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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회장은 금호그룹을 되찾기 위해 필요한 자금 대부분을 금호고속, 금호터미널, 아시아나항공 등 주요 계열사를 통해 마련합니다. 장부상 회사를 만들어 외부 차입을 한 뒤, 그 돈으로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고, 나중에 장부상 회사와 계열사를 합병해 차입금을 계열사로 넘기는 수법을 자주 사용합니다. 또, 계열사를 인수할 때는 그 계열사에 돈 되는 자산을 매각해 최대한 현금을 늘려 놓은 뒤에 매입을 합니다. 그 현금을 활용해 차입금을 갚거나 또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사는데 사용하는 것이죠.
금호산업을 인수할 때 생긴 차입금은 금호터미널이 갖고 있던 광주신세계의 보증금으로 갚았고, 금호고속을 인수할 때 차입한 돈은 결국 금호고속의 차입금이 되지요. 금호산업의 정상화에 필요한 돈도 결국은 자회사들을 담보로 차입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박삼구 회장 식 M&A는 늘 계열사 돈을 빼먹는 것이었습니다.
박삼구 회장은 늘 이런 식이었습니다. 대규모 M&A에 나설 때, 그룹이 위기에 빠질 때, 본인의 지배력을 높여야 할 때 등 큰 돈이 필요한 상황이 오면 돈 되는 자산이 있는 계열사의 돈을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써먹었지요.
시간을 거슬러 2006년과 2008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러 계열사를 동원해 인수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더 우량한 회사로 키우기는커녕 현금 빼먹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형편이 썩 좋은 편이 아니면서 무리하게 초대형 M&A를 강행했으니 그 부작용으로 그룹 전체가 유동성 부족과 재무구조 악화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고, 그걸 상대적으로 싱싱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훼손시켜가며 극복하려 한 것이죠. 아마, 처음부터 그럴 생각으로 인수했을 겁니다.
내친 김에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볼까요?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하고는 1년 뒤인 2007년에 대우센터빌딩(현 서울스퀘어)를 모건스탠리에 9600억원을 받고 팝니다. 대우건설 인수로 크게 불어난 차입금을 갚기 위해서 말이죠. 2008년에 대한통운을 인수할 때도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이 똑같이 23.95%의 지분을 매입하는데, 이때 두 회사가 지출한 현금이 각 1조8500억원에 달했습니다.
대한통운을 함께 인수한 동지들과 갈등을 일으켰던 사례로 금호렌터카 사건이 있습니다. 금호렌터카는 대우건설,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대한통운 지분(4.36%) 인수에 동원되죠. 지분 매입에 약 3000억원을 쓰게 되는데, 이때 금호렌터카에 있는 현금은 80억원에 불과했습니다. 그렇다고 렌터카 사업에서 매년 수천억원의 현금이 창출되는 회사도 아니었죠. 심지어 대한통운 인수 당시에는 금호렌터카의 현금흐름이 적자에 빠져 있었습니다.
금호렌터카는 3000억원을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당연히 외부에서 조달한 것이죠. 1000억원은 회사채 발행으로, 1000억원은 은행 장기차입금으로 마련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1000억원은 자체자금으로 충당하겠다고 했지만, 현금흐름 적자에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80억원인 회사에 자체자금 1000억원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럴 만한 돈이 없잖아요. 1000억원은 금호렌터카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하든, 중요한 자산을 매각하든 해야 간신히 마련할 수 있을까 말까 한 큰 돈이었거든요.
결국 급전(단기차입금)으로 1000억원을 만듭니다. 대한통운 지분 매입에 들어간 3000억원 전부 빚이었던 거죠.
그런데 해가 바뀌기도 전인 2008년말, 대한통운이 금호렌터카를 포괄적 사업양수 후 합병해 버립니다. 순자산 감정가 2374억원인 금호렌터카를 1000억원 가량의 웃돈을 얹어 3396억원에 인수합니다. 또 금호렌터카가 대한통운 지분을 사느라 늘린 차입금 중 회사채 1000억원을 제외한 2000억원을 포함해 총 4960억원의 차입부채가 고스란히 대한통운 차입금으로 넘어가죠.
