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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견입니다만, 국내 유통업계 진정한 리더는 신세계그룹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시장점유율면에서는 롯데가 더 높을 수도 있죠. 백화점은 분명히 그렇고요.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등 기존의 유통 업태에서도 롯데가 앞에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 만으로 리더가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갤럭시가 아이폰보다 더 많이 팔린다고 해도 스마트폰 시장의 리더가 삼성이라고 말하기는 좀 어려운 것과 같습니다. 수요를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시대의 변화에 먼저 대응해 길을 열어야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좀 낫습니다.



1963년 동화백화점을 인수해 신세계백화점으로 개명을 했으니 1979년 소공동에 본점을 세운 롯데그룹에 비해 백화점 진출이 빨랐죠. 그런데 유통 공룡이 택한 성장의 길은 달랐습니다. 롯데그룹은 백화점을 키우는데 온 신경을 씁니다. 현재 전국에 31개 롯데백화점이 들어서 있고 해외에도 6개점이 있습니다. 그뿐 아니죠. 에비뉴엘이라는 브랜드의 해외 명품만을 파는 백화점이 2개점 별도(본점 부속 에비뉴엘 포함하면 3개점)로 있고요. 영패션 전문의 영플라자도 소형 백화점의 규모입니다. 미니 백화점을 표방하는 엘큐브도 있네요. 백화점과 연계된 아울렛(21개점)도 국내 최대 규모입니다. 아마 아울렛 매출을 포함하면 롯데백화점과 신세계 백화점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질 겁니다.


롯데쇼핑은 타 회사를 잇따라 합병하며 덩치를 키웠습니다. 2002년에 미도파를 인수하면서 퀀텀 점프를 했고요. 2004년에는 한화슈퍼를 인수합니다. 2006년에는 우리홈쇼핑을, 2007년엔 빅마트 슈퍼마켓 14개점을, 2010년에는 GS리테일의 백화점 3개점과 할인점 14개점을 1조3400억원에 사들입니다. 그 후에도 2012년 CS유통을 인수하고 유진그룹에서 하이마트를 사오는데 1조2480억원의 거금을 씁니다.


홈쇼핑과 하이마트,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외 다른 유통업태는 롯데쇼핑 안에 있습니다. 한 회사 내에 백화점, 할인점, 슈퍼마켓이 다 들어 있습니다. 업태별로 대부분 별도 회사를 설립한 신세계그룹과 다른 전략이죠.



신세계그룹 역시 M&A를 여러 차례 하지만 주요 성장 방식은 개척과 선점입니다. 1993년 최초의 할인점 이마트 개점은 국내 유통업계의 획을 긋는 역사입니다. 2006년에 월마트 16개점을 동시 인수하면서 100호점을 돌파하고 월마트를 국내 시장에서 쫓아내죠.


교외형 프리미엄 아울렛도 신세계가 처음 시도했습니다. 2007년에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을 개점할 때까지는 선진국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죠. 할인점 이마트의 성장이 주춤하자, 발빠르게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를 도입했고요. 유통시설이면서 그 안에 먹거리, 엔터테인먼트, 휴식공간까지 모두 갖춘 스타필드는 기존의 유통에 대한 상식을 깼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그룹의 성장사를 장황하게, 그것도 롯데를 낮추고 신세계를 높이는 뉘앙스로 얘기하는 이유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그 패러다임이 바뀌는 신(新) 유통의 시대에 두 그룹이 받고 있는 영향과 대응의 자세가 다르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롯데쇼핑의 매출이 2017년 급감한 것이 직영매출 중 상당부분을 특정매출로 돌린 영향이라는 걸 감안해도 두 그룹의 실적은 크게 엇갈립니다. 신세계 백화점 부문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면세점 매출이 본격 가세하면서 연결기준 매출은 크게 늘어납니다. 주목할 것은 이마트인데요. 온라인 쇼핑업체들이 기세를 한창 올리는 중에도 2018년까지는 견조한 매출증가세를 시현합니다. 반면 롯데쇼핑은 전반적으로 부진하죠.



영업이익 역시 신세계와 이마트를 합쳐 놓은 것보다 더 많았던 롯데쇼핑이 최근 상당히 부진합니다. 지난해 이마트의 실적 쇼크가 발생했지만 신세계그룹은 그럭저럭 버티고 있는데 말이죠.


롯데그룹 유통부문 부진의 중심에는 롯데마트와 롯데슈퍼가 있습니다. 두 곳 모두 온라인쇼핑의 공격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곳이죠. 롯데슈퍼는 회사 안에서 비중이 그리 크지 않지만 롯데쇼핑 매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롯데마트의 추락은 뼈아픕니다. 지난해 적자 폭을 크게 줄여서 반전의 발판을 마련한 게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마트 역시 고전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분기까지 할인점 매출이 감소했고요. 영업이익의 규모도 크게 줄었습니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더 많이 줄었는데, 이마트24, 에스에스지닷컴 등 신규 진출한 편의점과 온라인쇼핑에서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영향이 큽니다.


그래도 이마트는 할 말이 있죠. 온라인사업부를 지난해 분리독립하면서 매출이 줄어든 영향이 있을 것이고, 점포 구조조정의 영향도 있습니다. 에스에스지닷컴을 출범시키면서 발생한 비용도 감안해야 할 겁니다. 무엇보다도 아직 이익을 내고는 있잖아요.



이마트는 어느 정도 버티는데 롯데마트는 무너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롯데그룹이 최근 몇 년 동안 겪고 있는 여러 어려움(중국시장 실패, 사드 이슈, 불매운동 등)도 있지만 시장에서의 입지 차이가 크다고 봅니다. 할인점 시장 전체가 온라인 쇼핑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만, 1위 업체와 3위 업체의 맷집이 같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