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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가 창고형 매장인 트레이더스를 확장하는 이유는 인건비 등 고정비를 줄일 수 있는데 있습니다. 매장에 진열되는 상품의 수도 3분의 1에서 4분의 1로 준다고 하니 변동비도 줄겠군요. 기존의 할인 매장에 비해 더 싼 가격에 공급이 가능할 것입니다. 할인 매장의 신규 출점을 사실상 중단했다고 볼 수 있으니 예전에 비해 투자 부담이 다소 줄 것 같습니다. 그렇다 해도 매년 이마트 자체에 필요한 투자자금이 적지 않습니다. 트레이더스 신규 출점을 하는 데 들어가는 돈이 기존 할인점과 큰 차이가 없거든요.


이마트의 경우 지난 2017년 당시 매장의 신규 확장에 매년 5000억원에서 6000억원의 투자를 계획했습니다. 보완투자에도 연간 최소 1300억원이 들어갈 걸로 예상했죠. 연간 평균 7000억원의 자본적 지출이 발생하는 셈이었죠. 지금은 그게 올해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총 1조3332억원 투자하는 것으로 축소되었습니다. 특히 신설투자계획을 내년부터 1500억원 미만으로 줄이는 것으로 방침이 바뀌었습니다. 대신 보완 투자계획이 두 배 정도로 커졌습니다. 트레이더스 매장을 신규 출점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의 할인점 매장을 창고형으로 리뉴얼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마트 자체의 투자소요는 줄었지만 이마트 연결법인의 투자소요가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투자를 축소했지만 지난해 새로 출범한 SSG.com을 포함한 온라인 유통채널 투자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거든요. 여기에 후발주자로 진출한 편의점사업에도 연간 1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잡아 놓고 있습니다. 편의점업 역시 시장이 포화상태이기는 하지만 오프라인 유통업 중에서 그나마 가장 사정이 좋은 편인 데다 기존의 빅3를 따라잡으려면 어느정도 투자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SSG.com의 온라인 유통 채널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물류센터 확충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쿠팡이 수 천억원 넘게 쏟아 부은 투자도 물류센터였죠. 특히 음식료품에 강점을 갖고 있는 SSG.com은 음식료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물류센터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돈이 더 들어갈 수 있습니다. 물류센터 1개당 구축비용이 1000억원 이상이라는 얘기도 들립니다.


SSG.com은 올해 약 2000억원가량의 신설투자가 이루어지고 내년과 후년에는 각각 5000억원과 4000억원 수준의 대규모 투자가 계획되어 있습니다. 3년간 1조1000억원이 넘게 듭니다. 본체인 이마트와 맞먹는 투자규모입니다. 본체가 줄인 투자가 SSG.com으로 넘어간 겁니다. 그러니 이마트 그룹의 유통부문에 매년 들어갈 투자자금은 별로 줄 게 없습니다. 온라인몰 분할 전에 연간 1.2조~1.5조원이던 것이 SSG.com 출범 후 1.1조~1.2조원으로 2000억~3000억원 감소한 수준입니다.


온라인에서도 유통 강자의 면모를 유지하려면 큰 돈이 필요한데, 그 돈이 어디서 나오나요? 힘을 잃고 있는 오프라인에서 나와야 합니다. 바로 이마트 할인매장이지요. 그런데 이마트 할인점의 고객은 점점 줄고 있고 수익성까지 나빠지고 있습니다. 매출원가도 판매관리비도 높아지고 있죠. 이마트 할인점의 현금흐름 창출능력이 전 같지 않습니다.



위 차트는 최근 5년간 이마트 연결법인의 현금흐름입니다. 영업현금흐름에서 자본적 지출과 배당금을 뺀 잉여현금흐름이 약 3000억원가량 적자입니다. 올해를 포함하면 적자 폭이 더 커질 겁니다. 내년 흑자와 적자를 왔다 갔다 합니다. 본체인 이마트를 제외한 다른 계열사들은 현금흐름을 거의 창출하고 있지 못합니다.


이마트 그룹(?)이 계획된 투자를 자체의 자금으로 실행하는 건 불가능해 보입니다. 대부분 현금흐름이 할인점 매출에서 나오는데, 그게 영 여의치 않거든요. 본체인 이마트의 잉여현금흐름은 최근 5년간 7000억원 정도입니다. 이마트 자체의 투자계획인 트레이더스 신설과 기존 할인점의 유지 투자를 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잉여현금흐름은 이마트 혼자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계열사와 내부거래가 포함된 것이니 온전히 이마트만의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7000억원 전부를 이마트가 쓸 수 있는 돈이 아니죠. 그 계열사들은 하나같이 후발주자로 진입했거나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기 위해 신규 진출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상당 기간 자금 투입이 불가피합니다. 계열사들에 대한 자금 지원까지 이마트의 몫입니다.



이마트(개별)의 자본적 지출은 연간 5000억원 이상에 달합니다. 종속기업이나 관계기업의 지분 투자 등에 소요되는 돈도 편차가 좀 있기는 하지만 연간 3000억~4000억원정도는 됩니다. 내부 자금만으로 계열사를 지원해야 한다면 앞으로 이 규모가 더 커져야 할 것입니다.


