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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시가총액은 2024년말 2조 164억 원에서 2025년말 6조1,116억 원으로 약 200% 증가했습니다. 주식 수가 달라지지 않았으니 순전히 주가 상승의 결과입니다. 그런데 ㈜한화가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 지분가치는 대략 19.4조 원에 달합니다. (이상 ㈜한화가 IR자료에서 밝힌 내용)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시가총액이 14.9조 원에서 48.5조 원으로 급증한 영향이 큽니다. 한화가 보유한 32.2%의 지분 가치가 무려 15.6조 원에 이릅니다. 반면 한화갤러리아, 한화비전 등 신설 지주회사로 승계되는 상장 주식의 가치는 약 8,500억 원 수준에 불과합니다.



한화는 인적분할의 명분으로 복합기업 할인이라는 개념을 들고 있습니다.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한화의 시가총액이 보유 상장사 주식 가치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데, ㈜한화 아래 서로 다른 많은 사업이 섞여 있어서 각 사업의 가치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한화의 사업영역은 크게 6개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한화 자체사업인 건설 부문(구 한화건설)과 글로벌 부문(화약, 소재, 투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계열(한화오션, 한화시스템, 한화엔진 포함)이 영위하는 방산/우주항공, 조선·해양 부문, 한화솔루션 계열(한화첨단소재 포함)이 영위하는 에너지와 케미칼 부문, 한화생명 계열(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포함)이 영위하는 금융부문, 그리고 신설 지주회사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로 승계되는 계열사들이 영위하는 사업(테크 솔루션즈, 라이프 솔루션즈)입니다.


방산/우주항공, 조선·해양, 에너지/케미칼, 금융은 한화그룹의 주력 사업입니다. 정책과 규제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장기 전망을 토대로 성장 전략을 짜야 하는 사업들로 분류됩니다. 반면 신설 지주로 승계되는 사업인 테크 솔루션즈와 라이프 솔루션즈는 시장 민감도가 높아서 유연하고 민첩한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사업의 특성이나 전문성의 차이로 전략에 대한 속도와 방향성이 다를 수 밖에 없는데, 하나로 묶여 있으니 자본배분이나 자본집행이 비효율적이고 결과적으로 특정 사업이 성장기회를 얻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특성이 비슷한 사업끼리 분할을 하면 각 사업의 정체성이 드러날 것이고 사업별로 전략을 최적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장의 재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게 인적분할의 명분입니다.


일단 한화의 인적분할은 시장에서 통했습니다. 올해 초 주식시장이 초강세를 보이기는 했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유독 강했던 게 한화그룹 주식이었죠. 특히 ㈜한화의 시가총액은 불과 한달 열흘만에 무려 3조 원 가까이 불어나 9조원에 육박합니다. 신설 지주사로 승계되는 한화비전의 시가총액은 2.2조 원에서 3.4조 원으로 50% 이상 증가했습니다. 2,600억 원대이던 한화갤러리아 시가총액도 4,000억 원대로 올라섰죠. 최소한 주가 측면에서 한화의 인적분할은 지금까지 대성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주가 상승이 오롯이 인적분할의 효과는 아닙니다. 자사주 445만주(약 5.9%) 소각과 초소 주당 배당금 1,000원 등 주주환원 정책의 확대 발표, 지배구조 개선책 등 시장에 제공한 당근이 한 몫 했을 겁니다. 여기에 인적분할이 한화그룹의 계열분리 신호탄이라는 시장의 자극적인 해석이 주효한 걸로 볼 수 있습니다.



한화의 계획 중 단연 눈에 띄는 건 신설지주 사업에 대한 포부입니다. 2024년 기준 한화비전 등 6개사의 매출 총액이 약 3조원 수준인데요. 분할 이후 2030년까지 연평균 30%를 달성하겠다고 합니다. Tech 부문(기계)과 Life 부문 모두 높은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한화그룹의 자평입니다. 여기에 4.7조 원을 투입해 시장 이상의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랍니다.


사실 신설지주 사업들은 최근 2~3년에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한화테크윈을 계승한 한화비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인적분할한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와 2024년 10월 합병으로 새출발을 했고, 한화세미텍은 2024년 1월에 한화모멘텀의 반도체 전공정 사업을 양수했죠. 한화모멘텀은 2024년 7월에 ㈜한화에서 물적분할해 설립되었고, 한화로보틱스는 2023년 10월에 물적분할로 탄생했습니다.


한화갤러리아는 코로나19로 백화점과 면세점사업이 큰 타격을 입자 한화솔루션에 흡수합병되었다가 2023년말 다시 인적분할되었습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아래 정상북한산리조트, 아워홈, 고 메드 갤러리아는 모두 2025년 하반기 M&A로 확보한 사업들이고요.


진용이 갖추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회사로 구성된 신설지주의 사업규모는 전체 한화그룹에 비해 매우 적습니다. 분할 비율은 76 대 24라고 하지만 2024년 ㈜한화의 연결매출이 약 55조원인데, 6개 회사 매출 합계가 3조원이니 5%를 살짝 넘는 수준에 불과하죠. 아무리 3형제 중 막내라고 하지만, 계열분리로 가져가게 되는 김동선 부사장의 몫의 전부라고 보기에는 너무 적습니다.


그렇다면 키워야죠. 그래서 2030년까지 4.7조 원이라는 투자계획이 수립된 것 아닐까요? 연간 약 1조원의 투자로 성장엔진을 돌려 연평균 30%의 성장률을 달성하게 되면 현재 6개 계열사 매출 3조 원은 11조 원이 됩니다. 10조 원대 매출이라면 그럭저럭 봐줄 만 하죠.



투자계획은 설비투자 2.1조 원, M&A 0.6조 원, R&D투자 2조 원으로 구성됩니다. 설비투자는 주로 한화갤러리아의 신규 출점과 명품관 재건축에 대한 것이고 R&D투자는 주로 한화비전에 대한 것입니다. M&A 0.6조 원은 아마도 한화로보틱스에 대한 것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한화갤러리아, 한화로보틱스, 한화모멘텀, 한화비전,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2024년 연간 영업활동 현금흐름의 총 합계는 1,816억 원에 불과합니다. 경상적인 자본적지출을 하고 나면 남는 자금이 거의 없습니다. 실적이 개선된다고 해도 자체적으로 4.7조 원의 투자자금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어렵습니다. 그럼 대대적인 외부자금 조달은 필연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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