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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옵트론텍의 임지윤 대표가 실질적인 주인이 된 코스닥 상장기업이 녹원씨엔아이 말고 또 하나 있습니다. '미스터피자' 브랜드로 유명한 토종 피자업체 ㈜엠피대산입니다. 원래는 ㈜메모리앤테스팅이라는 반도체관련 업체였는데, 2009년에 장외기업이었던 미스터피자가 경영권을 확보한 뒤 역합병으로 우회상장을 하면서 기존의 반도체 부문을 분할 후 매각했죠. 이후 ㈜미스터피자-㈜엠피케이그룹-㈜엠피그룹을 거쳐 지난해부터 엠피대산이라는 상호를 쓰고 있습니다.


엠피대산은 2017년 최대주주 정우현 회장이 약 99억원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된 것을 시발점으로 크게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는 바람에 주권거래가 장기간 정지되고 실적은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합니다. 급기야 2020년 코로나 펜데믹 여파로 매출이 반 토막이 되고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상장폐지가 눈앞에 닥치게 되죠.


엠피대산은 상장폐지를 피하고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M&A를 추진합니다. 정우현 회장은 경영권을 포기하고 지분을 매각하기로 하죠. 회사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새로운 최대주주를 모셔 오기로 합니다. 이때 구세주로 등장하는 곳이 바로 신기술사업금융회사 티알인베스트먼트와 얼머스인베스트먼트입니다.


티알인베스트먼트와 얼머스인베스트먼트는 얼머스-TRI 리스트럭처링 투자조합 1호(이하 얼머스-티알아이 투자조합)을 조성해 엠피대산이 발행하는 보통주 4,000만주를 200억원에 인수합니다. 유상증자가 완료된 날인 2020년 12월 4일 엠피대산은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나고 주권 거래가 재개됩니다. 거래가 재개되자 정우현 회장과 특수관계자들은 장내 매도를 통해 보유 주식을 처분, 지분율을 낮춥니다. 5년 연속 영업손실로 지난해 다시 상장폐지 후보가 되지만 무사히 넘어갔습니다.


엠피대산의 최대주주가 된 얼머스-티알아이 투자조합은 201억원으로 조성되었는데, 뒤에는 치킨업체 페리카나가 있었습니다. 페리카나는 조합출자금의 14.93%를 출자하고 양유권 대표의 일가들도 일부 출자에 참여합니다. 가장 많은 출자를 한 곳은 ㈜신정(여러 회사의 지분투자 공시에 자주 등장합니다)인데 의결권을 페리카나에 위임하고 단순 투자자로 남죠. 재무적 투자자(FI)인 셈입니다.


유상증자 후 페리카나 양희권 대표가 엠피대산의 대표이사에 선임됩니다. 사실상 페리카나가 엠피대산을 인수한 꼴이 되었죠. 시장에서는 당연히 피자와 치킨의 만남으로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했습니다만 딱히 달라진 건 없었고, 시너지를 내려는 특별한 시도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페리카나는 올해 2월 얼머스-티알아이 투자조합의 최대출자자 자리를 내려 놓습니다. 양희권 대표는 그 보다 빠른 지난해 8월 사내이사와 대표이사직을 모두 사임하고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뗍니다. 엠피대산에 흡수된 대산포크의 전 대표 김상욱씨가 양희권 대표의 자리를 물려받죠. 현재 얼마니-티알아이 투자조합에 페리카나 지분은 완전히 사라졌고 옵트론텍이 25.37%의 최다 출자자가 되었습니다. 옵트론텍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임지윤씨는 3월말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선임돼 경영진에 합류했죠.


엠피대산이 상장폐지 위기에 있을 때 재무개선을 위해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한 자산이 있습니다. 자회사인 화장품 도소매업체 엠피한강입니다. 엠피대산이 2015년 지분 80%를 228억원에 인수한 회사인데, 2017년 1월에 기업인수목적회사(SPAC)과 합병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하죠. 엠피대산이 적자행진을 하고 있던 와중에도 매출이 늘고 꾸준히 이익을 내주던 나름 알짜 자회사였습니다. 당초 장외에서 양수도 거래를 할 예정이었는데 실패했고 몇 차례에 걸쳐 시간외 매매로 나누어 팔고 지난해 3월초 21.83%의 지분만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엠피대산은  엠피한강의 남은 지분 21.83% 중 8.73%를 제외한 지분을 지난해 3월 자안그룹㈜와 자안㈜에 245억원을 받고 매각합니다. 하지만 곧바로 자안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안시찬씨가 관세법 위반으로 구속되는 악재가 터지면서 자안의 계열사들이 자금조달 실패 등으로 자금 부족에 처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엠피한강(당시 자안코스메틱)의 경영권 지분도 담보권실행으로 채권자인 유진엠피제일차㈜로 넘어가게 되죠.


유진엠피제일차㈜는 안시찬 대표가 엠피한강 인수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만든 장부상 회사(SPC)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엠피한강은 새로운 주인을 찾을 수 밖에 없었는데요. 지난해 9월 이 회사를 인수한 새 주인은 바로 대양산업개발의 이일준 회장이고, 올해 삼부토건의 최대주주가 된 디와이디가 바로 엠피대산의 자회사였던 엠피한강입니다.


이일준 회장은 자신의 계열사인 웰바이오텍을 통해 녹원씨엔아이의 2대주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죠. 그런데 2019년 11월 최대주주인 모우와 에스피알파트너스(모우의 100% 출자회사)가 1.42%를 웰바이오텍에 매각하면서 최대주주와 2대주주의 자리가 맞교환됩니다. 사실 이 거래 상당히 어색합니다만, 이 글과는 맞지 않는 흐름이라 넘어갑니다.



과거 모회사와 자회사 관계였던 엠피대산과 엠피한강의 주인은 각각 임지윤 대표가 이끄는 옵트론텍과 이일준 회장이 실질 주인인 디와이디가 되었는데요. 이 둘이 지금 녹원씨엔아이에서 동거(?)를 하고 있습니다. 녹원씨엔아이가 올해 1월 실시한 11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티알아이 리스트럭처링 투자조합(이하 티알아이 투자조합)이 단독 참여하면서 티알아이 투자조합이 25.04%로 최대주주, 웰바이오텍이 18.57%로 2대주주가 되었죠. 이후 유상증자로 둘 다 지분율은 좀 낮아졌습니다.


티알아이 투자조합의 출자자는 티알인베스트먼트와 해성옵틱스인데, 티알인베스트먼트는 임지윤 대표가 설립자이면서 임 대표의 투자창구 역할을 하는 곳이고, 해성옵틱스는 옵트론텍이 최대 출자자인 오에이치얼머스 리스트럭처링 투자조합 1호(이하 오에이치 얼머스 투자조합)가 최대주주인 회사입니다. 티알아이 투자조합과 오에이치 얼머스 투자조합은 모두 티알인베스트먼트와 얼머스인베스트먼트가 업무집행조합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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