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의 기사는 작성 후 최소 1주일 경과된 시점에 무료 공개되고 있음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제이준코스메틱의 올해 3월말 자산총계(개별 기준)는 514억원입니다. 109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포함한 유동자산이 218억원인데, 유동자산의 대부분은 금융자산입니다. 약간의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있습니다. 비유동자산은 296억원인데요. 종속기업과 관계기업 투자가 275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설비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유형자산, 무형자산은 15억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소유하고 있는 토지와 건물은 없고 기계장치와 비품은 손상이 발생해 장부가액이 없거나 없다시피합니다. 건물과 일부 차량을 리스(사용권자산)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 사용권자산이 유형자산의 거의 대부분입니다.



모든 회사가 번듯한 본사 사옥이나 공장을 소유해야 하는 건 아니죠. 사옥이나 공장이 없어도 돈을 잘 버는 기업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옥과 공장을 매각하고 매출마저 매년 반토막이 나고 있다면 그 회사의 미래가 밝다고 할 수는 없겠죠. 매출이 끊기면 사실상 껍데기가 되어 버리는 겁니다.


그렇게 껍데기가 되고서도 여전히 생명을 부지하는 상장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바로 상장 프리미엄 때문이죠. 상장폐지 위기에서 우회 상장의 타깃이 되거나, 새로운 주주가 새로운 사업을 들고 들어와 새출발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 경우 펀더멘털에 비해 말도 안되는 고가에 경영권 지분이 매각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새출발해서 정말 잘되는 기업은 또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새 사업을 한답시고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으로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잔뜩 끌어 모으고 주가를 올린 뒤 주인은 지분을 팔고 떠나고 다시 껍데기 회사가 되어 새 주인을 기다리는 신세가 더 흔한 듯합니다.


제이준코스메틱은 법정관리 중 인수합병으로 우회상장하고 나서 본사도 있고 공장도 있고 잘 나가는 본업도 생겼었죠. 그 전성기가 불과 3년으로 끝나고 말았지만요. 제이준코스메틱의 전성기를 이끈 건 마스크 팩 사업이었는데요. 2019년을 기점으로 마스크 팩 매출이 크게 늘자 발 빠르게 마스크 팩 공장을 팔아 버렸죠. 부동산으로 판 게 아니라 제이케이엠이라는 이름의 회사로 분할해서 지분 매각 형태로 팔았는데, 콜마스크라는 회사가 320억원에 샀죠.


콜마스크는 당시 한국콜마홀딩스의 자회사(50.5%)였는데요. 지난해 한국콜마홀딩스의 자회사인 콜마비앤에이치가 97.9%의 지분을 취득했습니다. 콜마스크가 한국콜마홀딩스의 손자회사가 되었죠. 콜마비앤에이치는 콜마스크를 251억원에 샀습니다. 제이준코스메틱의 마스크 팩 공장을 320억원에 산 회사를 말이죠.


콜마스크는 2016년에 설립된 회사이고 2017년부터 매출이 발생을 했는데요. 106억원이던 매출이 이듬해 735억원으로 엄청난 성장을 보입니다. 매출처가 주로 한국콜마였으니, 콜마스크가 납품을 하면 한국콜마가 판매를 하는 시스템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제이준코스메틱의 공장을 인수한 2019년에는 374억원으로 반토막이 나 버립니다. 한국콜마의 주문이 절반 이하로 줄어버렸죠.


콜마스크는 공장 매입을 위해 280억원을 장기차입했습니다. 분명히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320억원이나 들여 공장을 매입했을텐데, 되레 반토막이 나버렸으니 공장 매입의 효과는 없고 차입금에 대한 이자만 늘어나게 되었죠.


제이준코스메틱이 마스크팩 공장을 분할했을 때 장부가액이 320억원이었습니다. 물적분할과 매각 과정에서 68억원의 손상차손이 발생했습니다만, 콜마스크의 매출이 공장을 인수한 직후 죽을 쑨 걸 보니 결과적으로 남는 장사를 한 것 같네요.


