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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이 결정된 미래산업에는 현금이 쌓이고 있습니다. 물론 광림에게 전환사채를 조기상환하느라 53억원의 현금이 유출되었지만, 새 주인이 될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가 전환사채(8회차)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15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죠. 또 지난달에는 50억원의 9회차 전환사채를 추가로 발행하기로 했습니다. 만기수익률이 5%나(?) 되는 이 전환사채의 인수자는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가 최대주주인 이브이첨단소재입니다.


미래산업 스스로도 현금 확보를 위해 자산 매각에 나섰습니다. 지브이비티2호조합의 출자지분 500주를 52억5000만원에 팝니다. 이 돈이 입금되는 10월까지 미래산업에는 총 250억원가량의 현금유동성이 생기는 셈입니다. 그리고 이중 150억원은 타법인주식 등의 매입을 위해 쓰일 예정입니다.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는 미래산업을 통해 어딘가를 인수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는 모양입니다.


미래산업은 지난해 5월 지브이비티2호 조합에 50억원을 신규 출자해 71.33%의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미래산업 외에 20억원을 출자한 곳이 또 있었던 셈이죠. 당시 지브이비티2호조합은 껍데기에 불과했습니다. 당시 지브이비티2호조합은 70억원으로 코스닥 상장사 CBI(구, 청보산업)의 전환사채를 인수합니다.



CBI의 현재 최대주주는 그로우스앤밸류13호투자조합(9.23%)입니다. 그로우스앤밸류펀드유한회사가 24.88%로 최대출자자인 곳이고, 그로우스앤밸류펀드유한회사는 그로우스앤밸류디벨로프먼트 부회장이자, 이스트아시아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이기도 한 CBI의 오경원 대표이사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로우스앤밸류13호투자조합은 지난 2021년 1월 CBI의 경영권 지분을 14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임대부동산(52억원)과 공장부지(111억5000만원)를 매각하고 새로운 공장부지(44억원)를 매입합니다. 또 전환사채(4회, 5회, 6회)를 발행해 200억원을 조달합니다. 바로저축은행 등을 대상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7회차)도 발행해 120억원을 추가 확보합니다.


그리고는 주식 액면분할(500원→100원)이 이루어지고 기존의 사업부문인 자동차부품사업을 물적분할하더니 사명을 CBI로 바꾸고 미국의 면역항암제 개발회사인 키네타 지분 8.35%를 매입하며 바이오회사로 탈바꿈합니다.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액면분할 후 기준으로 2020년 7월 1000원대이던 주가가 M&A를 앞두고 오르기 시작하더니 바이오산업 진출을 선언한 할 무렵에는 1만5000원을 넘어섭니다. 지금은 2000원대에서 형성되고 있습니다.


씨비아이는 그 후에도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 등을 수 차례 반복해 자금을 조달하고, 타법인 지분을 사고 팔며 외형을 키워 갑니다. 2021년 이후 올해 3월말까지 전환사채 발행 등 순차입이 371억원에 이르고 유상증자가 293억원에 이릅니다. 2020년말 443억원(개별 기준)이던 자산총계는 올해 3월 812억원에 이르고, 연결 기준으로는 10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실적은 형편없습니다. 2020년말 100억원에 이르던 이익잉여금은 3월말 현재 286억원의 결손금으로 바뀌었습니다. 2년 3개월동안 약 386억원의 손실을 본 셈인데, 그 중 300억원이 종속 또는 관계기업 투자에서 발생했습니다. 씨비아이가 타법인 주식 등 영업외적으로 투자한 게 같은 기간 687억원에 달하는데 그 중 절반 가까이가 손실로 돌아왔습니다.


지브이비티조합은 1호부터 4호까지 있습니다. 1호와 2호, 4호가 씨비아이에 투자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1호는 2021년 9월 씨비아이가 실시한 6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때 45억원을 출자합니다. 당시 주요 출자자는 공시되지 않았지만, 의류회사 미니멈이 20억원을 출자했는데, 미니멈의 최대주주는 더스텔라(구, 미니멈컬렉션)이고, 더스텔라의 최대주주는 코스닥 상장사 율호였습니다. 미니멈이 갖고 있던 지브이비티1호 조합 출자지분은 지난해 율호로 넘겨졌습니다.