그러자 대한통운 인수에 협력했던 외부 투자자들이 난리를 칩니다. 금호렌터카와 합병하는 바람에 대한통운 기업가치가 하락하게 생겼으니까요? 결국 STX 팬오션 등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대한통운이 약 7000억원을 들여 자기 주식을 사야 했습니다. 대한통운은 금호그룹에 인수되면서 약 4조1000억원의 현금이 생겼지만(신주 발행), 금호렌터카 인수와 관련해서만 1조원 넘게 자금이 빠져나가게 되었죠. 다들 아시다시피 그렇게 인수한 금호렌터카는 대한통운에 원래부터 있었던 렌터카사업부와 통합된 후 다시 KT그룹에 팔렸다가 지금은 롯데그룹 계열사가 되어 있죠.
그로부터 몇 달 지나지 않아 대한통운은 주당 17만1000원에 유상감자를 하지요. 대한통운 인수에 참여한 외부 투자자들에게 탈출할 기회를 준 것인데, 그 규모가 3조3000억원에 달했습니다. 그 밖에도 대한통운이 금호그룹의 금고 노릇을 하는 사례는 더 있습니다. 금호그룹 계열인 한국복합물류 지분(88.9%)을 사는데 2240억원을 쓰고, 금호터미널(100%)을 2190억원에 매입해 금호산업에 현금을 쏴줍니다. 금호산업 주식도 1200억원 이상 사들입니다. 이로 인해 4조원이 넘는 현금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되레 차입금만 5000억원 이상 증가하게 되지요.
어떻습니까? 지금까지 살펴 본 금호고속 매각과 인수 과정, 금호터미널 인수 후 합병 과정과 매우 비슷하지 않나요? 무리한 M&A로 그룹도 망가지고 피인수 기업인 대우건설과 대한통운도 멍이 들었지만, 그로 인해 워크아웃에 들어간 계열사들을 다시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박삼구 회장은 여전히 같은 수법을 써왔던 겁니다. 산업은행의 묵인 하에 말이죠.
금호고속 인수에 들어간 순현금은 1500억원 남짓입니다.
이제 금호고속의 자회사였던 회사들에 대해 못한 이야기만 하고 금호고속과 관련된 긴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그 다음에는 금호터미널 인수 스토리를 가능한 한 짧게 쓰겠습니다.
시리즈 14편을 읽으신 분들은 위 그림을 기억할 겁니다. 코에프씨 사모펀드에 매각된 금호고속에는 속리산고속, 금호리조트, 금호건설(홍콩) 등 3개의 자회사가 있었고, 금호리조트는 금호홀딩스(홍콩)과 웨이하이포인트CC(구, 아시아나CC(weihai)라는 자회사와 손자회사가 있었죠.
그리고 이 자회사와 손자회사들은 칸서스KHB 사모펀드가 금호고속을 박삼구회장에게 다시 매각하기 전에 각각 분리돼 팔려나가죠. 이때 인수자로 나선 곳이 케이에이인베스트㈜-지금의 금호티앤아이-와 정승원씨가 이끄는 웰투씨인베스트먼트였지요. 속리산고속, 금호고속관광, 금호리조트 지분은 케이에이인베스트가 인수하고, 금호건설(홍콩)은 웰투씨인베스트먼트가 사들입니다.
다른 회사를 인수할 때와 마찬가지로, 박삼구 회장은 금호고속을 인수할 때도 현금을 최대한 확보한 후 매입하는 수순을 밟지요. 금호고속을 인수한 뒤에 그 현금을 빼 쓸 수 있도록 말입니다. 금호산업이 600억원에 값을 쳐 코에프씨 사모펀드에 팔았던 금호리조트 지분은 두 배에 살짝 못 미치는 1088억원에 케이에이인베스트로 넘깁니다. 웰투씨가 사간 금호건설(홍콩)은 775억원의 가격이 매겨집니다. 그렇게 해서 대략 2160억원의 현금이 금호고속에 생기게 되고, 금호홀딩스가 그 현금과 함께 금호고속을 인수하는 것이죠.
웰투씨가 금호건설(홍콩) 인수용으로 세운 HKCWTS에는 금호고속이 후순위로 참여한 160억원(29.6%)의 지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걸 케이에이인베스트가 인수하죠. 결과적으로 케이에이인베스트가 금호고속에 지급한 현금은 1547억원, 웰투씨가 세운 HKCWTS가 지급한 현금은 615억원이 됩니다.
약 2160억원의 이 현금은 금호고속을 인수한 제이앤케이제삼차㈜로 흘러 들어가지만, 제이앤케이제삼차와 금호고속이 합병을 하고, 이어서 금호홀딩스와 합병을 하니 최종적으로는 금호홀딩스의 돈이 됩니다. 제이앤케이제삼차가 금호고속 인수자금으로 빌린 차입금도 합병으로 금호홀딩스의 것이 되니, 금호고속이 자회사를 분리 매각해 받은 2160억원의 현금은 언제든지 인수차입금 상환자금으로 쓸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금호고속은 자신을 인수하기 위해 생긴 차입금을 자신의 현금으로 갚게 되고요.
