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의 기사는 작성 후 최소 1주일 경과된 시점에 무료 공개되고 있음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한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 인수 계약을 체결한 것은 2014년 12월이지만, 인수가 완료된 건 2015년6월이었습니다. 한온시스템의 배당금을 한앤컴퍼니(정확히는 한앤코오토홀딩스)가 받기 시작한 건 2016년이겠죠. 지난해까지 한온시스템이 지급한 배당총액은 1조2350억원에 달하고 이중 한앤코오토홀딩스) 받은 배당금은 50.5%인 6237억원이 됩니다.


하지만 이 배당금은 한앤코오토홀딩스에 남아 있지 않을 뿐 아니라 한앤코오토홀딩스에 출자한 한앤컴퍼니 제2의 3호 사모투자전문회사에게도 거의 가지 않았을 겁니다. 지난 2021년 리파이낸싱 당시 인수금융의 금리가 4.05% 언저리로 추정됩니다. 인수금융이 약 2조원이니 연간 약 800억원의 이자비용이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오죠.



2019년 리캡(자본재조정) 당시에는 4.25%였으니 연간 850억원이 됩니다. 한앤코오토홀딩스가 연평균 890억원의 배당금을 받았지만 인수금융의 이자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습니다. 설사 이자를 내고 조금 남는 게 있다고 해도 출자한 주주들에게 나누어 줄 수는 없었습니다. 한앤코오토홀딩스가 결손상태였기 때문이죠. 유한회사인 한앤코오토홀딩스는 결손 상태에서는 배당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습니다.


2019년 리캡을 통해 한앤코오토홀딩스 주주들이 일부 원금을 회수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만, 그렇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리캡 전후로 한앤코오토홀딩스의 자본총계가 1500억가량 증가하거든요. 오히려 증자가 이루어졌다는 얘기지요. 한앤컴퍼니 제2의 3호의 지분율도 29.19%에서 30.9%로 늘어납니다. 한앤컴퍼니가 한앤코오토홀딩스의 증자에 참여했거나 다른 주주의 지분을 추가 인수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온시스템의 배당금을 실제로 챙긴 주주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한앤컴퍼니와 함께 인수에 참여한 2대 주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입니다. 한국타이어는 2015년 인수에 참여한 후 쭈욱 한온시스템 지분 19.49%를 보유하고 있으니, 그 동안의 배당금 중 2407억원을 받아 챙겼을 겁니다.



한온시스템의 배당금은 한국타이어 입장에서 매우 쏠쏠한 수입이었습니다. 한국타이어(개별 재무제표 기준)가 2016년이후 수취한 배당금 총액이 2764억원인데, 이중 87%를 한온시스템에서 받았습니다. 한온시스템이 7년간 지급한 배당금은 같은 기간 한국타이어가 창출한 영업활동 현금흐름의 10%에 달하고,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의 55%를 차지합니다. 또 한국타이어가 7년간 창출한 잉여현금흐름(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자본적 지출과 배당금 지급액을 차감하고 남은 현금흐름)이 6022억원인데, 한온시스템의 배당금이 없었다면 3615억원에 불과했을 겁니다.


아마도 올해 한국타이어에게는 한온시스템이 더욱 절실한 자산일 겁니다. 수익성과 현금흐름 창출능력이 현저히 낮아진 상황인데다 올해 현금이 상당히 쪼들릴 것 같거든요. 한온시스템 인수 당시 3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던 본사는 2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2년간 현금부족액(자본적 지출+배당금-영업활동 현금흐름)이 1200억원이 넘습니다. 지난해 부산물류센터 매각(308억원), 계열사 대여금 회수(약 1300억원), 금융상품 매각(약 1000억원 순처분) 등을 통해 연초 400억원선이던 현금을 연말 2000억원 이상으로 늘려 놓기는 했지만, 지난 2020년과 2018년에 발행한 사채(외화채 포함)이 만기가 올해 집중적으로 도래합니다.


올해 한국타이어는 바람 잘 날이 없죠. 대전 공장에 화재가 발생해 생산이 중단되는가 하면, 이중 5300억원이 1분기 중 이미 만기를 맞았는데, 조현범 회장은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습니다. 그래서 겨를이 없었던 것인지, 1~3월 중 5300억원 규모(외화사채 3800억원)의 사채 만기가 도래했는데 차환발행이 없었습니다. 은행 차입금으로 갚았거나 보유 현금을 상당부분 소진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2020년에 발행한 1267억원 규모의 쇼군본드도 5월에 만기를 맞는데, 아직 차환발행 소식은 들려오고 있지 않습니다.


