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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회장에 대한 많은 의혹 중 하나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하 금호재단)과 학교법인 죽호학원을 향해 있습니다. 두 공익법인은 지난 2015년 박삼구-박세창 부자가 금호그룹을 재건하는 과정에 깊게 개입했습니다. 박 회장 부자가 금호산업 인수를 목적으로 설립한 금호기업에 자본금을 대줍니다.
금호기업은 지금의 금호고속입니다. 박 회장 부자는 2015년 10월에 금호기업을 설립했고, 그 해 12월에 금호산업을 인수합니다. 이듬해에는 자회사인 금호터미널에 흡수합병 되어 사명을 '금호홀딩스'로 변경하고, 2017년에 자회사인 금호고속을 합병합니다. 그리고 지난해 금호홀딩스에서 금호고속으로 다시 한번 사명을 바꿉니다(금호그룹 계열사들은 이름을 자주 바꾸어서 혼동하기 쉽습니다. 박삼구 회장의 금호그룹 재건 과정은 별도의 스토리로 작성할 예정입니다).
금호재단과 죽호학원은 박삼구회장의 조력자였습니다.
경제개혁연대(당시 소장이 김상조 현 공정위원장)는 2016년 두 공익법인의 이사 19명을 업무상 배임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합니다. 설립 취지나 사업목적과 무관하게 박삼구 회장 개인의 이해를 위해 각각 400억원과 150억원을 출자해 법인 재산의 손실을 감수했다면서요. 당시 박 회장은 금호재단과 죽호학원 양쪽 모두의 이사였습니다. 자신이 설립한 사기업에 자신이 이사로 있는 공익법인들을 동원한 것이죠.
감독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광주시교육청의 출자 승인 과정에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습니다. 문제를 삼아야 마땅한 투자인데 속전속결로 승인이 이루어졌습니다. 문체부의 경우 담당 과정이 10여일 만에 전결로 승인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언론에서 자세히 다루어진 바 있고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재읽사)'이 더 보탤 이야기도 없으니 생략하겠습니다.
금호재단과 죽호학원은 혹시 투자손실 나더라도 서운하지 않을 겁니다.
두 공익법인의 금호고속 출자가 성공한 투자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지요? 금호고속은 금호산업을 당시 시세의 3배에 달하는 가격을 주고 샀습니다. 채권자들은 손해를 보고 팔았지만 박삼구 회장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상당히 얹어 비싸게 산 셈입니다. 지난해 말 현재 금호고속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의 장부가액은 6600억원 정도인데, 순자산가액은 1800억원, 시가로 계산을 해도 20일(어제) 현재 시가총액이 4800억원 가량이고 금호산업이 46%의 지분을 갖고 있으니 2200억원 정도입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의 구주를 비싸게 팔아주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으니 1800억원이니, 2200억원이니 하는 숫자들은 의미가 없겠죠. 금호산업의 진짜 가치는 아시아나항공 지분의 가격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설사 아시아나항공이 그리 비싸게 팔리지 않아도 금호재단이나 죽호학원을 별로 서운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지분투자와 별개로 금호계열사의 돈 되는 부대사업을 도맡아 하며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거든요.
두 공익법인에는 'K'로 시작하는 자회사들이 있습니다.
경제개혁연대와 언론들은 금호기업 설립 당시에 두 공익법인이 550억원(금호재단이 보통주 200억원과 우선주 200억원, 죽호학원이 우선주 150억원)을 출자한 것처럼 보도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두 공익법인이 100%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기업들이 금호기업 출자에 참여하거든요.
금호재단의 자회사 케이에이와 케이에프, 죽호학원의 자회사 케이아이가 그것입니다. 케이에이가 50억원(보통주 지분 2.1%), 케이에프가 20억원(0.9%), 케이아이가 30억원(1.3%) 도합 100억원을 금호기업 설립에 보탭니다. 이 3K는 지금도 금호고속의 지분을 그대로 들고 있습니다. 지분율만 1.79%, 0.71%, 1.07%로 하락했을 뿐입니다. 공교롭게도 모두 2012년에 설립되었네요. 우연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회사들은 모두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금호그룹 계열사들의 각종 부대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케이에이는 자본금 2000만원으로 설립된 여객지원 서비스 회사인데, 모든 매출이 금호그룹 계열사들과의 수의계약에서 나옵니다. 2017년 기준으로 29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그 중 276억원을 아시아나항공에서, 15억여원을 에어서울을 통해 거뒀죠. 지난해에는 당기순이익이 30억원을 넘겨 전년의 3배로 증가했습니다. 그 동안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중 재단에 기부되지 않고 남아 있는 이익잉여금이 82억원 있습니다.
