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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과 대륜E&S를 그룹의 양 날개라고 1편에서 표현했지만, 지배구조상으로 그렇다는 것이고요. 한진중공업 입장에서 매우 서운한 말입니다. 비중으로 보나 중요도로 보나 비교가 되지 않죠. 그러니 한진중공업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대륜E&S를 위시한 에너지부문 전부를 팔 생각도 했었던 거죠. 한진중공업은 그룹의 본체입니다. 한진중공업홀딩스의 연결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것이 넌센스입니다. 따지고 보면 에너지부문도 한진중공업의 일부를 떼낸 것입니다. 대륜E&S의 전신인 한진도시가스는 한진중공업의 도시가스사업에서 출발했으니까요.
집단에너지사업은 한진중공업이 대륜에너지(지금은 대륜발전에 흡수)를 만들면서 시작됐고요.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는 한진중공업이 밑천을 대고 빚보증을 섰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집단에너지사업은 그 규모 이상으로 한진중공업에게 큰 부담이었을 겁니다. 하필이면 2009년 금융위기와 수빅조선소에 대한 막대한 투자로 회사가 극도로 쪼들리는 상황이었거든요. 한진중공업에게 두 회사는 수빅조선소처럼 밑 빠진 독은 아닐지 몰라도 없는 집안에 들어온 큼지막한 숟가락 둘 이었습니다.
한진중공업의 또 다른 부양가족,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
대륜발전은 경기도 양주 지역에 열과 전기를 공급할 목적으로 2009년말 자본금 50억원으로 설립됩니다. 한진중공업과 대륜E&S가 각각 20.2억원(40.4%)을 댑니다. 별내에너지는 다음해인 2010년 경남기업에서 126억원에 인수합니다. 이때도 한진중공업과 대륜E&S가 절반인 63억원씩을 댑니다.
한진중공업은 이미 대륜에너지라는 집단에너지기업을 설립해 두고 있었어요. 의정부 지역을 사업영역으로 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대륜발전에 흡수합병됩니다.
집단에너지시설을 짓는데 투자비가 엄청 들어갑니다. 별내에너지의 집단에너지시설은 2011년에 착공해 2013년 종합완공이 되었는데, 3680억원 들었답니다. 대륜발전의 양주 열병합시설은 2014년에 상업운전을 시작했는데 6640억원이 투입됐다고 합니다. 의정부 열병합시설은 뺀 겁니다.
시설자금이 필요한 두 회사는 툭하면 증자를 합니다. 한진중공업은 한 차례도 빠짐없이 참여합니다(채권자의 출자전환 제외). 대륜발전은 2011년에 무려 네 차례나 증자를 하죠. 50억원으로 시작한 납입자본은 2014년에 2200억원을 넘습니다. 별내에너지도 인수당시 76억원이던 납입자본이 2014년에는 1160억원까지 불어납니다.
납입자본으로 될 일이 아닙니다. 진짜 공사비는 차입금으로 충당해야 합니다. 2012년부터 본격적인 차입이 시작되는데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2015년 두 회사 차입금 합계가 8000억원을 넘게 됩니다. 실제 갚아야 하는 건 더 많습니다. 이자를 내지 않고 계속 원금에 합쳐지고 있었으니까요.
이 대부분의 차입금에 한진중공업은 대륜E&S와 함께 빚 보증을 섭니다. 보유주식은 전부 담보로 잡힙니다. 대륜발전이 후순위로 차입한 1100억원은 풋옵션이 행사되거나 만기가 되면 지분율에 따라 사주기로 합니다. 시설 공사를 한진중공업이 했는데(포스코건설과), 외상으로 처리한 공사비를 포함해 돌려받지 않은 채권이 1000억원에 육박합니다. 올해 상반기 한진중공업은 그중 상당액을 대손상각처리해 버립니다.
한진중공업홀딩스는 한진중공업과 그 자회사들의 가치를 '0원'으로 기록했다.
한진중공업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래 차트를 보시죠. 두 회사에 대한 자금지원이 활발했던 2010~2014년 동안 매출은 계속 줄고, 5년 내내 적자를 이어갑니다. 영업활동에서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해 매년 현금부족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1조원이 넘던 보유현금은 4000억원대로 떨어집니다. 2013~2014년에 연속으로 대규모 자본조달을 했는데도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습니다.
결국 한진중공업은 2014년 6월 12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합니다. 2년 후인 2016년에는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가면서 경영권마저 산업은행에 위임하게 되죠.물론 한진중공업을 이렇게 만든 최고의 불효자는 수빅조선소이지만, 두 집단에너지기업의 역할도 적다고 할 수 없습니다.
