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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벌시티는 미국 테네시주에 56억 달러의 예산으로 조성되는 미국 포드자동차의 전기차 생산단지입니다. 전기트럭 조립공장과 전기차 배터리 공장 등이 들어서 올해 본격 가동할 예정이었습니다. 더불어 SK이노베이션과 포드가 50% 대 50%의 출자로 합작법인 BlueOval SK(이하 블루오벌SK)를 설립하고, 켄터키주(1,2공장)와 테네시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게 됩니다. 블루오벌시티 프로젝트 56억 달러, 블루오벌SK 설립에 58억 달러 등 총 114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에 대해 두 회사는 지난 2021년 9월 27일 공동으로 발표합니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그해 8월 3일 배터리사업부를 물적분할하기로 결의하고 9월 1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분할계획을 승인합니다. SK온은 그렇게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로 10월 1일 공식 출범하고, 블루오벌SK에 출자를 담당할 SK배터리아메리카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에서 SK온의 자회사로 위치가 바뀝니다. 포드자동차의 블루오벌시티 프로젝트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부문이 물적분할되는 직접적인 계기였던 셈입니다.


SK배터리아메리카와 포드자동차는 블루오벌SK에 2027년 10월까지 각각 5조 1175억원을 순차적으로 출자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환율(1176.8원)을 적용하면 각각 43억5000만 달러정도 됩니다. 블루오벌SK에 책정된 예산이 58억 달러였는데, 왜 블루오벌SK 출자액이 87억 달러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블루오벌SK의 자금줄은 크게 넷으로 볼 수 있습니다. 포드의 출자금, SK온의 SK배터리아메리카에 대한 출자와 자금대여, SK배터리아메리카의 현지 차입, 그리고 미국 에너지부의 첨단기술차량제조 대출 프로그램 등입니다. 블루오벌SK는 2023년 6월 미국 에너지부(DOE)가 운영하는 첨단기술차량제조(ATVM) 대출 프로그램으로 92억 달러(약 11조8000억원)의 정책자금을 저리로 지원받을 수 있게 됩니다.


SK온은 2023년 8월 SK배터리아메리카의 블루오벌SK 주식취득 자금용도로 15억 달러 한도의 자금대여를 승인했고, 지난해 8월 6억 달러 한도의 자금대여 약정을 추가로 맺습니다. 15억 달러의 대여는 전액 실행되었고, 6억 달러 중에는 5.37억 달러가 대여되었습니다. 원화 기준으로 SK온이 SK배터리아메리카에 출자한 총액은 지난해 9월말 현재 약 4조8000억원에 달했고, 주로 대여금으로 구성된 SK배터리아메리카에 대한 채권총액은 약 3조3000억원에 이르렀습니다.


SK온이 직접 지원한 자금이 약 8조원에 달했던 셈이고, 그 중 대부분은 블루오벌SK의 시설투자 등으로 쓰였을 것입니다. 당시 SK온(별도)의 보유현금은 금융상품을 포함해 약 2800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차입금은 무려 8조5000억원에 육박했지만, 현금유동성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던 셈입니다.



블루오벌SK는 2022년 7월 설립되었습니다. 그해 12월부터는 테네시주에 1개, 켄터키주에 2개의 배터리공장을 짓기 시작했고, 올해 1분기부터 순차적으로 배터리 셀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습니다. 포드가 지난해 4월 블루오벌시티의 전기차 가동을 2026년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합니다. 언론에서는 주요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차 캐즘 영향으로 전동화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블루오벌SK의 배터리공장 건립과 배터리 생산 일정은 변함이 없다는 게 SK그룹과 포드의 입장이었습니다. 공장 건설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테네시공장과 켄터키 1공장이 계획대로 올해부터 양산을 시작한다고 재확인했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SK온은 SK배터리아메리카에 자금을 추가 대여했고, 그로 인해 블루오벌SK의 유상증자가 이루어졌습니다.


포드는 지난해 8월 다시 한번 전동화 속도조절 계획을 밝혔습니다. 캐나다 공장의 SUV 전기차 생산 계획을 취소했고, 블로오벌시티에서의 전기 픽업트럭 생산 시기를 2027년으로 1년 더 늦췄습니다. 아마 전기차시장의 후발주자로 심각한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포드의 전기차사업부문은 지난해 약 51억 달러(약 7조원)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올해 역시 50억~55억 달러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연말이 다가오면서 의외의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지난해 11월 블루오벌SK는 미국 에너지부와 약 96억달러의 ATVM 대출 프로그램을 받기로 계약을 체결합니다. 기존 92억 달러의 대출 한도가 4억 달러 증액된 것입니다. 당장 인출해 쓸 수 있는 대출이었고 2040년까지 쓸 수 있는 장기 대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언론에서는 블루오벌SK발 SK온의 유동성 위기를 불식시키는 호재로 다루었습니다.


