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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무서운 불황은 꼭 초호황 끝에 옵니다. 사업을 잔뜩 벌여 놓았는데 갑자기 손님이 끊기면  대책이 없습니다. 지금 건설업계가 그런 상황에 몰리고 있습니다. 천정을 뚫을 듯 오르던 주택가격은 급락세로 돌아섰고 완판 행진을 하던 분양율은 뚝 떨어졌습니다.  


건설업계에 불황의 의미는 다른 업종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단지 실적이 나빠지고 적자를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미 만들어 놓은 완제품을 판매하는 산업이 아니라 그렇습니다. 아파트를 지을 토지만 매입한 사업장(미착공)이나 공사가 진행 중인 사업장에 지속적으로 자금 투입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책임준공의 의무가 있으니까요. 사업이 지연되거나 분양율이 저조하면 들어오는 돈은 없고 나가는 돈만 있게 됩니다. 호황 끝에 찾아오는 불황은 건설사를 유동성 리스크로 몰고 갑니다.


명목상으로 사업의 주체는 발주를 한 시행사이지만, 토지매입 등에 소요되는 사업비 조달에는  시공사인 건설사의 연대보증이나 채무인수,  자금보충 약정 등의 신용보강 등이 필연적으로 따라 옵니다. 영세한 시행사가 나자빠지면, 대부분 차입금으로 조성된 사업비는 고스란히 건설사가 갚아야 하는 부채가 됩니다. 장부에 기록되지 않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채무가 현실화되는 위험에 직면하는 겁니다.


레고랜드 개발을 맡은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대해 강원도가 회생신청을 하고, 이로 인해 강원도가 보증한 레고랜드 ABCP가 최종부도 처리되면서 수십조원에 이르는 건설사 부동산PF가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이게 됐습니다. 최고 신용등급을 받은 ABCP가 미상환되면서 그 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건설사의 ABCP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미착공 사업장이나 분양실적이 저조한 사업장의 ABCP들은 차환발행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부동산PF로 발행된 ABCP는 전염성이 매우 강합니다. 한 사업장에서 ABCP 차환발행에 실패하면 다른 사업장, 다른 건설사로 빠르게 확산됩니다. 한 건설사가 보증채무를 진 PF사업이 여럿이고, 여러 건설사가 공동 시공사로 참여하는 사업장이 많기 때문입니다. 사업장과 건설사들의 우발채무가 마치 인계철선처럼 연결되어 있어서 꼭 지뢰밭 같습니다.


최악의 경우 건설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PF 우발채무를 떠안는 사태가 올 수도 있습니다. 롯데건설이 서둘러 7000억원을 조달할 수 밖에 없었던 입장에 다른 건설사들도 놓이게 될 수 있죠. 부동산PF 익스포져가 많은 건설사들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몇 차례에 걸쳐 주요 건설사의 사업장 현황과 PF채무에 대한 부담을 살펴보기로 하죠.


미착공 사업장이 많을수록 위험은 높아집니다. 진행 중인 사업장이라도 분양율이 낮아도 위험합니다. 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도 건설사에 현금 유동성이 충분하고 재무적으로 탄탄하면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그 반대가 되겠죠.


우선 분양실적이 저조한 곳에서 사고가 터질 가능성이 높을텐데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매달 미분양관리지역을 선정해 공고하고 있습니다. 미분양 주택수가 500세대 이상인 시군구 중 미분양이 증가하거나 해소되지 않는 지역 등이 관리지역으로 선정됩니다. 9월말 현재 관리지역으로 공고된 곳은 경기도의 안성과 양주, 강원도의 평창시, 충청남도의 아산시, 경상도의 대구시, 포항시, 경주시, 울산시 울주군, 부산시 사하구, 전라도의 광양시 그리고 제주시 입니다.



올해 상반기 초기 분양율은 전국 평균 87.8%로 90% 이상을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떨어졌습니다만 절대적으로는 양호한 수준입니다. 2019년 이전에는 대체로 80% 안팎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일부 지역의 분양율이 매우 저조합니다. 더구나 하반기 들어 아파트값 하락과 미분양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 상황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6월말 현재 기준으로 대구지역의 초기 분양율이 고작 18%에 그치고 있고, 울산지역도 35.4%로 저조합니다. 경북지역은 71.1%, 강원도는 64.6%로 역시 우려할 만한 수준입니다.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대구시, 포항시, 경주시, 광양시 등입니다.



신용평가사들은 미분양 추세와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라 위험지역 또는 모니터링 지역을 선정해 관리하고 있는데요. NICE신용평가의 경우 경기도의 2개 시군, 대구의 6개구, 부산의 1개구, 울산의 1개구, 전라남도 3개 시군, 충청북도 1개 시군, 충청남도 1개 시군, 경상남도 1개 시군, 경상북도 3개 시군, 강원도 1개 시군 등을 선정했고, 한국기업평가에서는 아파트 공급이 크게 늘어났지만 주택가격이 하락해 미분양 또는 미입주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6개 지역을 위험지역으로 선정했는데요. 경주시, 대구시, 대전시, 세종시, 인천시, 포항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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