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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재편(또는 사업재편)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롯데제과를 분할해 롯데지주를 설립한 것이 1라운드라면, 지금은 보다 깔끔한 지주회사 체제를 위해 계열사들을 지주회사 아래 질서정연하게 재배치하는 2라운드가 진행되는 중입니다. 지배구조 재편의 궁극적인 목표야 당연히 '신동빈 체제의 구축'과 '일본 색 지우기'겠지요. 최근 몇년 간 롯데그룹에서 벌어졌던, 롯데그룹이 겪었던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다툼, 그 과정에 드러난 일본 롯데의 실체, 신격호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비리와 불거진 의혹들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되실 겁니다.


지난 27일 롯데그룹 안의 두 물류회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로지스틱스가 합병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향후 각 사의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얻고 채권자보호절차 등을 문제 없이 거치면 2019년 3월 1일부로 새로운 이름의 통합법인이 출범하게 됩니다. 두 회사의 합병은 오래 전부터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던 일입니다. 한 그룹 내에 비슷한 사업을 하는 회사가 둘이나 있을 필요가 없기도 하거니와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나 신동빈 체제의 강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작업이었으니까요.


오히려 늦은 감이 있습니다. 롯데그룹이 롯데로지스틱스라는 물류 계열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그룹으로부터 롯데글로벌로지스(옛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한 2016년부터 합병이 예정된 것이었을텐데 무려 2년이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일의 순서상 지주회사 설립이 먼저인 이유도 있겠지만 합병을 하기 전에 필요한 조치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두 회사의 합병에는 재미있는 이슈들이 여럿 숨어 있습니다. 통합법인의 외형이나 내실이 예상과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는 계열사인 코리아세븐의 기업가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두 회사의 합병비율이 적절한 것인지도 판단이 필요해 보입니다. 어쩌면 고용승계가 중대한 이슈로 등장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만듭니다.


두 물류법인을 통합하면 매출액이 줄어든다?!


두 물류회사의 합병에 대해 언론사들이 올린 기사의 내용은 대동소이합니다. 롯데그룹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토대로 기사를 작성했을 테니까요. 그 내용 중 하나가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가 합병을 하면 외형 3조원대 물류회사가 된다는 것입니다(외형은 자산이나 매출액을 포함하는 개념이지만, 언론들이 언급하는 외형은 보통 매출액을 가리킵니다). 재읽사가 찾아본 중에는 딱 하나, 이투데이의 해설 기사에서만 외형 5조원대의 물류 공룡이 탄생했다고 썼습니다.



이투데이가 합병 후 연간 매출액을 5조원대로 본 근거는 분명합니다. 2017년 기준으로 롯데로지스틱스의 연간 매출액은 3조2371억원,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연간 매출액은 1조7593억원입니다. 단순 합산을 하면 대략 5조원이 됩니다.


자료: 각 사 연결재무제표


그런데 왜 다른 언론들은 롯데그룹의 통합 물류법인 외형이 3조원대라고 쓴 것일까요?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가 합병하면 매출액이 오히려 줄어든다니요? 이미 언급했듯이 롯데그룹이 그렇게 자료를 만들어 뿌렸기 때문이겠지요. 매출액이 줄어드는 이유는 따로 설명하지 않고 말입니다. 롯데그룹이 불러주는 대로 기사를 쓴 겁니다.


두 회사의 합병공시에는 의미심장한 대목이 있습니다. 롯데로지스틱스의 연결기준 매출액 70%가 내년부터 사라진다는 내용입니다.


한편, 롯데로지스틱스는 금년 말 이후 코리아세븐과 바이더웨이에 대한 벤더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것을 검토 중에 있습니다. 코리아세븐과 바이더웨이에 대한 2018년 3분기(4월~9월) 연결기준 벤더사업 매출액은 1조 2,478억원으로, 2018년 3분기 연결기준 총매출액의 약 71%를 차지합니다. 아직 확정된 바는 아니나, 코리아세븐과 바이더웨이에 대한 벤더사업을 영위하지 않을 경우 롯데로지스틱스의 매출액은 큰 폭의 감소가 예상됩니다. -2018.11.27 합병 공시 중 인용


롯데로지스틱스의 매출은 거의 전부 계열사에 의존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부분이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과 코리아세븐의 자회사인 바이더웨이의 구매대행입니다. 편의점에서 팔 물건들을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보관/배송만 하는 게 아니라 구매까지 대신해주는 겁니다.


