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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업이 지게 되는 빚의 규모는 영업활동의 성과와 씀씀이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업 성과가 좋지 않고 씀씀이가 클수록 빚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높고, 반대라면 무차입 구조에 가까워집니다. 빚을 져야 하는 상황인데 그럴 수 없다면 추가 자본의 투입이 있어야 생존이 가능합니다또한 차입이나 증자 등 자금조달을 해야 하는지 여부는 상당부분 현금흐름의 문제입니다. 장부상 이익이 나더라도 현금이 부족한 상황에 처할 수 있고, 손실을 보고 있는 기업이라도 현금이 남아돌 수도 있습니다.


한온시스템은 사모펀드회사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에 인수된 2015년 이후 지난 2021년까지 최소 1870억원, 최대 3771억원의 현금흐름(별도 재무제표 기준)을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했습니다. 연평균 2600억원 정도 됩니다. 2022년부터는 영업활동에서 현금흐름이 순유출되고 있습니다.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는 2023년까지 연평균 5500억원가량의 현름흐름을 창출했고 지난해에도 9월까지 4000억원 이상의 현금이 유입되었습니다. 10년 9개월동안 한온시스템 개별실체에는 영업활동에서 총 1조3103억원이 유입되었고,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실체로 보면 5조3978억원이 유입되었습니다.


기업은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현금을 설비투자(자본적 지출)를 하고 자기주식을 매입하거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등 주주환원에 씁니다. 벌어들인 현금보다 쓴 돈이 적으면 현금잉여라고 할 수 있고, 벌어들인 현금보다 쓴 돈이 많으면 현금부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현금잉여와 현금부족을 판단하는 기준은 분석가마다 조금씩 다른데, 통상적으로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설비투자를 차감해 판단합니다만,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은 주주환원액을 추가로 차감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상장기업의 경우 주주환원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금부족이 되면 회사의 통장 잔고가 줄어들게 되고 차입 또는 증자 등 자금조달의 필요가 생깁니다. 혹시 타법인의 주식이나 채권을 사거나 투자부동산을 취득하는 등 기타 투자를 하게 되면 자금조달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게 되겠죠. 차입금이 늘어날 개연성이 높아지는 겁니다.


2015년 이후 한온시스템은 영업에서 번 현금보다 설비투자와 지분투자 그리고 주주환원에 사용한 현금이 더 많았습니다. 한온시스템 개별기업만으로는 번 돈보다 3조원 이상을 더 썼습니다.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실체 기준으로도 약 2조9000억원을 더 사용했습니다. 부족한 현금은 차입이나 증자 등 외부에서 조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온시스템은 2015년 이후 단 한번도 증자를 한 적이 없습니다.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 인수자금 외에 한푼도 한온시스템에 추가 출자를 하지 않은 겁니다. 한온시스템은 자금조달을 전적으로 차입에 의존했죠. 그 규모가 3조2000억원에 달합니다. 벌어들인 것보다 더 쓴 금액과 거의 일치합니다.


한온시스템은 그 전에도 평균적으로 번 돈보다 쓴 돈이 많았으나 2015년 이후 그 규모가 훨씬 커졌습니다. 2010~2014년까지 연평균 348억원(개별 기준)을 더 썼는데, 2015년 이후 거의 10배인 3228억원으로 늘어납니다. 연결 기준으로도 98억원에서 약 2900억원으로 커졌습니다.


한온시스템 개별실체 중심으로 지출이 어디에서 늘었는지 보겠습니다. 설비투자의 경우 유무형자산매각을 차감한 순지출 기준으로 연평균 382억원에서 640억원으로 커졌죠. 10년 9개월간 합계로 약 1조2800억원이 순지출되었습니다.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 지분투자는 실제로는 활발하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는데요. 2019년에 마그나그룹의 유압제어(례&C)사업부에 1조3522억원의 거금이 들어갔죠. 나머지 지분투자를 포함하면 총 1조7000억원의 지출이 이루어졌습니다. 한온시스템이 10년 9개월간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약 1조3000억원이니 설비투자 이후 남는 게 거의 없었습니다. 지분투자를 위한 1조7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차입이 불가피했습니다.


