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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넥셀세인은 김재섭 회장이 최대주주이던 지난 2008년 3월 한국슈넬제약을 인수합니다. 한국슈넬제약은 슈넬생명과학으로 상호를 변경한 뒤 지금은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라는 회사가 되어 있습니다. 제넥셀세인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100억원을 참여하고, 당시 오로라리조트홀딩스가 갖고 있던 경영권 지분과 기타 주주들의 지분을 장외에서 115억원에 매입해 41.21%의 지분을 확보합니다. 유상증자로 발행된 신주는 당시 기준주가에서 10% 할인된 565원에 받았고, 오로라리조트홀딩스의 지분 7.15%는 주당 2570원에 매입했습니다. 네오웨이브 등 기타 주주의 지분은 주당 1300원에 사줬습니다. 유상증자로 경영권을 확보하는 대가로 기존 대주주들의 지분에 매우 후한 값을 쳐주었던 것이죠.
한국슈넬제약은 부실 회사였습니다.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고, 유상증자와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반전을 꾀했지만 효과를 거두고 있지 못했죠. 2006년 11월에는 법원에 의해 회생절차 개시가 결정되었고 현금흐름 창출이 이루어지지 않아 유동성도 부족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비즈바이오텍이라는 회사를 인수했는데, 매출이 전무한 신약개발 회사였습니다.
한국슈넬제약이 비즈바이오텍 인수를 결정한 건 2007년 3월인데요. 당시 이사회의사록에는 이 회사의 기업가치가 약 38억원이고, 52.5%의 지분을 약 20억원(주당 14만9000원)에 양수한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당시 언론들은 한국슈넬제약이 비즈바이오텍을 인수하면서 차세대 항암제 공동개발에 나선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슈넬제약은 비즈바이오텍 지분 전량을 2008년 제넥셀세인과 김재섭 회장에게 매각합니다.

오로라리조트홀딩스는 2007년 9월에 한국슈넬제약의 전환사채를 장외매입한 뒤 곧바로 보통주로 전환해 최대주주가 되었죠. 총 53억원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취득한 주식은 6개월 후 전량 2배 가까운 가격인 101억원에 김재섭 회장의 제넥셀세인에 팔렸습니다. 오로라리조트홀딩스가 장외매입한 전환사채는 불과 2개월 전에 발행된 것을 무한9호구조조정조합에서 인수한 것이었습니다.
한국슈넬제약은 무한투자라는 투자회사의 지분을 5%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무한9호구조조정조합은 이 회사에서 조성한 것일 가능성이 높죠. 한국슈넬제약이 영향력을 행사해 조합이 결성되었고, 오로라리조트홀딩스가 그 조합을 통해 전환사채를 취득했을 개연성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오로라리조트홀딩스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지 이틀만에 한국슈넬제약 전환사채를 매입했습니다. 매입한 지 이틀 후 주식으로 전환을 했죠. 한국슈넬제약 인수를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일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전환사채를 인수한 뒤 자본금을 7억원으로 늘리기는 했지만, 50억원이 넘는 인수자금은 외부의 누군가로부터 빌렸을 것이 분명합니다.
제넥셀세인에 인수된 한국슈넬제약에 김재섭 회장은 대표이사로 취임합니다.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무한투자㈜ 지분 매각과 경기도 안산에 있던 공장의 세일&리스백(126억원)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제넥셀세인과 함께 자본잠식 상태였던 청계제약을 인수합니다. 한국슈넬제약이 28억원(22%), 제넥셀세인이 67억원(78%)을 투입했죠.
그러나 한국슈넬제약과 청계제약을 인수한 직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금융위기가 찾아오고, 제넥셀세인이 심각한 자금난에 빠져 임직원의 급여를 제대로 지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자, 김재섭 회장은 자신의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려고 합니다. 제넥셀세인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한국슈넬제약 대표이사에 취임한 것도 이때(2009년 1월) 입니다.
김재섭 회장의 제넥셀세인 경영권 지분은 결국 2009년 4월 한국기술산업에 넘어갑니다. 전편에서 이미 기술한 바와 같이 한국슈넬제약이 전환사채 170억원을 발행한 자금으로 한국기술산업의 전환사채와 회사채를 매입하는 방법으로 인수자금을 공급해 주죠. 한국슈넬제약이 발행한 회사채는 2014년에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에 흡수합병되는 팝인베스트먼트가 인수해 줍니다.
한국슈넬제약은 그 전환사채를 제넥셀세인에 양도하고 그 대가로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업체 에이프로젠과 청계제약 지분을 매입하게 됩니다. 한국기술산업으로 주인이 바뀐 제넥셀세인은 한국슈넬제약 지분을 장내매도하기 시작하죠. 대신 김재섭 회장이 30억원짜리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25억원을 참여해 14.39%의 지분을 확보합니다.
장내매도로 제넥셀세인의 지분율은 43.09%에서 23.46%까지 감소했지만 여전히 김재섭 회장과는 꽤 격차가 있는 최대주주였는데요. 김재섭 회장에게는 지분율을 크게 끌어 올릴 수 있는 히든 카드가 있었습니다. 바로 팝인베스트먼트가 인수한 17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였죠.

한국슈넬제약에서 슈넬생명과학으로 상호변경을 한 직후인 2009년 11월 김재섭 회장은 팝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분리형 신주인수권과 사채권을 전량 매입합니다. 발행 후 약 6개월이 지났을 무렵인데, 주당 100원으로 신주인수권 가치를 계산했습니다. 2009년에 한국슈넬제약이 발행한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는 팝인베스트먼트가 인수한 제4회차와 제5회차 그리고 공모로 발행한 제6회차가 있었는데요. 4회차와 5회차는 표면이자 없이 만기수익률 3%에 행사가액이 1720원이었던 반면에 제6회차는 표면이자 2%, 만기수익률 8%, 행사가액은 2620원이었습니다. 공모로 발행된 제6회차에 비해 4회차와 5회차의 발행조건이 투자자에게 매우 유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당시 슈넬생명과학의 발행주식 총수는 약 921만주였습니다. 그런데 김재섭 회장 부부가 취득한 신주인수권은 1008만주에 상당하는 물량이었죠. 신주인수권을 행사하면 언제든 과반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으니 지배주주의 지위를 확고히 한 계기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김재섭 회장은 신주인수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고도 최대주주가 됩니다. 기존 대주주인 제넥셀세인이 지속적으로 지분을 팔아 2009년 12월에 지분율이 9.79%까지 떨어져 김재섭 회장의 11.41%를 밑돌게 되었죠. 제넥셀세인의 자회사였던 에이프로젠과 청계제약이 슈넬생명과학 자회사가 된 이후였습니다.
김재섭 회장 부부가 권리행사한 신주인수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김재섭 회장이 약 162만주, 박미령씨가 약 253만주로 추산됩니다. 이로 인한 주식 취득자금은 48억원 정도 될 듯합니다. 대부분 신주인수권은 복수의 상대방에게 장외 매도되었습니다. 행사가격이 하락한 영향으로 약 1088만주에 상당하는 신주인수권을 약 31억원에 팔 수 있었죠. 신주인수권이 분리된 사채 역시 이때 함께 팔렸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주식인수대금을 사채로 대용 납입했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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