케이에프는 건물의 청소와 방제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입니다. 2018년 기준으로 174억원의 매출에 약 10억원의 순이익을 냈습니다. 2017년에는 165억원의 매출과 1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요. 자본금 1억원에 그간의 유보이익을 포함한 자본총계는 73억원 가량 됩니다. 이 회사 역시 매출액 전액을 금호계열사를 통해 올리고 있는데,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금호리조트, 금호타이어, 아시아나IDT 등 거의 모든 계열사의 미화를 도맡고 있습니다. 당연히 수의계약을 통해 권리를 얻었고요.
건물종합관리 서비스를 하고 있는 케이아이는 죽호학원이 자본금 2000만원을 출자해 세운 회사입니다. 2018년말 기준으로 자본금이 2000만원이고 총 자산은 70억원 정도인데 부채는 거의 없습니다. 이 회사는 다른 K들과 달리 금호그룹 계열사들과 용역 거래가 없네요. 70억원 중에 금호고속 주식이 30억원(원가법), 유동자산이 30여억원이니 자기 소유의 건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어쨌든 금호계열의 부대서비스로 돈 버는 회사 리스트에서 빼야 되겠습니다.
금호기업 설립에 자본을 대지 않았지만 금호그룹을 통해 돈을 버는 다른 K들도 있습니다. 금호재단 소유의 케이알은 항공운송 지원 서비스(정비지원)를 제공하는 곳인데요. 자본금 2000만원으로 설립되었고, 2017년 45억원의 매출에 1억3000만원의 순이익을 냈습니다. 전액 아시아나항공과 수의계약을 맺어서 가능했던 매출입니다. 2015년 5월에 설립됐군요.
금호재단은 아시아나항공의 기내 청소와 수화물 관리를 담당하는 케이오라는 회사도 소유하고 있습니다. 역시 2000만원으로 설립을 했는데 2017년 기준으로 200억원의 매출과 3억7200만원의 순이익을 올렸습니다. 아시아나항공 및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아시아나에어포트와 수의계약을 맺고 있죠.
죽호학원이 소유한 케이지는 경비와 경호업무를 하는 곳인데 한때는 금호그룹 계열사의 통근버스도 운영했던 모양입니다. 2017년 기준으로 170억원 가량의 연 매출에 8억53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습니다. 금호고속, 금호리조트, 금호타이어 등의 금호계열사에서 올린 매출이 109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2016년에는 160억원의 매출에 1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냈네요. 2010년에 설립된 자본금 1억원짜리 회사이고요.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39억원 정도 됩니다.
여러 'K'들은 금호그룹과 수의계약으로 연간 1500억원의 현금매출을 올립니다.
이 K로 시작하는 회사들은 모두 금호재단과 죽호학원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고, 케이아이를 제외하고는 금호그룹 계열사들과 수의계약을 통해 매출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아무런 경쟁을 치르지 않고 매년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과 이익을 향유하고 있죠. 그리고 그 이익은 기부금의 형태로 금호재단과 죽호학원에 배당되어 왔습니다.
금호계열사들은 K들과 거래할 적에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늘 현금으로 지불해 왔습니다. 행여 금호 계열사들의 채무가 불이행되더라도 떼일 외상값이 이들에게는 없습니다.
공익법인이 금호그룹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원이 조금 더 남았습니다. 금호재단 소유의 케이에이와 케이오가 만든 자회사가 있거든요. 케이에이는 에이큐와 에이에이치라는 회사를, 케이오는 에이오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놓고 있는데요.
에이큐는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에 여객운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지난해 190억원의 매출에 11억5000만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에이에이치는 지난해 신규 설립된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외항사 지원 서비스로 150억원의 매출에 3억5000만원 가량의 이익을 냈습니다. 에이오도 2017년말에 신규 설립된 회사인데, 어떤 서비스를 누구에게 제공해 얼마의 수익을 올렸는지는 아직 공시되지 않아서 알 수 없습니다.
금호재단과 죽호학원의 자회사와 손자회사들이 금호그룹 계열사들과의 거래로 올리는 매출은 지난해 기준으로 대략 연간 1500억원에 육박할 것 같습니다. 순이익도 최소 60억원에서 100억원 사이 어디쯤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자회사들마다 역사가 조금씩 다르지만 길게는 7~8년에서 짧게는 1~3년인 점을 감안하면 그 동안 금호계열사를 통해 얻은 누적이익이 수백억 원은 족히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설사 박삼구 회장 부자를 도와 금호그룹을 재건하느라 투자한 원금이 어느 정도 손해를 보더라도(그럴 것 같지도 않지만……) 볼멘소리를 하기는 어렵겠지요?
금호그룹 계열사들이 부실에 허덕이는 기간에 금호재단과 죽호학원이 계열사들과의 거래로 적지 않은 수익을 창출해 온 것에 대해 어떻게 해석할 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깁니다. 견해차가 꽤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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