1편에서 말씀드렸지만 한진중공업은 한진중공업홀딩스-대륜E&S-대륜발전/별내에너지와는 별도의 연결실체입니다.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는 경영권이 없는 지분을 보유했을 뿐입니다. 엄밀히 말해 가족이 아니라 남이죠.
한진중공업은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으로 외부주주가 60%이상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외부주주 입장에서는 남의 자식을 위해 생활비도 대고 학비도 대고 한 꼴이죠.
상식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한진중공업홀딩스가 한진중공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지 않는다 연결대상에서 빠지는 게 맞겠죠. 그렇다면 한진중공업이 제코가 석자이면서 직계비속도 아닌 조카뻘쯤 되는 기업에 곳간 열어주고 집문서 맡긴 것인데, 좀 거시기하네요.
어쨌든 한진중공업홀딩스는 한진중공업과 그 자회사들을 관계회사로 분류해 지분법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6월말 그 가치를 '0'원으로 기록합니다. 한진중공업이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아닌데 이렇게 한 것은 내부거래를 제거하고 전기 이전에 인식한 손상차손을 반영하면 부(-)의 지분법 가치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 가능했던 이유가 산업은행 때문 아닐까 생각합니다. 산업은행은 한진중공업의 주채권은행으로 수빅조선소 건립자금을 제공하고 신용공여도 하면서 한진중공업에 대한 익스포저가 가장 큰 은행입니다. 또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의 PF차입금과 시설자금 등은 산업은행에 크게 의존합니다. 2014년 이후에는 한진중공업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어서 경영에 관여할 수 있었고, 2016년 이후에는 아예 경영권을 위임받습니다. 지난해 대륜E&S, 대륜발전, 별내에너지의 매각계획을 철회한 후에는 이들과 한진중공업까지 묶어 재무구조개선 특별약정을 체결합니다. 그러니 최소한 2016년 이후에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은 산업은행이 각본, 연출, 주연의 1인 3역을 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한진중공업-집단에너지의 얽힌 실타래를 풀다
다시 돌아가서….대륜E&S는 하코를 매각한 1020억원과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한 750억원을 어디에 쓸까요. 전부는 아니어도 일부는 이미 그 용도가 드러났습니다.
8월20일 한진중공업과 대륜E&S의 이사회가 바쁘게 돌아갑니다.
두 회사는 인베스트파워제육차㈜가 대륜발전에 대해 갖고 있는 252억원의 채권을 절반씩 양수하기로 합니다. 또 인베스트파워제사차㈜와 인베스트파워제오차㈜로부터 대륜발전 주식을 각각 454만 여주씩, 각각 471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하지요. 인베스트파워 시리즈 회사에서 주식과 채권을 받아오는 날은 모두 8월28일입니다.
또 한진중공업이 대륜E&S에게 대륜발전 주식 1586만여 주, 별내에너지 주식 1050만주를 매각하기로 하는 결의도 이날 합니다. 주식과 함께 한진중공업이 대륜발전에 갖고 있던 공사미수금 등의 채권과 한진중공업이 인베스트파워제육차에게 양수키로 한 126억원의 채권도 묶어서 대륜E&S에 팔기로 하죠.
엄청 복잡하죠. 그래서 기자들이 헛발질을 막 해댑니다. 아마 저도 실시간으로 기사를 써야 했다면 헤맸을 겁니다. (궁금하면 검색으로….)
그림으로 보면 조금 이해가 빠를 지 모르겠습니다.
인베스트파워㈜ 삼형제가 보유하고 있던 대륜발전 주식(일부 남김)과 채권을 한진중공업과 대륜E&S가 각각 사고요. 다시 한진중공업이 원래 갖고 있던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의 주식은 물론이고, 대륜발전에서 받을 외상값까지 몽땅 대륜E&S에 넘긴 겁니다. 한 마디로 한진중공업과 두 집단에너지기업의 지분 및 채권/채무 관계를 삭제한 거죠.
아마 공시는 되지 않았지만 한진중공업이 두 회사에 서줬던 빚보증도 이때 다 지워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인베스트파워(주) 삼형제의 정체는
인베스트파워㈜ 삼형제는 누구이고, 왜 지금 이 시점에 대대적인 교통정리에 나섰는지 의문을 가져봐야 합니다. 그래야 이 연쇄적인 거래들의 종착역이 어디인지 감을 잡을 수 있겠죠.
인베스트파워㈜ 삼형제는 2012년 9월 27일과 28일 태어납니다. 누가 형이고 동생인지는 따지지 마십시오.