이마트가 신규 출점 투자를 줄여서 연간 4000억원 이내로 자본적 지출을 줄인다고 해도 연결법인 전체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지난해 이후 이마트의 실적 부진을 일시적인 일로 치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현금흐름은 최근 보여준 부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마트가 대규모 현금을 보유한 기업도 아닙니다. 신세계 그룹이 전부터 자금관리를 아주 타이트하게 하기로 유명합니다. 이마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할인점을 통해 엄청난 규모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그 거래들이 사실상 현금거래나 마찬가지인 신용거래이지만 자금 관리가 타이트하게 이루어지다 보니 보유 현금은 거의 없습니다. 올해 6월말 현재 이마트가 보유한 현금은 200억원이 되지 않고,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해도 1200억원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외부자금을 끌어와야 할 것입니다. 올해 SSG.com의 대규모 자본 유치는 그 단적인 예일 것입니다. 아무리 이마트라고 해도 온라인에 쏟아 부을 1조원 이상의 돈을 자체자금으로 조달하기는 어렵지요.



SSG.com은 지난 3월 7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습니다.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죠. 사모펀드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와 블루런벤처스(BRV)가 각각 3500억원을 투입하고 지분 23.1%를 받아갔습니다. 이규철 어피너티 한국대표와 윤관 BRV 공동대표는 SSG.com의 경영진으로 합류했습니다.


SSG.com은 자본유치로 현재 두 곳인 물류센터를 여섯 곳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두 사모펀드는 앞으로 3000억원을 더 자본투입해 총 1조원을 SSG.com에 투자할 예정입니다. 이 정도면 SSG.com이 계획으로 잡아 놓은 향후 3년의 투자는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겠지요.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그려진 SSG.com의 청사진은 화려합니다. 올해 매출 3조원을 넘기고 2023년에는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합니다.


자본유치로 인해 공개된 SSG.com 의 기업가치는 3조원 정도라고 하는 군요. 7000억원에 23% 지분을 가져갔으니 100% 지분이면 대략 1조원 언저리가 나오기는 하는 군요. 현재 SSG.com으로는 연간 1000억원의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할까 말까 합니다. 올해 상반기 470억원 정도였으니까요. 잉여현금흐름이 아닌 영업현금흐름이 그렇습니다. 3조원의 기업가치는 '밝은 미래'를 현실로 반영한 기대 섞인 평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정말 SSG.com이 신세계그룹이 원하는 대로 조기에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로 우뚝 설 수 있을까요? 점점 힘을 잃어가는 이마트 할인점을 대체 또는 보완할 수 있을까요? 이마트의 앞날은 여기에 달려 있습니다. SSG.com이 오프라인 유통시장과 마찬가지로 지배적인 사업자로 우뚝 설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낙관하기에는 온라인 쇼핑 시장의 경쟁이 만만치 않습니다. 인터파크 등 기존의 온라인 강자에 이어 쿠팡, 티몬, 위메프 등이 강력한 네트워크를 온라인 시장에서 구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경쟁자인 롯데쇼핑을 비롯해 홈쇼핑 업체들도 앞다투어 온라인 전쟁에 참전했습니다. 경쟁은 앞으로 더욱 과열될 것입니다.


게다가 온라인 유통시장은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진입장벽이 낮지도 않습니다. 브랜드 인지도와 고객 충성도가 높고, 상품 구색과 판매 노하우에서 높은 우위를 점한 몇 개 업체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신규로 진출한 SSG.com 의 앞날이 장밋빛만으로 칠해질 것 같지 않습니다.



SSG.com은 현재 당연히(?) 적자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매출원가와 비슷한 정도로 판매관리비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매출 성장이 이루어지면, 그래서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면 원가율도 떨어지고 판매관리비 부담도 줄어서 흑자 구조로 바뀌게 됩니다.


조기에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 좋은 제품을 더 싸고 빠르게 그리고 많이 유통시켜야 합니다. 경쟁업체보다 가격경쟁력과 품질경쟁력이 우수한 연합군을 확보해야 하고요. 이들을 지속적으로 잘 관리해야 합니다. 지금 쿠팡이 하는 것처럼요.



쿠팡을 위시해 티몬과 위메프 등 SSG.com 과 가장 닮은 온라인 기존 진입자들은 단 한번도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해 내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쌓인 적자가 쿠팡의 경우 3조원에 육박합니다. 세 회사의 미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과연, SSG.com은 해 낼 수 있을까요? 그것도 앞으로 5년 안에 해내야 합니다. 어피너티, BRV와 자본제휴를 하면서 걸린 조건이 있거든요. 5년 이내에 기업공개(IPO)를 해야 합니다. 사모펀드들은 풋백옵션(Default Put Option·위약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습니다. 공개된 바로는, 신세계와 이마트가 ▲FI의 임원 선임 의무 위반 ▲SSG닷컴의 자본구조나 조직구조를 (FI와 상의없이) 일방적인 변경 ▲SSG닷컴 주식 처분 제한 위반 ▲경업금지 의무의 중대한 위반 등을 할 경우 지분 전부를 되팔 수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언급은 되지 않았지만, 5년 이내 IPO를 성공하지 못했을 때도 풋백옵션 행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연율 25%의 이자를 더해서 신세계와 이마트가 지분율만큼 사줘야 합니다. SSG.com이 성공하면 사모펀드들은 주식시장에서 투자회수를 할 수 있겠지만, SSG.com 이 실패한다면 사모펀드에게서 받은 1조원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