종속회사를 포함한 연결실체로는 한국타이어의 영업이익이 3년 연속 증가해 지난해 7000억원대를 4년만에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오히려 2년 연속 뒷걸음질 쳐 5000억원선에 머물렀습니다. 2012년 인적분할로 신설된 이후 최저 수준이고, 한온시스템 인수 당시(약 1조2000억원)에서 60% 가까이 줄었습니다.



현금및현금성자산 1조1000억원과 장단기 금융상품을 더하면 약 1조8500억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통상 6000억~7000억원 정도로 유동성을 관리했는데 약 4년만에 두 배로 늘려 놓았습니다. 하지만 1조9365억원에 달하는 차입금 중 70%인 1조3514억원이 올해 만기도래한다는 게 함정입니다. 차입금 만기구조가 영 별로입니다. 지난해 하반기 재벌그룹들마저 숨죽이게 만든 신용경색이 올해까지 이어졌으면 어쩌려고 차입금 만기가 한꺼번에 몰리게 했을까요?


아무래도 한국타이어는 올해 만기도래하는 차입금을 많이 갚지 못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더 늘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예정돼 있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더 이상 미루기는 어려울 듯 싶거든요. 한국타이어는 당초 지난해 758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집행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3720억원만 투자를 완료했을 뿐이죠. 절반 이상이 이월됐습니다.


게다가 미국 테네시 생산법인의 증설에 약 15억7500만 달러를 투입할 계획입니다. 2016년 1분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니 2025년까지는 끝내야 겠죠. 1달러당 1200원으로 계산해도 1조9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입니다. 한국타이어는 테네시 공장 증설을 포함해 올해 1조원 이상의 설비투자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테네시 공장 증설을 위해 올해뿐 아니라 내년과 후년에도 추가로 1조원 가까운 투자를 해야 하는 한국타이어의 입장이라면 한온시스템 지분에 슬슬 눈이 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투자를 한 지 7년이나 지났고, 매각을 하면 몇 년간의 유동성 걱정을 내려 놓아도 될 테니까요.



한국타이어는 1조819억원의 거금을 투입해 한온시스템 지분 19.49%를 취득했습니다. 주당 5만2000원에 취득했는데, 한온타이어가 그후 5대1 주식분할을 했으니 현재 주식 수로는 주당 1만400원 꼴입니다. 인수 당시 한앤컴퍼니와 주주간 약정에 따라 6년간 한앤컴퍼니가 일정 수량의 주식을 매각시 우선매수권이 있었지만, 이미 6년이 지나버려 소멸되었죠.


우선매수권이 살아 있다고 해도 한온시스템을 인수할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본업이 예전만 못한데다 회장이 구속 기소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에 6조원~8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M&A를 어떻게 진행하겠어요. 설사 인수에 나선다고 해도 인수자금 거의 전부를 차입에 의존해야 할 판이니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되는 부담을 감수해야 합니다.


한국타이어는 한앤컴퍼니가 조속히 한온시스템 매각을 성사시키기를 기대할 겁니다. 한앤컴퍼니는 2021년 6월 모건스탠리와 에버코어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한국타이어 보유지분 포함 총 69.99%의 매각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한앤컴퍼니는 경영권 지분을 매각할 때 한국타이어 보유 지분까지 묶어 팔 수 있는 권리(Drag-Along)가 있고, 한국타이어는 한앤컴퍼니가 지분을 매각할 때 함께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권리(Tag-Along)를 갖고 있습니다.



매각은 지연되고 있습니다. 한앤컴퍼니는 잠재 매수인들과 협상을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실사가 지연되고 글로벌 공급망 이슈, 급격한 금리인상 등 거시경제적으로 불활실성이 커져 협의와 검토가 늦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진짜 지연 이유는 가격일 가능성이 높죠. 한앤컴퍼니가 인수할 당시 한온시스템의 EBITDA(연결 기준)는 약 5400억원 수준이었고 순차입금은 200억원에 불과했습니다. 당시 70% 지분이 3조8000억원에 팔렸습니다. 대략 EBITDA의 10배 정도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셈입니다.


지난해 EBITDA는 8100억원 정도로 늘었지만 순차입금도 2조9000억원에 육박합니다. 똑같이 EBITDA의 10배를 기업가치로 인정할 경우 8조원 정도가 되지만, 순차입금을 제한 주식가치는 5조원 정도가 되고, 한앤코오토홀딩스와 한국타이어가 보유하고 있는 70%의 지분율로 환산하면 3조5000억원이 됩니다. 70%의 지분가치로 6조원 이상을 받으려면 미래 EBITDA가 지금보다 50% 정도는 늘어야 한다는 셈이 나옵니다. 많이 멀어 보입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