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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 올린 그림을 기억하시나요? 한진중공업홀딩스가 1020억원을 대륜E&S에 증자하고, 대륜E&S가 상환우선주 750억원어치를 발행하고, 한진중공업에게서 주식과 채권 1107억원어치를 사는 그림 말입니다. 



이 단계에 오기까지 자산매각과 자본유치를 통해 그룹 내에 유입된 현금은 모두 1770억원인데, 이중 한진중공업그룹 내에 남아있는 돈은 얼마나 될까요? 계산이 빠른 분들은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남아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1770억원 중 그룹에 남아 있는 돈은 얼마나 될까


그룹 내에 남은 돈은 대략 500억원 정도 될 것 같습니다. 1200억원 가량을 대륜발전의 채무를 갚는데 썼으니까요. 앞 포스트에서 등장한 인베스트파워 삼형제가 대륜발전에 후순위로 1100억원 대출을 해주었다가 그중 848억원을 보통주로 전환하고, 252억원은 후순위차입금으로 보유하고 있었다고 했잖아요. 그걸 대부분 갚은 겁니다. 만기가 코앞으로 다가왔으니까요. 저는 이게 Hacor 매각 이후 이어진 복잡한 거래의 첫 번째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자세히 보겠습니다. 일단 252억원의 후순위차입금은 간단하죠. 한진중공업과 대륜E&S가 대륜발전의 차입금을 126억원씩 대신 갚아준 겁니다. 나중에 만기가 되면(이것도 12월 27일) 대륜발전에게 내놓으라고 하면 됩니다.(뒤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지는 않습니다.)


848억원(원금기준)의 보통주가 문제인데요. 인베스트파워제사차가 갖고 있던 761억원(원금기준)과 인베스트파워제오차가 갖고 있던 87억원(원금기준)을 더한 겁니다. 이게 이자가 복리로 쌓이다 보니 총 갚아야 할 돈이 1145억원 정도로 불어났습니다. 한진중공업과 대륜E&S가 이 중에서 697억원(원금기준)의 보통주를 각각 471억원씩을 내서 942억원으로 갚습니다. .


(848억원 중 나머지 151억원어치의 보통주는 어떻게 하느냐고요? 이건 신경쓰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만, 대륜발전에 주주 하나가 더 있잖아요. 한국남부발전 말입니다. 한국남부발전이 이자를 보태서 202억원 정도로 갚게 될 것입니다.)


이자가 어마어마하지요. 연 7.4%짜리입니다. 이자 다 챙길 거면서 보통주로 전환을 한 겁니다. 제가 '848억원이 무슨 보통주냐, 차입금이지'라고 했던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요. 848억원은 대륜발전의 차입금이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실질적인 차입자는 한진중공업과 대륜E&S라고 봅니다. 명목상으로는 대륜발전이 빌린 것이지만요.


대륜발전의 주주들은 처음부터 이 차입금에 대한 양수의무를 갖고 있었습니다. 보통주로 전환된 이후에는 이자지급을 만기까지 미룰 수 있는 조건이었고요. 만약 만기까지 풋옵션이 행사되지 않으면 만기에 자동적으로 행사가 된 것으로(만기가 되면 주주들이 의무적으로 보통주를 사줘야 하는 것으로) 본다고 약속이 돼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한진중공업이나 대륜E&S(한국남부발전도)은 스스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아도 만기가 되면 원금과 이자를 다 주고 되사올 수 밖에 없었다는 거죠.


결과적으로 인베스트파워 형제는 ABCP 투자자들에게서 돈을 모아서 대륜발전의 기존 주주들을 대신해 848억원을 출자(과정상으로는 먼저 후순위로 대출했다가 출자전환한 것이지만)한 것과 다르지 않고, 보통주는 주주들에게서 받은 차용증 같은 것이죠. 만기가 돼서 차용증을 건네면, 주주들은 원금 848억원에 이자를 보태 갚아야 했던 겁니다.


