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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닉스진(한류에이아이센터-마이더스AI-세토피아로 상호변경)을 시작으로 바이오엑스, 테라사이언스로 지분의 주인이 바뀐 미국 신약개발업체 온코펩(Oncopep)는 암 치료용 다중 펩타이드 백신의 임상과 상용화 진행을 위하여 2010년 설립된 회사입니다. 2018년 바이오닉스진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42.01%의 지분을 취득하기로 했을 때는 임상 1상을 종료한 시점이었습니다.


바이오닉스진 이사회에서 온코펩 투자를 결의한 시점은 2018년 4월이었는데, 최대주주가 바뀐 직후였습니다. 서울생명공학이라는 회사가 미래기술투자조합, 뷰캡인터내셔날, 카푸아코퍼레이션, 센틸리언인베스트먼트 등 4인의 재무적 투자자와 함께 190억원으로 경영권 지분을 인수했고 새로운 최대주주 서울생명공학은 14.9%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었죠. 서울생명공학은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자마자 주주총회도 열기 전에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보안솔루션업체였던 회사 이름을 바이오닉스진으로 변경하죠.



서울생명공학(씨티유글로벌로 상호변경)은 그해 1월 설립된 회사로 자산총액이 설립자본금 5000만원뿐이었습니다. 설립 한달 만에 바이오닉스진 경영권 지분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고, 한달 만에 양수자금 전액을 납입하고 최대주주가 되었습니다. 또 바이오닉스진이 신규 발행한 9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와 5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스스로 인수하죠. 바이오닉스진 인수를 위해 14.90%의 지분 인수자금을 포함 총 217억원을 투입한 셈입니다. 자본금 5000만원짜리 신설회사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일사천리로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서울생명공학은 지분 인수자금 77억원을 6개월간 차입했는데, 차입처를 ‘타법인’이라고만 신고했습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153조는 주식 등의 대량보유자에 대해 취득자금이 차입인 경우 차입처를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요. ‘타법인’이라고만 보고하면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죠.


전환사채 인수를 위해서는 87억원을 차입했는데, ㈜에이씨티로부터 29억원, 서울생명공학의 최대주주인 이결 대표로부터 48억원, 공평저축은행(현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으로부터 10억원을 초단기로 빌렸습니다. 에이씨티와 공평저축은행에는 각각 바이오닉스진 주식 80만주와 전환사채 10억원을 담보로 제공했죠.


하지만 서울생명공학은 공평저축은행에 담보로 맡긴 10억원어치를 제외한 나머지 전환사채 전부를 발행 당일 다른 곳으로 넘겼습니다. 상대는 브랜던파트너스, 밸런서즈, 피닉스, 내셔널갈라인베스트먼트 등의 법인과 4인의 개인들이었죠. 밸런서즈는 지난해 미래아이엔지가 최대주주가 된 골드퍼시픽(현 케이바이오)의 최대주주였던 곳이고, 브랜던파트너스는 골드퍼시픽의 관계회사 인콘에 투자했던 곳입니다.


내셔널갈라인베스트먼트는 3인의 개인 주주가 100%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인데요. 코스닥시장의 숨은 큰손인 모양입니다. 투자한 회사들이 장난 아닙니다. 스타모빌리티, 동양네트웍스, 상지카일룸, 인콘, 앤디포스, 포티스, 대창솔루션, 디에이테크놀로지 상당히 많은 회사의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에 100억원대 투자를 했는데 대부분 무자본 M&A의 대상이 되었던 회사들이고 주가조작 등으로 크게 문제가 되었던 곳이 여럿이죠. 그런데 이 회사의 자본금은 4억5000만원에 불과했고 대부분 투자자금은 저축은행에서 10% 이상의 고리로 빌린 단기차입금이었습니다.



전환사채 인수자금 29억원을 서울생명공학에 빌려준 에이씨티는 지금의 협진입니다. 협진은 서울생명공학에 바이오닉스 지분 인수자금 77억원을 빌려준 ‘타 법인’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경영권 지분 양수도계약이 체결된 2018년 2월 9일 19억원을 대여해 주었죠.


협진은 서울생명과학이 추진하는 바이오 사업에 참여할 생각으로 총 48억원의 자금을 대여했습니다. 바이오닉스진이 미국의 항암 백신개발업체 온코펩에 투자할 것을 알고 있었던 셈이죠. 하지만 바이오닉스진의 투자에 참여하는 것을 포기하고 대여금 전액을 곧바로 회수합니다.