그런데 곧 이어 블루오벌SK가 유상감자를 결정했다는 발표가 나옵니다. 16조원이었던 자본금을 약 12조원으로 줄이고, 약 4조원을 주주인 포드와 SK배터리아메리카에 돌려준다는 것이었죠. 달러화 기준으로는 28억8000만 달러, 포드와 SK배터리아메리카에 각각 14억4000만달러씩이었습니다.


블루오벌SK에 그 만한 유상감자를 할 현금이 있었을 리 없습니다. 지난해 9월말 현재 SK온과 종속회사가 보유한 현금은 모두 합쳐 대략 2조원이었습니다. 현금이 블루오벌SK에 집중되어 있었다고 해도 1조원 이상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ATVM 대출에서 인출한 돈으로 유상감자를 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추정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설비투자 용도로 받았을 정책자금으로 주주들의 납입금을 돌려준 셈이 됩니다.



감자는 한번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올해 1월 블루오벌SK는 다시 한번 약 12조원인 자본금을 약 7조원으로 줄이는 두 번째 유상감자를 실시합니다. 원화 기준으로는 약 5조원, 달러화 기준으로는 34억 달러 규모입니다. 두번의 감자 모두 ‘해외 투자자본 효율성 제고를 위한 자본 재배치’를 사유로 들었습니다.


총 62억 8000만 달러에 달하는 두번의 유상감자로 SK배터리아메리카와 포드는 각각 31억 4000만 달러씩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만약 ATVM 대출을 받아 감자를 한 것이라면 블루오벌SK는 자본이 크게 줄어든 대신에 그 만큼 부채가 늘어나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되었을 것입니다. 또 96억 달러의 대출 프로그램 중 이미 3분의 2를 사용했으니, 향후 설비투자 등을 위해 인출할 여분은 34억 달러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SK배터리아메리카와 포드가 블루오벌SK에 약속한 출자 규모는 각각 5조1175억원, 약 86억달러입니다. 그런데 유상감자 전 블루오벌SK의 자본금은 16조원, 111억5820만 달러였죠. 포드와 SK온 사이에 블루오벌SK에 추가 출자 약정이 있었다는 발표는 없었고, 지난해 7월 이후에는 블루오벌이 유상증자를 했다는 공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SK온이 SK배터리아메리카에 대여와 출자로 8조원을 투입했다는 것과는 계산이 맞아 떨어집니다.



블루오벌SK의 자본금이 111억 달러에 달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포드와 SK온은 약정을 초과해 블루오벌에 증자를 했던 셈이고, 첫 번째 유상감자는 약정을 초과한 출자에 대한 회수였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유상감자가 끝난 후 블루오벌SK의 자본금은 약 7조1773억원, 달러화로 약 49억 달러입니다. 최초 약정한 출자액 아래로 떨어진 겁니다. 양사의 합의 하에 최초 출자약정을 축소한 것으로 받아들여야겠죠. 블루오벌SK의 투자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면서 미국 에너지부의 ATVM 대출프로그램에서 자금을 조달해, 유상감자의 형태로 SK온과 포드의 자금회수가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SK온은 최근 배터리공장의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란 기존 입장을 바꾸었습니다. 이달 6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지난해 절반 수준인 3조5000억원으로 축소한다고 밝혔습니다. 북미 합작투자가 대부분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라고 했죠. 블루오벌SK가 짓는 배터리 공장들이 올해 준공되는 일정에는 변동이 없지만, 여타 투자에 대해서는 축소하거나 연기한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그 안에는 블루오벌SK 공장들의 상업가동을 위한 투자도 포함되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SK온은 블루오벌시티에 있는 테네시 공장의 가동시점을 올해에서 2026년으로 연기한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1분기로 예정했던 켄터키 1공장의 상업가동도 2분기부터 일부 라인에서 순차적으로 시작하는 것으로 변경했죠. 포드와의 합작공장이니 포드의 전기차 사업이 축소되고 연기된다면, 블루오벌SK의 배터리공장들이 정상가동되는 날은 더욱 늦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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