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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신탁은 지난 2003년 설립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은 부동산신탁 전문회사입니다. 신탁회사는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아야만 설립이 가능한데 무궁화신탁의 창업자는 이용만 전 회장은 신한은행장, 외환은행장, 은행감독원장, 재무부장관,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역임한 금융인이자 관료 출신입니다. 몇 년 전까지 무궁화신탁 회장이었고, 지금은 명예회장으로 있을 정도로 상징적인 인물이죠. 그래서인지 무궁화신탁에는 거물급 금융인과 관료들이 다수 거쳐갔습니다.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입니다. 권혁세 전 원장과 이팔성 전 회장은 소위 MB 인맥으로 유명한 분들입니다.


무궁화신탁은 세간의 주목이 집중됐던 서울시 양재동 파이시티 부지의 공개매각을 진행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이 측근으로 알려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게 거액을 건네며 인∙허가 청탁을 한 것이 드러나 세 분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죠. 법원은 파이시티에 대해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고, 무궁화신탁은 주채권은행이던 우리은행 등 대주단을 대신해 2013년 10월 파이시티 부지 공개매각에 착수했습니다. 이팔성 전 회장은 2013년 6월까지 우리금융지주 회장이었고, 파이시티 공개매각이 끝난 2017년초에 권혁세 전 금감원장과 함께 무궁화신탁 사외이사가 됩니다. 이용만 무궁화신탁 이사회 의장은 2014년 3월까지 우리금융지주의 사외이사였습니다.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궁화신탁이 파이시티와 함께 매각 주관을 한 곳이 삼부토건이 보유하던 르네상스호텔입니다. 삼부토건은 헌인마을 개발사업 부실로 어려움을 겪다가 우리은행 등 대주단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삼부토건 매각을 추진했던 것이죠. 르네상스호텔은 2016년 5월에 6900억원이라는 헐값에 중견 건설사 VSL코리아(현 다올이앤씨)에 매각됩니다.


그런데 르네상스호텔 매입에 성공하자마자 VSL코리아의 주주가 바뀝니다. 대주주인 VSL international 지분이 사라지고 구담파트너스(유), 구담홀딩스, 블루런벤처스(BRV)가 조성한 펀드 등이 대부분의 지분을 가져간 겁니다. 구담파트너스와 구담홀딩스는 VSL코리아 신흥우 회장의 사위 이상준씨가 자본금 각각 100만원과 1000만원으로 2016년 4월과 2015년말에 설립한 회사였습니다. 두 회사는 2017년 합병해 마크스앤컴퍼니라는 이름이 됩니다.



블루런벤처스는 핀란드기업 노키아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벤처캐피탈인데,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사위이자 고(故) 윤태수 대영알프스리조트 회장의 차남인 윤관씨가 2000년에 입사해 당시 공동 파트너로 있었고, 현재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윤관 대표는 막강한 재계 인맥으로 유명한데,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과 친밀한 사이로 알려져 있고, 삼부토건 조남원 부회장의 아들 조창연씨와 경기초등학교 동문으로 친구 사이라고 합니다.


VSL코리아는 르네상스호텔 부지에 38층짜리 쌍둥이 복합빌딩을 건설하기로 하는데, 장부상 회사인 맥킨PFV라는 장부상 회사를 시행사로 내세워 개발자금을 유치하고 이상준씨가 SLI와 실버레인인베스트라는 회사를 설립해 자산관리와 투자유치 및 인수합병 업무를 수행합니다. 이 두회사는 이상준씨가 대표를 맡았고, 조창연씨가 고문으로 있었습니다. 조창연씨는 블루런벤처스의 고문도 하고 있었죠. VSL코리아는 2018년 르네상스호텔을 2조원에 이지스자산운용에 팔았고, 이 곳에 들어선 36층짜리 2개동 빌딩의 지분 49%를 사들여 센터필드로 만든 게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입니다.


