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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과 미국 포드사가 미국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의 배터리 공장과 전기차 조립공장에 투자하기로 한 규모는 114억 달러에 이릅니다. 켄터키주에는 포드와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의 배터리 1공장과 2공장이 들어서고, 테네시주에는 블루오벌SK의 배터리 공장과 포드의 전기차 조립공장이 생깁니다.


국내 보도나 SK그룹의 발표를 두루 살펴 봐도 포드가 배터리 합작공장과 자사의 전기차조립공장에 각각 얼마를 투자하는지 명확하게 나오지 않습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블루오벌SK에 2027년까지 64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습니다. 미국 자회사인 SK배터리 아메리카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답니다. 그리고 블루오벌SK의 공장 건설에는 44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는데, 블루오벌SK 지분 50%를 취득하게 됩니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사업을 물적분할했으니, 이제 총 64억 달러에 달하는 블루오벌SK에 대한 투자는 SK온의 몫입니다. 현재 환율(1월 13일 달러당 1241.3원)로 따지면 원화로 7조9443억원으로 8조원에 육박합니다. 이 중 블루오벌SK의 지분취득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투자는 5조5238억원이 됩니다.


지난 2021년 9월 SK이노베이션이 포드와 합작법인 설립 및 배터리 공장 건설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공시한 규모는 5조1175억원. 당시 환율(2021년 9월27일 달러당 1176.8원)로 환산하면 대략 43억5000만 달러. 얼추 블루오벌SK에 대한 지분 투자액과 비슷합니다. 국내 공시에 64억 달러 규모의 총 투자액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의 당시 발표가 사실이고, 그 계획이 바뀌지 않았다면, 물적 분할 후 SK온이 블루오벌SK를 위해 SK아메리카에 해야 하는 출자는 64억 달러인 셈이고, 그중 44억5000만 달러만 블루오벌SK에 출자됩니다. 나머지 19억5000만 달러는 출자 외에 다른 방식으로 투자가 된다고 해석해야 하겠죠. 대여금이 가장 유력할 것 같습니다.


투자계획은 바뀔 수 있습니다. 양사 합의로 규모를 줄일 수도 있을 것이고 SK배터리 아메리카가 64억 달러의 총 투자액 중 일부를 자체적으로 부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SK온의 짐이 좀 덜어지겠죠. SK배터리 아메리카는 조지아주에 2개의 공장이 있는데, 1공장은 지난해 가동이 시작되었고, 2공장은 올해 가동됩니다. 매출이 실질적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하지만 투자계획이 대폭 축소되지 않는다면 별 효과가 없을 것이고, SK배터리 아메리카에게는 당분간 고통 분담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SK배터리 아메리카가 이미 상당한 차입금을 안고 있는 것 같거든요. SK온이 공시나 재무제표 등에서 SK배터리 아메리카의 실적이나 재무구조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지난해 9월말 현재 SK온이 보유한 지분의 장부가액이 1조2615억원인데, 원가법으로 처리하고 있으니 SK배터리 아메리카에 대한 출자총액입니다. 그런데 SK배터리 아메리카는 이미 10억 달러 규모의 공모사채를 발행했고, SK온이 사채와 차입금에 대해 지급보증한 규모가 3조1000억원(크레디트라인 포함)이 넘습니다. 추가 차입의 여력이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이익이 발생한다고 해도 자체 차입금부터 상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설사 SK배터리 아메리카가 자체적인 자금조달로 블루오벌SK에 투자를 한다고 해도, 따지고 보면 SK온이 조달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100% 자회사이니까요. 기존의 사채발행이나 차입이 SK이노베이션과 SK온의 신용으로 이루어진 것은 물론입니다. SK배터리 아메리카의 추가 차입은 곧 SK온의 차입여력 소진을 의미합니다.


결국 북미 배터리 공장 투자를 포함한 해외 투자자금의 대부분은 SK온에서 나와야 합니다. 증자를 하든 차입을 하든 말이죠. 지난해 12월 SK온이 프리 IPO를 겸해 실시한 유상증자 2조8243억원(재무적 투자자가 인수한 전환우선주 8243억원 포함)의 조달 용도는 타법인 주식 취득자금입니다. 1조8243억원이 이미 납입되었고 나머지 1조원이 1월 중으로 들어옵니다. 대부분 블루오벌SK 투자를 위해 SK배터리 아메리카에 출자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부는 중국법인이나 유럽법인을 향할 수도 있습니다. 전액 SK배터리 아메리카에 출자된다면 블루오벌SK에 대한 투자는 한시름 덜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추가 투자는 시간을 두고 프리 IPO나 SK이노베이션의 출자로 진행을 할 수 있겠죠.



 그런데 SK온이 당장 필요한 돈이 그것 뿐만 아닌 것 같습니다. SK온 연결법인이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차입금(사채 및 리스부채 포함)이 지난해 9월말 현재 6조1723억원에 달합니다. 전체 차입금의 62.1%에 해당합니다. SK온이 벌어서 갚을 수 있으면 최선이지만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현금이 지난해 9월까지 연결실체 기준으로 (-)1조4523억원, SK온 개별로는 (-)1697억원에 이릅니다. SK온은 지금 차입이나 증자 등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투자에도 쓰고 영업활동에 사용해 줄어든 현금도 채워 넣고 있는 중입니다. 올해 이후 상황이 호전되면 다행이지만, 당장 만기가 눈앞에 돌아온 차입금 상환이 문제입니다.


