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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표그룹 정대원 사장의 회사 에스피네이처는 3년전부터 자금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20년 이후 금융기관 등으로부터의 차입과 사채발행, 상환우선주 발행으로 대략 1830억원을 순조달했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연간 100억원 이상 자금조달에 나서 본 적이 없으니 최근의 조달은 매우 중대한 변화의 조짐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에스피네이처는 공모 회사채를 발행할 정도의 신용등급을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입금 중 사채 발행 등 시장성 조달이 710억원에 달합니다. 그 비결은 자산유동화와 프라이머리 CBO입니다. 지난해 신용보증기금이 중소기업 등의 사모회사채를 모아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신보2022제9차유동화전문회사, 신보글로벌2022제1차유동화전문회사)에 에스피네이처의 사모사채가 각각 220억원과 280억원, 총 500억원이 포함됐습니다.
또 에스타이거에스피㈜라는 장부상회사(SPC)로부터 210억원을 차입했는데요. 이 회사는 에스피네이처의 대출채권 유동화를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신한은행이 유동화매입약정 등 신용보강을 해 준 덕에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의 유동화 대출채권이 만기가 되자 다시 유동화를 한 일종의 차환입니다.
상환우선주는 2021년에 발행했는데요. 주당 45만원씩 총 789억원 규모입니다. 외감기업이라 발행조건에 대한 자세한 공시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요. 상환을 전제로 한 우선주라면 사실상 차입금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상환우선주의 대부분도 ABSTB 등으로 유동화되었습니다. 우선주를 인수한 것은 유동화를 위해 설립된 장부상회사(SPC)인데, SPC가 우선주를 인수한 자금은 ABSTB(전자단기사채)에 투자한 채권자들 주머니에서 나왔죠. SPC가 ABSTB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서는 에스피네이처가 SPC에 반드시 배당을 해야만 합니다.

에스피네이처의 우선주는 연 배당률이 3.98%로 고정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내년부터 매년 8월말 상환될 수 있고, 만기가 10년까지 연장될 수 있습니다. 당장 내년부터 상환압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에스피네이처는 같은 기간 영업활동으로도 약 700억원의 현금흐름을 창출했습니다. 외부조달까지 포함하면 대략 2500억원 정도의 실탄을 늘린 셈입니다. 그 많은 현금을 어디에 썼을까요? 어떤 자산이 늘었는지를 보면 대충 짐작이 가능하겠죠. 최근 3년간 에스피네이처의 자산은 1294억원 증가했는데,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 주식이 1311억원 늘었습니다. 금융자산도 570억원 증가했습니다. 에스피네이처가 그 동안 계열사를 늘리고 여유자금을 금융자산에 투자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삼표그룹 지주회사 ㈜삼표의 지분 취득이 있습니다. 지난 2020년 삼표가 재무적투자자(케이디비시그마제2호PEF)로부터 삼표시멘트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6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이를 전부 에스피네이처가 인수했죠. 그해에 에스피네이처의 장기차입금이 330억원가량 늘고 현금이 700억원대에서 300억원대로 400억원가량 감소했습니다. 삼표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한 자금부담이 상당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2020년 에스피네이처가 취득한 ㈜삼표 지분 19.43%는 올해 삼표와 삼표산업이 합병하게 되면 합병법인 삼표산업의 지분으로 바뀌게 되죠. 그리고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이 지분은 삼표와 삼표산업 합병의 주체가 ㈜삼표가 아닌 삼표산업인 이유일 수 있습니다.
에스피네이처가 지출을 크게 늘인 또 하나의 항목은 배당금입니다. 2015~2019년까지 지급한 배당금을 다 합해도 188억원이었는데, 2020년에 116억원, 2021년에 125억원, 지난해 111억원을 지급했습니다. 코로나의 영향을 받았는지 2020년 이후 EBITDA는 그 전보다 줄었습니다. 벌이는 줄었는데 주주에게 배당을 늘린 셈이죠. 주주에게 그 전에는 없던 자금 용도가 생긴 모양이죠.

배당 확대의 최대 수혜자는 물론 71.95%의 보통주 지분을 보유한 정대현 사장입니다. 상환우선주 발행이 2021년이니 지난해부터는 우선주에 대한 배당이 연간 32억원 지급이 될테고요. 정대현 사장은 지난해까지 3년간 약 230억원 정도의 배당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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