주주들은 실제로 갚을 돈을 미리 장부에 마련해 두었습니다. 보통주에 대한 풋옵션이 행사될 때에 대비해 올해 상반기까지 한진중공업이 467억원을, 대륜E&S가 265억원을, 한국남부발전이 146억원을 부채로 미리 올려두었습니다. 이번에 보통주를 가져오면서 부채를 갚은 걸로 처리하겠죠. 뭘 산 게 아니라 갚은 겁니다.

(이 부분은 제게 오류가 있었습니다. 대륜E&S도 467억원을 적립했을 것이라고 믿어버리고 그렇게 썼습니다. 다시 확인해 보니 아니었습니다. 자기가 사와야 할 몫이 있는데 그게 아니라 명목상 지분율로 계산해서 적립했더군요. 그런데 한진중공업홀딩스의 연결재무제표에는 467억원이 제대로 적립되어 있습니다. 한진중공업은 연결대상이 아닙니다. 467억원중 265억원은 대륜E&S가, 나머지 202억원은 한진중공업홀딩스가 적립했다는 얘긴데... 회계기준상 이렇게 하는 게 맞아서 그런건지...여햐튼 복잡합니다.)


위 그림에서처럼 대륜E&S가 한진중공업에 주식과 채권값으로 준 게 1107억원이었습니다. 이중에서 609억원이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의 지분값입니다. 609억원 중 423억원은 대륜발전 지분값, 나머지 186억원은 별내에너지 지분값이죠.


423억원의 대륜발전 지분값에는 예전부터 갖고 있던 지분과 이번에 새로 사온 지분이 포함된 것입니다. 그런데 예전부터 갖고 있던 지분의 장부가치가 6월말 기준으로 424억원이었습니다. 무려 471억원이나 주고 사온 주식은 휴지로 써버린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471억원을 주고 사온 그 보통주까지 합해서 장부가치가 423억원이었던 겁니다. 주식이 아니라 차용증이라는 게 이제 납득이 되실 겁니다.



한진중공업과 채권/채무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않은 걸까


아무래도 전편에서 재읽사가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이번 거래들로 한진중공업과 대륜E&S가 이끄는 에너지부문의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한 채권/채무 관계가 삭제됐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일부가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아래 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한진중공업은 대륜발전에 대한 주식을 609억원, 채권을 543억원에 대륜E&S에 팔았습니다. 콜/풋옵션과 관련된 채권/채무를 상계하고 실제 수수한 게 1107억원이죠. 양도한 채권에는 후순위대여채권, 공사미수금 채권 등이 포함되었다고 했습니다. '등'에 뭐가 더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요.

출처: 한진중공업 공시(특수관계자에 대한 자산양도)


다음 표는 6월말 현재 한진중공업이 특수관계자들과 맺고 있는 채권/채무 관계입니다. 대륜발전에게 받을 돈이 총 811억원입니다. 그런데 8월에 인베스트파워육차에게서 후순위차입금 126억원을 양도 받은 게 있잖아요. 이걸 더하면 937억원이 됩니다.



937억원과 543억원, 거의 400억원 가까운 차이가 납니다. 400억원을 탕감해 줬거나, 일부를 남기고 넘겼거나 하지 않고서야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없죠.


재읽사는 일단 둘 다 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한진중공업이 6월말 반기보고서를 작성할 때 갑자기 대륜발전의 매출채권과 대여금을 290억원 가량이나 대손상각해 버리거든요. 못 받는 돈이라고 생각하겠다는 거죠. 그 전까지는 이런 회계처리를 하지 않았어요.


이걸 진짜로 까고 대륜E&S에 팔았나 봅니다. 기타채권 133억원은 양도대상에서 빠진 것 같고요. 기타니까...


기왕에 대륜E&S로 넘기기로 한 건데, 굳이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주주들 기분 나쁘게... 1770억원을 여러 용도로 돌려 쓰려다 보니 모자랄 것 같아서 그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