미래산업이 지브이비티2호조합에 출자한 건 지난해 5월이지만, 사실 지브이비티2호는 1호와 비슷한 시점에 등장합니다. 2021년 9월 율호가 2회차 전환사채 50억원을 재매각했는데, 이를 매입한 곳이 바로 지브이비티2호(20억원)과 씨비아이(30억원)였습니다. 지브이비티 2호는 그 다음달에도 율호 전환사채 100억원어치를 인수했습니다. 지브이비티2호는 율호의 전환사채 대부분을 인수한지 한달 안에 거의 대부분을 처분합니다. 그러니까 미래산업이 지브이비티2호 조합에 출자한 건, 율호의 전환사채를 전부 처분하고, 조합원에 재산을 분배한 뒤의 일인 것이죠.


당시 지브이비티2호조합은 출자자본 120억원만으로 조성된 조합이었고 최대출자자는 그로우스앤밸류디벨로프먼트(33.28%)였습니다. 바로 씨비아이 이호준 사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곳입니다. 씨비아이가 미국 바이오기업 키네타에 출자할 때 율호 역시 35억원의 신주를 취득해 힘을 보태기도 했습니다. 율호와 씨비아이가 마치 한몸처럼 움직인 셈이죠.


씨비아이와 자본거래를 한 쌍방울그룹 계열사는 미래산업뿐 아닙니다. 미래산업보다 먼저인 지난해 1월 씨비아이가 SBW생명과학(구, 나노스) 지분 0.86%를 50억원에 장외매수하며 인연을 맺죠. 다음달 씨비아이는 148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를 발행하는데, 이때 100억원어치의 전환우선주를 인수한 곳이 지브이티비4호조합입니다.



지브이티비4호조합이 최대 출자자(100억원)는 다름 아닌 SBW생명과학이었습니다. 씨비아이의 SBW생명과학 지분 매입과 SBW생명과학의 (지브이티비4호조합을 통한) 씨비아이 전환우선주 인수는 일종의 교환거래였죠. 전환우선주 발행이 성공하자 씨비아이는 SBW생명과학 지분 84억원어치를 추가 매입해 지분율을 1.93%로 높입니다. 전환우선주 발행으로 씨비아이 자기자본이 148억원 늘었지만, 대부분 SBW생명과학 지분 매입에 썼으니 실제로 유입된 현금은 거의 없습니다.


씨바아이는 지난해 인수한 신재생에너지업체가 있습니다. 바로 태양광업체인 대한그린파워인데, 올해 디지피(DGP)로 상호를 바꾸었죠. 씨비아이가 디지피 최대주주가 된 건 올해 3월입니다만, 지난해 9월 씨비아이가 150억원 규모의 디지피 전환사채를 인수하고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경영진이 오경원 이호준 장육 등 씨비아이 사내이사들로 구성되었죠.


씨비아이는 올해 3월 디지피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00억원을 추가 출자했습니다. 씨비아이 경영진이 접수한 디지피는 곧바로 신경퇴행성 질환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회사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씨비아이의 미국 자회사(CBI USA) 지분도 매입합니다.


쌍방울그룹의 미래산업 매각은 씨비아이와 관계에 변화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새주인을 맞이해야 할 미래산업은 씨비아이 전환사채를 보유한 지브이티비2호 조합 지분을 전량 매각해 현금화하기로 했습니다. 사실상 씨비아이와 관계를 정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미래산업뿐 아니라 광림의 또 다른 관계회사 SBW생명과학 역시 씨비아이 전환우선주를 보유하고 있는 지브이티비4호조합 지분 전량 매각에 나섰습니다.


SBW생명과학은 110억원에 조합 지분 전부를 매각하기로 했는데요. 110억원은 공정가치 평가로 결정된 것이 아니라 씨비아이가 전환우선주를 발행할 시점인 지난해 2월에 이미 합의된 가격입니다. 지브이비티4호 지분을 인수해 가는 곳은 ㈜그로닉스와 ㈜제이제이더웰 두 곳인데, 정체를 알기 어렵고요. 아마도 씨비아이가 직접 매입하기 어려워 제3자로 내세운 곳으로 짐작됩니다.


씨비아이는 최대주주에 등극한 지 불과 석달 만에 디지피 지분과 전환사채를 매각 중입니다. 지난달 초에는 디지피 지분 일부를 장외매도해 지분율을 8.84%로 떨어트렸고, 인수했던 1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도 엘케이투자1호조합에 넘겼습니다. 씨비아이는 SBW생명과학 지분도 전량 디지피 등에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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