우선 오차는 대륜발전에 흡수된 대륜에너지가 의정부에 열병합시설을 지을 자금의 일부를 시장에서 조달한 겁니다. 산업은행을 창구로 PF차입금을 제공받았는데 그걸로는 모자랐나 봐요. 대우증권(지금의 미래에셋대우증권)이 나서서 자금을 모아 87억원을 후순위로 대출해 줍니다. 당시 대우증권은 산업은행 자회사였지요?
사차와 육차는 대륜발전이 양주 열병합시설 자금을 만드는데 필요했습니다. 구조는 오차와 같고요. 사차는 761억원, 육차는 252억원을 대륜발전에 후순위대출해 줍니다.
그런데 육차는 그대로 채권으로 남아았지만, 사차와 오차는 도중에 보통주로 전환을 합니다. 주식은 주식인데, 한진중공업과 대륜E&S 등 대륜발전의 주주에게 사 가라고 요구할 수 있는 풋옵션이 붙은 주식이죠. (주식은 무슨… 주식의 탈을 쓴 채권이지…)
상환의 주체가 바뀐 겁니다. 대륜발전에서 한진중공업과 대륜E&S등 주주로요.
이쯤에서 대륜발전의 주주현황이 궁금하실 것 같아 올립니다. 빨갛게 표시한 부분이 일부만 남기고 사라집니다. 그 일부는 한국남부발전이 사줘야겠죠. 역시 약정의 당사자니까.
인베스트파워제육차도 채권이지만 한진중공업과 대륜E&S가 연대해서 양수한다는 약정이 맺어져 있었습니다.
한진중공업과 대륜E&S는 자신들이 콜옵션을 행사해 주식과 채권을 조기 양수했다고 합니다. 돈이 생긴 김에 자발적으로 갚았다는 거지요. 글쎄요… 이걸 믿어 줘야 하나요… 콜옵션 행사하라고 옆구리 쿡쿡 찌른 거 같은데…
이게 놀랍습니다. 인베스트파워 삼형제의 만기가 모두 올해, 2018년 12월27일이라는 것.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 있을까요? 한진중공업의 자율협약 종료시점과 대륜발전의 주식/채권 만기가 같다는 걸요. 올해 해결해야 했습니다. 아니면 유동화프로그램을 다시 짜서 가동해야 해요.
저 주식과 채권들은 어디 한군데 모여 있는 게 아닙니다. 기업어음(ABCP)이나 전자단기사채(ABSTB)로 바뀌어서 다들 어디론가 팔려나갔죠. 기관투자가일 수도 있고, 개인일 수도 있죠. (어음이나 사채인 줄 알고 샀는데, 포장지 안에 보통주가 들어있네요. 허..참… 이래도 되는 건가)
사족인데…한진중공업과 대륜E&S가 인베스트파워사차와 오차에서 대륜발전 주식을 사올 때 주당 1만375원을 쳐줍니다. 그런데 한진중공업이 이걸 대륜E&S에 넘길 때는 주당 2668원을 받습니다. 눈 밝은 모 매체 기자가 이걸 또 어떻게 보고 손해보고 팔았다고 하더라고요.
채권/채무관계의 정리일 뿐입니다. 손해 보고 판 거 아닙니다. 인베스트파워에서 사올 때는 겉모양만 채권이고요. 밀린 이자 다 쳐서 받은 겁니다. 그걸 다시 대륜E&S에 팔 때는 그냥 보~~~통 주식입니다.
그보다 돈의 흐름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제가 개념도 같은 것을 워낙 못 그려서 오히려 없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아무튼 이런 식이죠.
한진중공업은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에 묶여 있던 주식과 채권을 대륜E&S로 넘기면서 공사대금 외상값까지 1107억원을 챙겼습니다. 주식 609억원, 후순위채권과 공사대금 채권 등 543억원 도합 1152억원인데, 두 회사간 채권재무를 상계한 게 있답니다. 그래서 실수령액은 1107억원.
동시에 잠재적인 채무와 빚보증에서도 벗어났을 겁니다. 지난해말 산업은행과 약속한 별내에너지 유상증자 150억원도 대륜E&S로 넘겼을테지요. 주식을 담보로 맡겼던 PF대출 등에 대한 자금보충약정은 한진중공업홀딩스나 대륜E&S가 다른 담보를 세워야겠죠. 어차피 그 주식은 담보로 부족했습니다.
산업은행은 왜 한진중공업과 대륜E&S 자회사들과의 채권/채무 관계를 끊었을까요. 한진중공업의 자율협약 졸업, 에너지부문의 정상화, 대출원리금의 성공적인 회수..
세 마리 토끼가 뛰고 있습니다. 셋 다 잡을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없다면 어느 놈부터 잡으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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