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의 기사는 작성 후 최소 1주일 경과된 시점에 무료 공개되고 있음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유통사업의 사업환경이 바뀌면서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게 대형 할인점입니다. 그리고 빅3 할인점(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중에서 실적 하락의 폭이 크고 사업환경의 흐름에 가장 뒤쳐져 있는 곳이 홈플러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할인점 시장의 최강자인 이마트는 불리한 사업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대처로 매출 성장의 기조를 이어가고 있죠. 온라인 유통채널로의 변신 역시 가장 빠릅니다. 대규모 투자에 대한 부담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요.


홈플러스는 차원이 다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매출액 자체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마트는 늘고 홈플러스는 줄면서, 두 회사의 매출액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습니다. 시장에서의 지위 차이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죠.



홈플러스 브랜드는 홈플러스와 홈플러스스토어즈라는 두 회사로 나뉘어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과거 이랜드가 운영하던 홈에버를 인수한 것인데, 지금은 홈플러스를 100%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 회사로 보면 되고, 홈플러스의 실적은 홈플러스스토어즈의 연결회계 기준으로 보면 됩니다.


지배구조가 그렇게 바뀐 것이 홈플러스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2015년 10월 인수한 후에 이루어진 것인데, 연 매출액이 8조원대에서 점점 떨어져 이제는 7조원대 중반으로 내려왔습니다.


자료를 보실 때 홈플러스가 2월 결산 법인인 것을 유념해 주십시요. 12월 결산법인인 이마트와 회계연도가 다릅니다. 편의상 이마트와 마찬가지로 2018년 실적으로 동일하게 표현하더라도, 홈플러스는 2018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실적을 의미합니다.


성장만 거꾸로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수익성도 뒷걸음질 치고 있습니다. 내실 위주의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도 볼 수 없죠. 이마트 역시 올해 2분기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며 수익성이 악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돈을 벌고 있는데, 홈플러스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게다가 세상은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대처도 늦고 있습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온라인 유통채널을 확대해야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텐데, 홈플러스는 온라인에 대한 투자가 저조합니다. 물론 돈을 벌어야 투자든 뭐든 하긴 하겠지만, 기업이라는 게 미래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면 유상증자나 차입을 통해서라도 환경변화에 대처를 하는 게 인지상정인데 그런 모습조차 보여주고 있지 못합니다.



이마트는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현금흐름 거의 전부를 자본적 지출에 쓰고 있습니다. 지난 이마트 시리즈에서 보았듯, 오프라인에서는 창고형 매장인 트레이더스에, 온라인에서는 SSG.com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죠.


홈플러스는 영업현금흐름이 이마트의 절반 수준(2018년 기준)에 불과하지만, 자본적 지출에 쓰는 돈은 6분의 1도 안될 정도로 더욱 적습니다. 실력이 떨어지면 노력을 더 해야 따라잡을 텐데 그 마저도 하지 않는 겁니다.


연간 1000억원이 되지 않는 투자는 매장을 리뉴얼하는 데 치중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할인점과 창고형 할인점을 결합하고 있죠. 온라인 유통채널에 대한 투자는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 회사는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바로 빚 갚는 일입니다. 현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순차입금이 5조원에 육박했는데, 지금은 2조원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절반 이하로 줄었는데, 벌이가 시원치 않은 홈플러스의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허리띠를 졸라 매며 빚청산을 한 셈이죠.


벌이가 시원치 않은데 대체 무슨 돈으로 갚았을까요? 대규모 자본 유치라도 한 걸까요? 전혀 아닙니다. MBK가 추가로 자본을 투입하지도 않았고 제3의 주주가 등장하지도 않았습니다.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처분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종속회사나 관계회사도 거의 없고 유가증권도 거의 없습니다. 팔 만한 자산이라면 부동산뿐인데, 대부분 투자부동산이 아니라 유형자산으로 쓰고 있습니다. 홈플러스 매장의 토지와 건물이 그것이죠. 바로 홈플러스의 장사 밑천입니다.


홈플러스는 2017년에 약 5000억원(장부가액 기준, 이하 같음)의 홈플러스 매장을 매각했고, 지난해에는 약 2400억원어치를 더 팔았습니다. 홈플러스 매장을 매각예정자산으로 따로 분류했다가 매각한 것도 약 500억원 정도 있습니다.



