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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으로 자기주식 소각이 의무화되면서 주식시장에 큰 이슈로 등장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가 3월 10일 국내 사상 최대인 약 16조 원 규모라며 8,700만주(우선주 포함)의 소각을 발표하고, SK㈜가 약 5.1조원에 달한다며 발행주식 총수의 20%에 달하는 1,469만주의 소각을 결정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삼성전자의 자기주식 소각은 대규모 주주환원 신호로 해석되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었고, SK㈜의 주가는 소각 발표 직후인 3월11일 장중 40만원을 돌파하며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언론들은 자기주식 소각이 지배구조 투명화와 주가 상승의 효과가 있을 거라며 여러 분석기사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다 냉정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언론에 등장하는 ‘소각의 효과’ 중에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오해는 소각 그 자체가 주가 상승의 동력이라는 생각입니다. 기존 자기주식의 소각과 신규 취득 후 소각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소각에 주가 상승의 효과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만들어 내지요.
일부 언론들은 자기주식이 소각되면 발행주식 수가 줄고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하기 때문에 소각 그 자체가 주가상승의 원천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이건 아마도 우리나라가 그 동안 자기주식을 취득했다가 기업이 원하면 얼마든지 재매각하는 게 가능했기 때문에 생긴 오해일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자기주식 취득은 단지 취득일 뿐이고, 소각은 취득과 전혀 별개의 결정이라고 받아들여져 왔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부터는 자기주식 취득은 곧 소각으로 이어지게 되죠. 취득과 소각은 일련의 정해진 절차가 된 것입니다.

삼성전자와 SK㈜처럼 기존의 자기주식을 소각하는 것은 기업의 가치는 물론 개별 주식의 가치와 이론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순간 유통주식 수가 이미 감소했고, EPS도 달라지게 되죠. 소각은 그저 이미 취득해서 ‘죽은 주식’을 장부상에서 영구히 지우는 절차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 소각은 가치를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취득으로 발생한 효과가 다시 시장에 매각되어 희석되지 않도록 확정 짓는 행위인 것입니다.
상법상 자기주식 소각이 의무화된 순간 성전자와 SK의 기존의 자기주식 소각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지배구조를 강화하거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시장에 다시 풀릴 가능성이 사라졌죠. 다시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의심이 사라졌으니 그 만큼의 효과는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자기주식 소각 그 자체로 기업가치가 달라진다거나, 주당순이익이 커진다거나, 주가가 물리적으로 상승한다는 생각은 명백한 오해입니다. 그러니 16조원이니, 5.1조원이니 하는 숫자는 내가 가진 삼성전자나 SK의 주식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환상(illusion)일 뿐입니다.
자기주식 소각으로 유통주식 수가 감소한다는 것 역시 오해입니다. 유통주식 수는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순간 감소하고, 자기주식이 소각되면 발행주식 수가 줄게 됩니다. 올해부터는 자기주식 취득=소각이니, 사실상 자기주식 취득을 발행주식 수 및 유통주식 수의 감소라고 받아들여도 되겠습니다. 하지만 올해 두드러지게 나타날 기존 자기주식의 소각은 유통주식 수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모 언론에서는 SK㈜의 자기주식 소각으로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이 상승하게 돼서 가만히 앉아서 지배력 상승의 효과를 얻게 된 것처럼 썼더군요. 이것 역시 오해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SK의 자기주식이 소각대상이 됐기 때문에, 즉 재매각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최태원 회장이 자기주식을 우호지분으로 활용할 기회가 사라진 것입니다.
SK의 자기주식 소각은 최태원 회장의 소유 지분율을 높여줍니다. 하지만 상법상 자기주식은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지배력’을 의미하는 의결권 지분율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최태원회장과 특수관계자들의 소유 지분율(5% rule에 의한 공시 지분율)은 25.43%에서 31.79%로 상승하겠지만, 실질 지배력에 해당하는 의결권 지분율은 이미 31.79%이고 자기주식 소각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기존 자기주식 보유기업들은 자기주식을 취득할 때 주주환원을 강조했을 것입니다. 주가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주었겠지요. 그 자기주식 소각은 취득에 다른 주주환원의 효과를 확정짓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진정한 주주환원 정책은 자기주식을 신규 취득하겠다고 선언한 기업들에게 해당되는 말이죠. 혀대자동차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총 4조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매입해 소각한다는 3개년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 중에 있습니다. 올해는 4월말까지 약 4,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신규 매입해 연내 전량 소각할 예정이죠. 신한지주는 올해 하반기에만 약 7,5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매입/소각이 예상되고, 메리츠금융지주도 ‘현금배당 보다 자기주식 소각’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어 올해 약 7,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매입해 소각할 계획이죠.
자기주식을 신규 취득하면 현금이 회사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빠져나간 현금만큼 기업가치는 감소하겠죠. 하지만, 유통주식 수(앞으로는 발행주식 수도)감소하기 때문에 향후 벌어들이는 이익을 주식 수로 나눈 EPS는 늘어나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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