주: 롯데로지스틱스의 주요 매출처(2018년 9월 연결기준 분기보고서). 상품매출 중 코리아세븐을 제외한 '기타'의 절반 정도가 바이더웨이를 향한 매출입니다.


롯데로지스틱스의 매출은 상품매출과 용역매출로 이루어지는데, 상품매출의 95% 정도가 코리아세븐과 바이더웨이를 향한 구매대행이고, 이게 전체 연결기준 매출의 70%가 넘습니다. 용역매출은 물류서비스를 말하는 것인데,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이 대부분 고객입니다. 전체 매출액의 30% 정도를 차지한다고 보면 됩니다. 롯데로지스틱스와 코리아세븐의 관계에 대해서는 더벨의 아래 기사가 잘 설명해 주고 있으니 참고삼아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코리아세븐에 대한 구매대행 서비스는 자주 논란이 되었습니다.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가 되기도 했으니까요. 처벌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롯데로지스틱스의 대주주 중에 오너 일가가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올해 8월 입법예고된 바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더 강화될 것이기 때문에 롯데그룹으로서도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롯데로지스틱스의 벤더 사업을 일감 몰아주기 보다는 회사의 기회를 편취한 행위로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물류서비스야 여러 그룹 내 여러 계열사들의 물량을 공동으로 담당하는 회사가 있으면 비용도 줄고 효율도 높겠지만, 구매 대행이라니요? 편의점업의 경쟁원천 중 하나가 가맹 편의점 네트워크를 통한 구매력입니다. 구매력을 키워 좋은 물건을 싸게 확보해야 매출도 늘고 이익도 더 생기는 것이죠. 그게 회사나 편의점주 모두에게 낫겠지요. 그런데 코리아세븐은 그 동안 그걸 포기하고(또는 포기 당하고) 롯데로지스틱스를 중간에 끼우는 바람에 구매원가만 높아진 셈입니다.


롯데로지스틱스는 내년부터 그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내년 롯데로지스틱스의 매출은 용역매출만 남게 되는데 연간 1조원 정도가 됩니다. 여기에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연간 2조원 정도를 벌어 준다면 내년에 출범하는 통합 물류법인의 매출은 3조원대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들이 합병보고서를 꼼꼼히 읽어봤다면, 아마도 롯데로지스틱스의 벤더사업 포기를 중요하게 다루었을 겁니다. 그런데 롯데그룹이 부르는 대로 통합 법인의 매출이 3조원대라고 쓰면서도 왜 3조원인지 물어보지 않았나 봅니다.


통합 물류법인의 실체는 어떤 모습일까


롯데로지스틱스는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물류서비스를 담당하는 제2자 물류기업입니다. 창고업과 육상운송을 주력으로 합니다. 올해 4월에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해서 투자부문을 롯데지주가 흡수하고 남은 사업부문이 지금의 롯데로지스틱스입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과거 현대그룹에 속해 있던 곳입니다. 택배, 항만하역, 내륙운송 등 국내 물류에다 국제특송, 해운/항공 포워딩서비스, 통관, 보세운송 등의 국제물류까지 수행하는 종합물류기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매출의 상당부분을 현대상선에 의존하던 회사인데, 현대그룹이 유동성위기에 빠지면서 2014년에 롯데그룹이 오리온PE라는 사모펀드와 함께 인수했고, 2016년에 롯데그룹으로 편입되었습니다.


두 회사의 상황은 썩 좋지 않습니다. 롯데로지스틱스는 롯데쇼핑 등 그룹의 유통주력 계열사들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덩달아 실적이 부진합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좀 심각해 보입니다. 매출은 전혀 늘지 않고 수익성은 악화일로입니다. 롯데그룹으로 편입된 2016년에 적자로 돌아섰고 지난해에는 영업손실마저 기록했습니다. 올해 역시 적자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현대그룹을 떠나 롯데그룹으로 왔지만 현대상선 외에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마치 롯데로지스틱스와 합병을 기다리며 지난 2년 여간 사업을 방치해 온 것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두 회사가 통합하면 재무제표는 어떤 모양을 갖추게 될까요. 합병 이후 회사의 조직이나 업무가 크게 달라질 수 있으니 정확한 추정은 어렵습니다. 비상장기업이라 공개된 정보가 부족해 더욱 어렵습니다. 재무상태는 9월말 현재 기준으로 추정을 해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롯데로지스틱스와 롯데글로벌로지스 간에 매출-매입이나 채권-채무 관계가 거의 없습니다. 순자산(자기자본)의 장부가치가 공정가치와 큰 차이가 없다면, 자산과 부채를 단순 합산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겁니다. 아래는 그런 방식으로 한국기업평가(주)가 작성한 두 회사의 합산 재무지표입니다.