물론 진짜로 매장을 팔아 치우고 장사를 접는 건 아닙니다. 그렇게 하고 있다면 회사를 청산하자는 거지요. 소유권을 넘기는 대신 빌려 쓰고 있습니다. 이른바 세일즈앤리스백(Sales & lease Back)으로 점포 유동화를 하고 있는 겁니다.


홈플러스는 올해도 인천 인하점, 대전 문화점, 전주 완산점 등 3곳의 점포를 이지스자산운용에 매각해 재임대합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로 자금을 모아 부동산펀드를 조성하고 금융권에서 추가로 차입해 점포를 사들인 다음 홈플러스에 다시 빌려 쓰게 합니다. 홈플러스는 점포 매각 자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는 대신 점포의 주인에서 임대인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죠.


홈플러스가 점포 유동화를 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MBK 파트너스가 인수하기 이전인 2012년부터 본격적인 점포 유동화가 시작되었죠. 그런데 MBK 파트너스가 인수한 이후 이 부동산 매각을 통한 자금 마련이 갈수록 여의치 않은 모양입니다. 할인점의 투자 매력이 예전만 못한데다 사모펀드가 대주주이다 보니 나중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잠재돼 있기 때문이죠. 높은 임대료를 기대하고 점포를 매입했는데, 사모펀드가 회사를 팔아버리고 난 후 새로운 주인이 더 이상 점포 사용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난감한 일이 아니겠어요? 홈플러스의 실적이 갈수록 악화되는 것 또한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겠죠.


홈플러스 점포 유동화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개인에게 투자기회가 오지 않았습니다. 연금이나 공제 등 기관투자가들이 경쟁적으로 자금을 댔으니까요. 리스료로 얻는 수익이 은행에 예금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데다 거의 확정적인 것이라 위험도 낮다는 인식이 컸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기관투자가들로는 수요를 다 채우지 못해 자산운용사를 통해 개인 자금을 끌어 모으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마저도 지방의 점포는 투자자 모집에 난항을 겪기도 합니다.


홈플러스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 올해 있었습니다. 바로 대규모 리츠의 상장 실패였죠. 홈플러스스토어즈가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자회사를 설립해, 기관투자가와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공모한 뒤 전국에 있는 51개 점포를 리츠에 매각할 계획이었습니다. 홈플러스가 직접 소유한 매장이 전국에 81개가 있는데, 그 중 51개면 60%가 넘습니다. 대대적인 자산 매각 계획이었죠. MBK는 홈플러스를 무차입기업으로 만들 생각이었나 봅니다.


공모자금을 1조5000억~1조7000억원 정도로 마련하고, 외부 차입을 더해 홈플러스 매장 44곳과 홈플러스스토어즈 매장 7곳을 4조3000억원 정도에 매각하기를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원했습니다. 공모자금이 많이 모이면 모일수록 점포를 더 비싸게 팔 수 있었고요. 리츠는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홈플러스로부터 받고 투자자들에게는 연평균 7% 이상을 배당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리츠는 상장 계획을 철회하고 해산했습니다. 투자자 모집에 앞서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했는데 그 결과가 참담했거든요. 수요예측에 참여한 금액이 조달 목표의 절반인 8000억원 정도에 그친 겁니다.


리츠의 실패는 홈플러스에게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대주주인 사모펀드가 리츠 상장을 시도한 것은 홈플러스의 차입금을 모두 상환해 재무적으로 말끔한 회사를 만들려고 했던 것이고, 그렇게 하려는 이유는 홈플러스의 기업개선을 통해 비싼 값에 새 주인에게 팔아 이익을 남기려는 데 있었을 텐데요. 그게 무산되면서 차입금 상환도, 기업개선 작업도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하게 된 겁니다.


실적은 점점 나빠지고, 새로운 사업환경에 대한 대처는 부족하고, 대주주는 투자회수를 위해 골머리를 앓게 됐습니다. 앞으로 홈플러스는 어떻게 될까요? MBK파트너스는 성공적으로 탈출(exit)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