협진은 창업자인 이보섭 대표가 2017년말에 지분을 제이에스엔홀딩스에 매각하면서 최대주주 교체가 이루어졌고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선 상황이었습니다. 제이에스엔홀딩스는 이후 이름을 에이젠생명과학으로 바꾸었는데, 이 회사의 100% 지분을 보유한 곳이 자본금 1억원짜리 회사 리미트리스홀딩스였습니다.


리미트리스홀딩스는 김태훈이라는 분이 100%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요. 삼성전자 부회장 출신의 이기태씨가 최대주주였던 케이제이프리텍, 라임펀드 사기사건에 연루된 인터불스(이후 스타모빌리티로 상호변경)를 비롯, 성지건설 지코(에스엠벡셀로 상호변경) 이에스에이(세영디앤씨로 상호변경) 드림티엔터테인먼트 등 수많은 상장사에 투자했죠. 대부분 상장폐지를 면치 못했습니다.



리미트리스홀딩스는 상장폐지 위기를 여러 번 겪은 인트로메딕의 최대주주인 적도 있었습니다. 연우앤컴퍼니라는 회사를 만들어 무자본 인수했죠. 협진 인수 역시 리미트리스홀딩스가 저축은행에서 차입한 150억원을 재원으로 한 무자본 인수와 다름없었죠. 제이에스엔홀딩스(에이젠생명과학)이 협진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할 때 지원군으로 나서 49억 5000만원을 투자한 제이에스앤파트너스라는 회사가 있는데요. 협진을 비롯해 율호, 지더블유바이텍, 스킨앤스킨 등에서 임원을 지낸 현지웅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공시되었는데, 영풍제지 시세조정 사건의 주역으로 알려진 공현철씨가 실질적인 주인인 회사였습니다(리미트리스홀딩스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코스닥 마당발 리미트리스홀딩스, 공현철과 어떤 관계? 기사를 참고 바랍니다).


서울생명공학의 바이오닉스진 인수에 코스닥시장을 휘젓고 다니던 여러 무자본 M&A 세력이 가담(?)했다는 것은 서울생명공학 뒤에 있는 분도 평범한 사람은 아닐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합니다. 또한 미국 항암 백신개발업체 온코펩 지분은 바이오닉스진을 매력 터지는 바이오업체로 포장하는 좋은 재료였을 겁니다.


바이오닉스진은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해 마련한 자금으로 온코펩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됩니다. 약 97억원으로 42.01%의 지분을 취득하는데, 주당 1.177달러(원화 1268원 상당)를 주고 산 셈입니다. 온코펩은 매년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고 그로 인해 자산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임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투자자가 필요했고 그 투자자가 국내 코스닥업체 바이오닉스진이 되었던 겁니다.



.바이오닉스진은 온코펩을 인수한 후에도 전환사채(15억원)와 교환사채(63억원)를 발행하는데요. 전환사채는 미래아이앤지가, 교환사채는 대전브릭스라는 곳입니다. 당시의 미래아이앤지의 최대주주는 남궁견 회장이 이끄는 엔케이물산이었고, 대전브릭스는 리미트리스홀딩스 이전에 제이에스엔홀딩스 100% 지분을 갖고 있던, 협진의 주인이었습니다.


바이오닉스진의 최대주주는 2018년 12월 한류뱅크로 바뀌었다가 2019년 12월에는 팍스넷으로, 2020년에는 에스에이코퍼레이션으로 1년마다 한번씩 바뀌면서 한류에이아이센터, 마이더스AI, 지금의 세토피아로 회사 이름도 바꿉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다시 하도록 하죠.


바이오닉스진에서 이름을 바꾼 한류에이아이센터는 2019년 4월 온코펩 지분 전부를 신설회사 바이오엑스에 총 96억원에 매각합니다. 신기하게도 처음 인수한 가격 거의 그대로 팔았죠. 바이오닉스진에 들어온 새 주인은 전 주인이 갖고 들어왔던 온코펩을 거의 원금에 팔았는데, 전 주인이 바이오닉스진을 인수할 때도 신설법인이었고, 온코펩을 되판 곳도 신설법인이었네요. 혹시 바이오닉스진을 인수한 배후와 온코펩을 사간 신설법인의 배후가 서로 통해 있던 것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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