케이에이인베스트(현, 금호티앤아이)가 금호그룹 계열사들이 출자해 만든 회사라는 것 역시 14편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이 100% 출자해 만들었죠. 그러니 2160억원 중 1547억원의 출처는 금호 계열사들인 셈입니다.
금호홀딩스는 총 3676억5000만원을 주고 금호고속 지분 100%를 인수하지요. 그런데 금호고속이 현금 2160억원을 들고 들어오니 순수하게 지분 매입에 들어간 돈은 1500억원이 조금 넘게 되는군요.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다른 주주들의 의사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열사의 돈을 끌어다 쓸 수 있는 무소불위의 오너만이 발휘할 수 있는 재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금호고속 자회사들을 분리 매각한 이유에 대해 박삼구회장 측은 칸서스KHB 사모펀드의 업무집행사원인 아이비케이증권과 칸서스자산운용의 요구였다고 했답니다. 자회사들이 금호고속의 기업가치를 떨어뜨린다고 판단해 그런 요구를 했다는 겁니다.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판단을 했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금호고속을 되사는 가격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자회사들을 따로 떼어 팔고, 그 현금을 보유한 금호고속을 사는 것이나, 자회사가 있는 채로 금호고속을 사는 것이나 기업가치에 무슨 차이가 있다는 걸까요?
그 보다는 자회사의 분리 매각으로 누가 이득을 보았는지 확인하는 것이 거래의 본질과 목적을 파악하는 더 나은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금이 절실했던 박삼구 회장 측의 필요로 보는 게 훨씬 더 그럴 듯 하지 않나요?
금호그룹의 복원의 마지막 조각은 금호건설(홍콩)입니다.
그런데 웰투씨가 인수한 금호건설(홍콩) 말인데요. 이게 이름만 건설사이지, 베트남과 중국에 있는 13개 운송자회사 지분을 보유한 지주회사라고 했습니다. 금호고속의 필수 자산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걸 되찾아 오지 않는 한 금호고속의 완전한 복원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속리산고속㈜이야 같은 금호그룹 계열사인 금호티앤아이(구, 케이에이인베스트)가 보유하고 있으니 계열사 간 거래로 쉽게 찾아올 수 있지만, 금호건설(홍콩)은 얘기가 좀 달라지지요.
전에 한번 써먹었던 아래의 표를 한번 보시죠. 빨간 박스 바로 위에 ㈜프리모투자목적회사에서 609억원에 7%로 차입한 거래가 눈에 띕니다. ㈜프리모투자목적회사가 바로 금호건설(홍콩)을 보유한 장부상 회사입니다. 웰투씨는 HKCWTS를 만들었고, HKCWTS는 또 100% 자회사인 ㈜프리모투자목적회사를 설립해 금호건설(홍콩)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금호고속(구, 금호홀딩스)가 이 거래를 차입으로 규정한 건, 칸서스KHB 사모펀드나 케이엠티제일차㈜에서와 마찬가지로 금호건설(홍콩) 매각이 사실상 담보차입 거래에 가깝기 때문이겠죠. 웰투씨는 전략적 투자자가 아니라 피인수 기업을 잠시 가지고 있다가 되팔아서 차익을 남기는 게 목적일 테고, 인수 자금을 댄 곳은 신한캐피탈, 산은캐피탈 등 이자수익을 추구하는 금융회사들이거든요.
그리고 올해 2월, 그러니까…… 아시아나항공 한정 감사의견을 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주식시장에 돌기 전이고 옛 금호고속이 웰투씨에 매각한 지 딱 2년 된 시점에, 금호홀딩스에서 이름을 바꾼 금호고속이 금호건설(홍콩) 지분 100%를 되사옵니다.
아 그런데 좀 달라졌네요. 발행주식총수가 380만주에서 84만주로 줄었습니다. 팔 때는 775억원이었는데 사온 가격은 400억원이네요. 금호건설(홍콩)을 팔면서 인수 주체인 사모펀드에 160억원을 출자했던 것을 감안해도 금액에 좀 차이가 나는군요.
이건 예상 외의 상황이네요. 조금 더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긴, 아시아나항공을 팔겠다고 내놓는 마당에 600억원짜리 자회사가 무슨 대수겠습니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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