위 표에 대해 약간의 검증을 해 보겠습니다. 먼저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롯데로지스틱스의 순자산을 얼마로 평가했는지, 즉 합병대가로 얼마를 지불했는지 알아야 합니다. 이 값에 따라 통합법인의 자산과 자본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부채는 영향이 거의 없습니다).


공시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합병을 위해 신주를 10,685,305주 발행합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주당 기업가치는 14,545원으로 평가가 되었습니다. 합병대가는 약 1554억원(14,545원×10,685,305주=155,417,761,225원)이 되는 겁니다. 이는 삼일회계법인에 의뢰해 받은 롯데로지스틱스의 순자산 공정가치와 일치합니다. 9월말 현재 장부가치보다는 84억원 정도 많네요. 이 정도면 뭐.. 무시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신주를 발행했으니 통합법인의 자본금은 약 534억원(10,685.305주×5,000원=53,426,525,000원)이 증가해 1,735억원이 됩니다. 합병 전 자본금을 단순합산했을 때보다 약 500억원 정도 더 늘어납니다. 한국기업평가가 작성한 표와 일치합니다.


중요한 것은 통합법인이 향후 얼마를 벌 수 있느냐는 것이겠지요. 사실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합병 이후에 비용구조가 어떻게 바뀔지, 사업에서 얼마나 시너지가 날지 알 수 없거니와 무엇보다도 롯데로지스틱스가 매출이 70%에 달하는 벤더사업을 중단할테니까요.


합병 이후 당장은 조직과 인력, 사업 및 비용구조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결국 초기에는 롯데로지스틱스의 벤더사업 중단이 통합법인의 매출과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합니다.

자료: 롯데로지스틱스 연결 재무제표


코리아세븐을 향한 구매대행(상품판매)은 용역수익에 비해 마진율은 다소 낮지만 매출총이익에 대한 절대적인 기여도는 더 높습니다. 연도별로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연간 매출총이익의 57% 정도가 구매대행에서 나옵니다. 올해 들어서는 63% 정도로 비중이 더 높아졌습니다.


롯데로지스틱스가 연간 약 1350억원 정도의 매출총이익을 꾸준히 내고 있는데, 구매대행을 중단하게 되면 연간 600억원, 올해 기준으로는 연간 500억원 정도로 급감하게 될 것입니다. 그나마 구매대행의 매출원가로 잡히던 각종 비용들이 함께 사라진다는 전제에서 그렇습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더 큰 폭으로 줄거나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간 1,100억원에 달하는 판매관리비 중 구매대행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외주용역비(연간 650억~700억원 추정) 전액이 절감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비용이 추가로 크게 줄이지 않는 한 영업이익은 연간 200억원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정도로는 당기순이익 흑자기조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연간 120억원 정도에 달하는 인건비를 줄이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합병 자체가 고용승계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이미 영업이익마저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통합의 결과는 적자 폭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뻔한 얘기지만 결국은 새로운 수익원 확보가 가장 중대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두 회사의 통합으로 중복비용이 감소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벤더사업 중단을 감수하면서 단행한 통합이 대규모 매출 확대와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져야 할텐데, 아직은 구호만 있고 청사진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래는 한국기업평가가 통합법인에 대해 전망한 것인데 일단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금번 합병으로 차입금이 증가하고 부채비율이 상승하는 등 재무부담은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동사의 택배, SCM, 글로벌 사업부문에 롯데로지스틱스의 육상 운송부문이 더해지면서 사업역량 강화가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그 동안 두 회사로 나누어져 있던 롯데그룹의 물류부문이 통합되면 서 롯데그룹의 국내외 유통∙건설∙화학 등의 계열 물량 매출이 집중될 것으로 기대되며, 11월 21일 공시된 중부권 Mega Hub 터미널 구축 등과 같은 대규모 시설투자도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택배, 물류 사업에서 대규모 국내 유통 물량을 보유한 롯데 계열사들의 물류 수요는 동사의 물류 시설 효율성 제고를 통해 수익성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금번 합병 결정에 따라 물류 사업 통합 및 사업 규모 확대로 그룹 내 사업지위와 위상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동사의 투자확대에 따른 재무부담 증가와 최근 물류업계 내 경쟁심화에 대해서는 지속적 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이상으로 1편을 마칩니다. 다음 편에서는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의 합병비율이 적절한지, 코리아세븐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합병 이후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의 이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