그런데 한앤컴퍼니 지배 하에서 한온시스템의 실제 순차입은 1조7000억원보다 약 1조5000억원이 더 많죠. 이유는 배당금 지급에 있습니다.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가 인수한 이후 한온시스템의 배당금 지급액은 연평균 755억원에서 1555억원으로 2배가량 커졌습니다. 2020년 이후에는 순이익이 줄거나 적자를 기록하는 와중에 2000억원에 육박하는 배당금이 나갑니다. 지난해 9월까지 총 1조5744억원에 이릅니다.



그러니까 한온시스템은 10년 9개월동안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현금으로는 늘어난 설비투자 자금을 충당하는 정도였고, 유압제어사업부 등의 지분투자와 배당금 지급을 3조2000억원의 차입금을 조달해 해결해 온 셈입니다. 그래서 거액의 차입에도 불구하고 한온시스템의 현금 유동성(현금과 금융상품)은 지난해 9월말 기준 972억원에 불과합니다.


한온시스템의 지분은 한앤컴퍼니의 특수목적회사인 한앤코오토홀딩스유한회사(50.5%)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9.49%)이 들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지급한 배당금의 70%가 두 대주주에게 흘러들어간 셈입니다. 2016년부터 배당을 받았다고 치면 한앤코오토홀딩스가 7331억원가량,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2829억원가량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배당의 확대가 주주일반에 대한 환원보다는 대주주의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볼만 합니다.



한앤코오토홀딩스는 한온시스템 지분 매입에 약 2조7500억원을 썼습니다. 약 1조7000억원은 한국외환은행(현 하나은행) 등 30개 기관으로 구성된 대주단의 5년 만기 인수금융으로 조달했고, 약 1조500억원은 블라인드 펀드 등 에쿼티투자자들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블라이드펀드에는 한앤컴퍼니 제2의 3호가 약 30%를 출자해 한앤코오토홀딩스의 최대주주가 되었습니다. 계약 당시 환율을 적용해 원화로 환산한 값인데, 실제 지급일 환율을 적용하면 총 소요액이 2조7775억원으로 좀 더 늘어납니다.


한앤컴퍼니 제2의 3호 등 블라인드펀드 투자자들은 자본이득을 노리고 들어온 것이니 투자종료 후 성과를 나누면 됩니다. 배당을 할지 말지는 주주간 계약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1조7000억원에 이르는 인수금융을 제공한 대주단에게는 정기적으로 이자를 지급해야 합니다. 투자목적을 위해 설립된 한앤코오토홀딩스는 그 재원을 한온시스템의 배당금에 의존해야 하죠. 한온시스템의 배당금 규모가 늘어나고 2016년 분기배당이 시작된 배경일 것입니다.


한앤컴퍼니의 인수금융은 선순위대출 1조3416억원과 중순위대출 3600억원으로 이루어졌는데, 금리 수준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선순위대출 기준으로 5%대로 추정되었습니다. 중순위대출은 7~10% 사이에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최소로 잡아도 연간 900억원 이상의 이자 재원이 필요했을 겁니다.


한앤컴퍼니는 인수금융을 몇 차례 교체했습니다. 공시로는 2019년과 2021년이 확인됩니다. 2019년 기존 주식담보대출을 종료하고 새로운 대출계약을 맺는데요. 금리는 선순위대출이 4.05%, 중순위대출이 7.1%로 하향조정됩니다만 차입액이 2조1000억원으로 늘어납니다. 이자 지급액이 줄었을 것 같지 않습니다. 게다가 일부 에쿼티 투자자가 이탈했던 모양입니다. 29.19%였던 한앤컴퍼니 제2의 3호 지분율이 30.9%로 올라가거든요. 그래서일까요? 2020년부터 한온시스템의 배당금 지급액이 한 계단 더 높아집니다.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할 때는 자본의 재분배와 업무효율화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스스로는 투자차익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한온시스템의 경우는 성장성이 높아지긴 했지만 수익성과 재무구조면에서는 상당히 악화된 모습을 보입니다. 시가총액의 큰 폭 하락은 기업가치가 오히려 떨어졌음을 시사합니다. 특히 한앤컴퍼니가 대규모 차입금을 인수금융으로 쓰면서 그 이자부담이 고스란히 한온시스템의 배당금 부담으로 이어졌고, 그로 인해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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