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의 기사는 작성 후 최소 1주일 경과된 시점에 무료 공개되고 있음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인수대상 회사의 자산을 직접 담보로 제공해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거래를 담보제공형 LBO라 하고, 인수회사가 장부상회사(SPC)를 통해 인수자금을 차입한 뒤 대상회사와 합병하는 방식을 합병형 LBO라고 부릅니다. 인수회사가 대상회사를 합병한 뒤 유상감자, 이익배당, 자기주식 매입 등의 형태로 인수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는데, 이를 분배형 LBO라고 합니다. 어느 방식을 쓰든지 결과적으로 인수대상 회사의 자산이 인수차입금 상환에 사용되는 것은 다르지 않으나 인수방식에 따라 합법이 되기도 하고 불법이 되기도 합니다. 신한과 한일합섬 LBO 이후 금융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담보형 LBO는 불법이고, 합병형 LBO나 분배형 LBO는 합법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고 실제로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하는 대부분의 M&A는 SPC를 설립해 대상회사를 인수한 뒤 합병하는 합병형 LBO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의 예외없이 인수자금의 상당부분을 SPC가 대상회사의 주식을 담보로 차입하는 구조를 사용하고 있죠.
상식적으로 보면 인수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이나, 인수회사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이 뭐가 다른가 싶습니다. 주식은 그 회사의 순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의미하는 것이니 결국 자산을 담보로 제공한다는 실질에는 차이가 없어 보이거든요. 하지만 법원은 자산을 직접 담보로 제공하면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고, SPC와 대상회사를 합병해 결국 차입금을 인수회사에 부담시키는 것은 ‘경영상의 판단’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MBK파트너스나 한앤컴퍼니처럼 기업을 인수해 가치를 높인 뒤 되파는 식으로 돈을 버는 펀드를 바이아웃펀드라고 부르는데요. 이들은 처음 기업인수를 설계할 때부터 SPC와 인수대상회사를 합병할 것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수한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기 이전부터 이미 인수차입금을 떠넘기는 것이 계획인데, 그 시점이 인수 이후라고 해서 경영상의 판단이라고 인정해 주어야 하는 것인지 참 의문입니다.

바이아웃펀드나 SPC가 무한대로 차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가 일원화되면서 바이아웃펀드 자체와 SPC의 차입한도는 순자산의 300% 이내, 그러니까 부채비율 400%를 넘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합병형 LBO에서 SPC의 부채비율은 200%를 넘지 않는다고 합니다. 400%는 너무 느슨한 규제라고 볼 수도 있죠.
SPC 부채비율이 200%를 넘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 합리적인 것 아니냐고 볼 수도 있는데,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SPC와 인수대상회사가 합병할 경우의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가 있거든요. 여기에 커다란 함정이 있습니다.
가령 SPC가 자기자본 1000억원과 차입금 2000억원으로 장부상 순자산이 300억원이고, 부채비율이 200%(장부상 부채가 600억원)인 A회사를 100% 인수했다고 가정해 보죠. SPC와 인수대상기업이 합병하게 되면, 합병 후 자산은 3600억원, 부채는 2600억원이 되지만, 자산의 대부분인 2700억원은 경영권 프리미엄인 영업권으로 사실상 현금흐름 창출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실질적으로 기업의 자산은 합병 전의 900억원에서 전혀 늘지 않았다고 볼 수 있고, 차입금만 2600억원 떠안는 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LBO로 인해 인수대상기업이 부채 위기에 봉착할 위험은 바이아웃펀드 또는 SPC의 인수차입금 규모에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인수가액이 장부가에 비해 고평가될수록 증폭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과거 홍콩계 사모펀드인 AEP에 매각된 하이마트를 들 수 있는데요. 장부가에 비해 엄청나게 비싸게 팔리면서 지금은 롯데그룹의 일원이 된 롯데하이마트의 경우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이 영업권으로 이루어져 있고 잊을만 하면 대규모 영업권 상각으로 인한 손실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MBK파트너스가 인수할 당시 홈플러스의 기업가치는 7조2000억원으로 평가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에도 다른 할인마트의 기업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평가되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MBK파트너스는 인수자금의 절반 이상을 금융권 차입금으로 조달했죠. 처음부터 홈플러스의 부채위기를 잉태하고 있었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한 대목입니다.
*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이 제작하는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DRCR(주)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