메디코스를 자신이 2대주주인 바이오빌의 자회사이자, 자신이 바이오빌에 팔아 넘긴 한국줄기세포뱅크에 매각한 것이죠.
젬백스는 한국줄기세포뱅크 지분 50.01%를 175억원에 바이오빌로 매각합니다. 당시 양도자인 젬백스, 양수자인 바이오빌(당시 상호는 케이에스씨비), 양수도 대상인 한국줄기세포뱅크의 대표이사가 한사람이었습니다. 김상재라는 분으로 젬백스의 실질적인 주인이었습니다. 이 거래 역시 바이오빌이 175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젬백스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바이오빌이 취득한 한국줄기세포뱅크 지분은 94.2%, 취득금액은 299억원이었습니다. 젬백스에게서 취득한 50.1% 외 나머지는 현금을 주고 샀죠. 당시 바이오빌의 취득 공시에는 젬백스 외의 거래 상대방을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약 44%의 지분을 매각하고 현금으로 약 125억원을 챙긴 건 누구였을까요?
아쉽게도 한국줄기세포의 감사보고서는 2009년에서 2011년까지 비어 있습니다. 젬벡스가 지분을 매각할 당시 주주구성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2008년말 기준으로는 ㈜베리앤모어와 ㈜카엘이 각각 56.28%와 20.99%의 보통주 지분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외 약 14.5%가량의 우선주가 있었고요. 카엘은 젬백스(젬백스앤카엘)가 2009년까지 쓰던 이름이고, 베리앤모어(현재 맥스브로)는 김상재씨가 최대주주인 상장사였는데, 2011년 상장폐지되었습니다.
김상재씨는 2008년 1월에 베리앤모어를, 2008년 5월에 젬백스의 경영권 지분을 양수한 후 자신이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한국줄기세포뱅크 지분을 두 회사가 나누어 인수하게 합니다. 그리고 2011년 젬백스를 통해 바이오빌을 인수한 뒤, 한국줄기세포뱅크를 매입하게 했던 것이죠.
그런데 김상재씨는 베리인모어 지분을 취득한 당해인 2008년중 전량 처분합니다. 사실상 대여금을 주식으로 갚는 형식이기는 했지만요. 그리고 베리앤모어는 2010년중 어디론가 한국줄기세포뱅크의 지분을 처분했습니다. 결국 바이오빌에 한국줄기세포뱅크 지분을 매각한 젬백스 외의 주주를 확인할 수는 없네요. 하지만 그 지분은 김상재씨의 통제 하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삼성제약이 삼성메디코스를 한국줄기세포뱅크에 매각한 2017년은 젬백스가 바이오빌 2대 주주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철수한 해이기도 합니다. 바이오빌은 확실한 주인없이 표류하다 2018년말경 온페이스라는 곳에서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을 잡지만, 감사의견 거절로 2019년부터 법정관리(회생절차)를 들락날락하다가 결국 상장폐지의 길을 걷습니다.
바이오빌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는 등 위태로운 상황이 되자, 2019년 1월 한국줄기세포뱅크가 보유하던 삼성메디코스 지분 100%는 또 다른 상장사 아이텍에 매각되죠. 또 바이오빌이 보유하던 한국줄기세포뱅크는 삼성제약이 인수해 갑니다. 삼성제약은 한국줄기세포뱅크의 2대 주주였고, 전환사채도 보유하고 있었는데, 전환청구를 통해 46.75%의 지분율로 최대주주가 됩니다.
그런데 바이오빌의 상장폐지를 최종 결정한 2020년 5월 코스닥시장위원회 의사록에는 최대주주온페이스측 관계자의 흥미로운 발언이 나옵니다. 지분율 때문에 종속회사로 연결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줄기세포뱅크 등 자회사들이 바이오빌에 대해 적대적이었고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네요. 재무자료도 제공받지 못해 바이오빌이 결산자료를 제대로 작성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삼성제약은 한국줄기세포뱅크의 전환사채 전환청구로 최대주주가 되면서 그 이유를 '투자자산 보호를 위한 경영권 확보'라고 밝히고 향후 경영권 유지 또는 재무유동성 확보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하죠. 젬백스가 바이오빌 지분을 매각하고 떠났지만, 자회사인 삼성제약을 통해 한국줄기세포뱅크를 장악하고 있었을 개연성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삼성메디코스 지분을 매각한 곳은 왜 반도체 테스트기업 아이텍이었을까요? 아이텍은 2018년 6월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이전 최대주주의 구주매각으로 주인이 바뀌는데요. 구주 48.94%는 체리힐1호 투자조합 등 4개 투자조합이 재무적 투자자로 나서 인수해 가고, 신주는 박원진이라는 분과 한국줄기세포뱅크가 나누어 인수합니다.
한국줄기세포뱅크는 아이텍 지분 취득 직전에 코스닥에 상장된 화장품업체 스킨앤스킨의 40억원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가 됩니다. 사실상 아이텍과 스킨앤스킨 동시 인수를 진행한 셈이죠. 박원진씨는 원진성형외과의 박원진 원장으로 추정됩니다. 아이텍 경영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유상증자와 함께 제1회차 48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도 결정되는데, 전환사채 인수자 중에는 박원진씨와 함께 원진바이오에이치씨라는 회사가 있었죠. 원진바이오에이치씨의 75.47%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는 박원진씨였는데, 이분이 원전성형외과 원장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박원진씨는 올해 8월말 스킨앤스킨이 발행한 전환사채 20억원을 인수한 티에프솔루션이라는 곳의 50%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합니다. 올해 6월에는 국내 상장된 중국회사 헝셩그룹의 전환사채 20억원을 원진바이오에이치씨를 통해 인수하기도 했죠. 2016년에는 원진바이오에이치씨 지분 일부를 지금은 상장폐지된 이디(현 코너스톤네트웍스)에 넘기고, 이디의 지분 7.07%를 원진바이오에이치씨가 취득하는 스왑거래를 하기도 합니다.
아이텍 인수는 박원진씨와 한국줄기세포뱅크가 의기투합하며 이루어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데요. 이 거래에 참여한 건 제1회차 전환사채 인수에 나선 박원진씨의 회사 원진바이오에이치씨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젬백스의 최대주주이자 김상재씨가 최대 지분(40%)을 보유한 젬앤컴퍼니도 1회차 전환사채 인수에 동참했죠. 결국 이 거래의 배경에도 젬백스와 김상재씨가 있었던 셈입니다.
아이텍의 최대주주는 박원진씨를 거쳐 약 1년 후인 2019년 3월 포틀랜드아시아로 바뀌는데요. 포틀랜드아시아 역시 젬앤컴퍼니, 원진바이오에이치씨와 함께 전환사채를 인수했던 곳이었고, 그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최대주주가 되었죠. 올해 8월초 아이텍의 최대주주는 최현식씨로 다시 바뀌었지만, 이 분은 포틀랜드아시아의 100% 지분을 가진 분입니다. 아이텍의 최대주주가 수 차례 변동되었지만, 모두 2018년의 그날을 함께 했던 사람이거나 회사들인 셈입니다.
공개입찰 과정을 거쳤다고 하지만, 퀀타피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삼성메디코스가 선정된 것이 단지 우연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삼성메디코스의 모회사 아이텍이 퀀타피아와 전혀 무관한 회사는 아니거든요. 그 인연 역시 2018년 한국줄기세포와 박원진씨의 아이텍 인수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 기사에 이어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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