이미 언급했듯이 제이준코스메틱은 2020년에 본사 사옥으로 쓰던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소재 제이준빌딩도 170억원에 팔아 현금화했죠. 제이준코스메틱의 사용권자산 10여억원은 이 사무실에 대한 리스료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살 같은(?) 사옥과 공장을 팔아 약 5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는데요. 2019년말 제이준코스메틱의 현금은 6억원, 2020년말에는 2억원뿐이었습니다. 제이준코스메틱의 자금조달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잖아요. 2018년말에 40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했으니, 사채발행과 자산매각으로만 3년간 900억원이 들어왔다고 셈할 수 있습니다. 그 많은 현금을 다 어디에 썼을까요?


지분투자와 차입금 상환에 거의 썼습니다. 2019년에 알에프텍 지분 17.51% 매입에 433억원, 해외 판매회사인 제이준 인터내셔널 등 자회사 증자에 22억원을 지출했습니다. 기업은행과 신한은행의 대출 200억원을 갚아 차입금을 줄였습니다. 기업은행 차입금 150억원은 시설자금이었습니다. 공장을 매각했으니 담보가 사라졌을 테고, 만기연장이 되지 않아 갚아야 했을 것 같습니다. 본사 사옥도 다른 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었거든요.


2020년에도 본사 사옥을 매각하면서 은행 차입금을 갚습니다. 산업은행, 우리은행에서 빌린 약 148억원이죠. 결국 공장과 사옥을 매각해 제1금융권 차입금을 갚은 셈입니다. 이로써 제이준코스메틱은 제1금융권과 거래가 사라지고, 증권사에서 빌린 주식담보대출과 최대주주인 이도헬스케어 대여금(20억원) 등 70억원의 차입금이 남게 됩니다.


상환능력이 좋은 기업의 차입처는 주로 제1금융권입니다. 복수의 은행과 거래를 트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환능력이 떨어지게 되면 은행보다 증권사나 캐피탈, 저축은행 등이 차입처로 등장합니다. 차입금의 질이 나빠지는 겁니다.


제이준코스메틱은 2016~2018년 마스크 팩 판매가 급격히 늘면서 매년 매출 신기록을 썼습니다. 그런데 그 전성기가 지나자마자 은행과 거래가 끊기고 차입금을 상환하느라 중요한 자산까지 팔아야 했을까요? 전성기 때 벌어둔 돈은 어떻게 하고 말이죠.


사실 제이준코스메틱의 전성기는 실속이 없었습니다. 매출이 급증하고 1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회사로 현금이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외상매출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외상은 잘 회수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매출채권 총액은 82억원(2016년), 466억원(2017년), 727억원(2018년)으로 늘었다가 매출이 급감한 2019년 516억원으로 줄어드는데요. 그 중 회사가 대손을 예상해 손실충당금으로 쌓은 금액이 187억원에 달했습니다. 대손이 주로 발생한 거래처는 바로 지분관계가 얽혀 있는 기타특수관계자 에프앤리퍼블릭이었습니다. 실제로 2020년말 현재 종속회사, 관계회사 등 특수관계자에 대한 매출채권이 302억원(에프앤리퍼블릭 218억원)이었는데, 그에 대해 쌓은 손실충당금이 3분의 1이 넘는 109억원에 달했습니다. 최대 매출채널이었고 당시 최대주주이기도 했던 회사에게서 외상값을 떼인 셈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아이오케이컴퍼니가 최대주주가 되었지만, 아이오케이컴퍼니는 제이준코스메틱을 다시 키울 생각이 없었습니다. 곧바로 매각을 추진했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쌍방울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칼라스홀딩스가 광림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마침 자회사 알프엔텍을 이도헬스케어에 매각해 현금이 생긴 제이준코스메틱이 있었죠.



올해 3월말 현재 제이준코스메틱의 자산총액은 514억원이고, 가장 규모가 큰 자산은 종속회사 및 관계회사 지분 274억원인데요. 그 중 광림 지분 15.92%가 225억원을 차지합니다.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설비자산도 없는 제이준코스메틱에게 가장 의미있는 자산이 광림인 셈입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