6조원이 넘는 유동성 차입금 중 약 5조2700억원이 단기차입금입니다. 재무제표 주석에는 Bank of America 등의 일반대출금이라고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전액 은행 차입금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듭니다. SK온은 변동이자부 단기차입금의 금리변동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이자율스왑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지급해야 할 변동금리를 스왑은행에서 받고 대신 스왑은행에 일정수준의 고정금리를 지급하고 있다는 겁니다.


단기차입금 전액에 대해 이자율스왑을 하고 있는 건 아닌 모양이더라고요. 변동이자부 차입금이 3조3646억원인데, 이 중에도 이자율스왑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차입금이 있어서 금리변동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다른 모든 변수가 일정하다는 가정하에) 이자율이 1% 상승하면 이자비용이 160억원 가량 증가한다고 합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213억원 정도이고, 이에 대한 원금을 추정하면 대략 2조1300억원이 됩니다.


만기도래하는 차입금 대부분을 차환 또는 연장할 수 있으면 당장 큰 돈이 채무 상환에 쓰이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적지 않은 차입금을 상환해야 한다면 SK온의 자금압박은 심해질 겁니다. 이자율스왑 대상이 되지 않는 2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변동금리부 차입금의 정체가 그래서 궁금합니다. 통상 이자율스왑은 3개월 또는 6개월 금리를 기준으로 이루어집니다. 변동금리 차입금의 만기가 3개월 또는 6개월 미만이라면 이자율스왑을 해야 할 이유가 없죠.


만약 이자율스왑 대상이 되지 않는 차입금이 짧게는 3개월, 길어도 6개월이 넘지 않는 만기의 초단기 차입금이라면 차환 또는 만기연장에 어려움을 겪을 지도 모릅니다. 짧은 기간 쓰겠다고 빌린 거라면 갚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고, 은행이 초단기로 빌려주었다면 상환을 받으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또 하나의 경우의 수로 생각할 수 있는 게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한 유동화차입금입니다. 자산유동화회사가 ABCP 등을 발행해 조달한 돈으로 SK온에 대여를 해 주었을 수 있죠. 그 ABCP가 3개월 또는 6개월 만기로 발행된 것이라면, ABCP가 차환되지 않을 경우 SK온도 자산유동화회사에서 빌린 차입금을 갚아야 됩니다.


재무제표에는 전혀 기재하지 않았지만 자산유동화가 실제로 있습니다. SK온은 대략 1주일 간격으로 매출채권 유동화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말 이후 유동화한 매출채권만 4343억원에 달합니다. 대출채권 유동화도 있습니다. 지난해 5월 23일 에스에스비알제일차, 엠에스퍼스트, 에스에프로키제십삼차 등의 유동화 회사를 통해 7000억원을 유동화했습니다. SK온이 운영자금과 타법인 출자자금 용도로 SPC에서 차입한 것인데 당초 만기가 지난해 11월 23일이었으나 올해 2월 23일로 연장되었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유동화차입금은 얼마나 더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SK온은 이에 대해 전혀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다.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도 연결재무제표에서 SK온의 유동화차입금에 대해 언급이 없습니다. 증권예탁원이 유동화증권 발행 정보를 축적하고 있지만 모든 발행 내역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증권예탁원에 정보가 없고 회사가 공시하지 않으면 찾기 어렵습니다.


자산유동화증권의 만기를 연장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연장을 한다고 해도 SK온으로서는 부담입니다. 지난해 금리가 워낙 오른 탓에 SK온이 대출채권을 유동화한 ABCP의 금리도 크게 올랐을 겁니다. 갚으려면 목돈이 필요하고 갚지 않으려면 다시 높은 금리로 연장해야 합니다.


9월말 현재 SK온의 현금은 약 1조원이고,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실체로는 약 2조원이 있습니다. 지난해 9월말 현재 아직 사용하지 않은 금융기관 차입한도(크레디트라인)는 3조6000억원 가량 있습니다. 다 쏟아 부으면 3개월내 만기도래하는 차입금 전액을 포함해 유동성차입금의 대부분을 갚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금고는 바닥을 드러내고, 비상시 긴급하게 자금을 끌어 쓰기 어려워집니다. 영업에서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해 외부 차입금으로 운영자금과 투자재원을 확보하는 SK온의 입장에서 어려운 선택입니다.


보유 현금 중 5000억원은 연말에 이미 사라졌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분쟁에 대한 합의로 지난해까지 총 1조원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2021년에 5000억원을 주었고 남은 5000억원을 연말에 현금으로 송금했을 테니까요.


지난해 유입된 유상증자대금 1조8243억원 중 약 9000억원 정도가 SK배터리 아메리카에 출자되지 않은 이유는 차입금 상환부담 때문일 지 모릅니다. 그 돈을 차입금 갚는데 쓰면 북미 배터리 공장에 써야 할 돈은 다시 마련해야 하겠죠. SK온이 당장 배터리 판매로 큰 돈을 벌어들이지 못한다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유일한 방법은 대대적인 자본확충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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