파이시티 부지와 르네상스호텔 매각이 마무리될 무렵에 무궁화신탁의 주인이 이용만 명예회장에서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출신인 오창석 회장으로 바뀝니다. 정확한 지분변동 시점을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2016년 6월말에 이용만 명예회장과 자녀들의 지분이 모두 매각된 상태였고, 오창석 회장이 52만주(2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죠. 무궁화신탁은 대주주 변동이 7~8월 이루어졌다고 지각 공시했다가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습니다.



오창석 회장은 인수한 52만주 중 19만주를 곧바로 매각하고, 새로 5.3%(11만3000주)의 지분을 보유한 비디오컨설팅이란 회사가 주주로 등장합니다. 비디오컨설팅은 경기도 고양시에 본점을 두고 부동산임대업을 하는 동양대리석이었는데, 2016년 2월에 유상감자로 기존 주주들이 떠나고 엠에스티엔이라는 곳이 100% 지분을 확보한 뒤 2016년 5월에 상호를 변경한 회사였습니다. 비디오컨설팅은 2020년부터 서현아이씨티라는 상호를 쓰고 있고, 엠에스티엔도 2017년말부터 코리아엠앤에이로 간판을 바꾸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박혜정이란 분이 두 회사의 대표로 있습니다.


2018년에 비디오컨설팅 지분은 엠에스티엔으로 넘어가고, 감리회사인 유가증권상장사 한미글로벌이 10만주(4.3%)를 보유한 주주로 이름을 올립니다. 비상장사인 무궁화신탁 지분을 단순투자 목적으로 취득을 했다는데, 타법인주식 취득 공시도 하지 않고, 사업보고서 중 타법인출자 현황에도 누락하죠. 한미글로벌에 무궁화신탁 지분 보유 사실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22년 6월로 2018년 12월 7일에 10만주를 43억5000만원에 취득한 것으로 기재됩니다.


올해 6월말 현재 여전히 10만주의 무궁화신탁 지분(지분율 2.93%)을 보유하고 있고, 무궁화신탁과 업무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에는 한미글로벌과 무궁화신탁, 시재건설 등이 무궁화신탁 자회사인 현대자산운용에 약 500억원 규모의 부동산개발 펀드인 ‘현대CS클럽1호’를 설정했고, 지금은 더코스모스, 무궁화신탁과 함께 3개사가 메디컬복합빌딩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미글로벌에는 금융위원장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낸 전광우씨가 근무하고 있고 전 국토해양부 장관 권도엽씨도 사외이사로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무궁화신탁은 오창석 회장이 인수한 뒤 빠르게 성장합니다. 100억원대에 머물던 영업수익이 2018년 600억원대가 되고 2021년에는 1200억원대로 늘어나죠. 하지만 2022년 1486억원의 영업수익과 488억원의 세전순이익을 거둔 이후로 2년째 영업수익 감소와 순손실을 기록 중입니다. 부동산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는 모양입니다.



오창석 회장의 지분이 압도적으로 높아진 건 2019년입니다. 공시된 정보가 부족해 지분이동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움이 있지만 금융권의 지분을 오창석 회장이 인수한 모양입니다. 보통주 증자가 없었는데, 34.6%(이하 보통주 지분 기준)였던 지분율이 81.1%까지 높아졌으니 당연히 기존 지분을 추가 취득했겠죠. IB업계에는 이때 지분 인수로 오창석 회장의 빚이 크게 늘어났고, 빚을 줄이기 위해 친분이 있는 중흥그룹 소속 대우건설 등에 일부 지분을 팔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2023년말 현재 오창석 회장의 보통주 지분율은 여전히 79.8%로 높습니다. 무궁화신탁이 자본확충을 위해 여러 차례 증자를 했지만 대부분 증자가 우선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죠. 우선주를 포함한 전체 주식 수를 기준으로 한 오창석 회장의 지분율은 51.09%로 과반을 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