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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홀딩스가 금호고속을 인수하는데 들인 돈은 얼마나 될까요? 금호홀딩스가 차입해서 댄 돈과 제이앤케이제삼차㈜를 통해 차입한 돈을 다 포함해서요. 참고로 금호홀딩스가 칸서스KHB 사모펀드에 금호고속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한 가격은 4375억원이었습니다.
시각에 따라 여러 가지 답이 나올 수 있는 질문입니다. 아마도 금호고속이 칸서스KHB 사모펀드에 미리 준 배당금 700억원을 제외한 가격인 3676억원을 인수가격으로 보는 분들이 가장 많을 것 같습니다. 실제 금호고속 지분을 주고 받은 가격이 그렇기도 하고요.
금호고속 인수에 실제로 들어간 돈은 얼마일까요?
하지만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재읽사)의 시리즈를 읽으신 분들이라면 다른 계산을 하실 것 같습니다. 우선, 지난 15편에서 쓴 대로 금호홀딩스가 보유하던 칸서스KHB 사모펀드 지분을 처분하면서 받은 1356억원을 빼야겠지요. 칸서스KHB 사모펀드에 금호홀딩스가 1200억원을 출자했던 것 기억나시죠? 금호홀딩스가 사모펀드에 3676억원을 주고 금호고속을 사온 후, 사모펀드는 그 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고, 나머지를 출자자들에게 배분하는데 1200억원(68.8%)을 출자한 금호홀딩스는 1356억원을 배분 받았던 것도 기억하실 겁니다. 그러니까 금호홀딩스는 자신이 68.8% 지분을 가진 사모펀드에 3676억원을 주고, 금호고속과 함께 1356억원을 받아온 겁니다.
시리즈 15편에서는 금호홀딩스의 콜옵션 행사가격 4375억원에서 사모펀드 지분을 처분하고 돌려받은 1356억원을 빼면, 약 3000억원 정도에 금호고속을 인수한 거라고 썼습니다. 여기서는 조금 더 진도를 빼보도록 하죠.
우선 콜옵션 행사가격에서 금호고속이 마지막으로 칸서스KHB에 배당한 700억원을 제외해야겠죠. 그래서 나온 게 3676억원입니다. 여기서 사모펀드 지분을 처분하고 받은 1356억원을 빼야죠. 그러면 2320억원이 남습니다.
흡수합병 전 금호고속에는 1100억원의 뭉칫돈이 생깁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닙니다. 금호홀딩스에 100% 지분이 인수된 금호고속의 통장에는 전에 없던 상당한 액수의 현금이 들어있었습니다. 2016년말 현재 금호고속이 보유한 현금은 약 180억원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금호홀딩스가 승계한 금호고속의 장부에는 현금이 1100억원으로 크게 늘었지요.
아래의 표가 바로 금호홀딩스가 승계한 금호고속의 자산과 부채입니다. 여기서 조금 주의할 게 있는데요. 아래 표의 자산과 부채는 금호고속 개별 재무제표가 아니라 금호홀딩스의 연결재무제표에 있는 금호고속 자산과 부채의 장부가액이라는 겁니다. 금호홀딩스가 금호고속을 칸서스KHB에 매각했지만, 콜옵션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종속회사로 분류했잖아요. 그러니까 금호홀딩스의 연결재무제표에는 금호고속의 자산과 부채가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두 회사의 내부거래와 채권-채무 관계가 상계된 후의 금액으로 말이죠.
그렇다 하더라도 저 1100억원은 금호고속이 합병 전에 갖고 있던 현금입니다. 그리고 금호홀딩스가 금호고속을 흡수 합병했으니, 1100억원은 금호홀딩스의 것이 됩니다. 그러니 현금 기준으로 보면 금호홀딩스에서 금호고속을 인수하느라 순수하게 빠져나간 돈은 1210억원이 되는군요.
금호고속 뭉칫돈의 출처는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입니다.
금호고속의 현금 1100억원은 어디서 생겼을까요? 네, 맞습니다. 자회사들을 매각해서 생긴 돈이죠. 금호건설(홍콩) 775억원, 금호리조트 1088억원을 인수되기 전에 팔았습니다. 금호건설(홍콩)을 팔면서 160억원을 인수자인 HKCWTS제일호 사모펀드에 출자했으니 현금은 600억원 남짓 들어왔습니다. 그럼 두 회사를 팔아서 금호고속에 생긴 돈이 1700억원 가량 되는데요. 이 중 700억원은 금호홀딩스의 콜옵션 행사가격 4375억원 중 700억원을 충당하기 위해 배당금으로 나갑니다. 금호홀딩스에 인수된 후 합병되기 전에는 속리산고속 215억원, 금호고속관광 85억원, HKCWTS 160억원을 케이에이인베스트에 팝니다. 총 460억원이 되는군요.
위의 표가 합병으로 금호고속의 자산과 부채를 승계한 금액이라고 하면, 이 모든 게 다 반영된 후 금호고속에 있었던 현금이 1100억원이라는 뜻으로 해석을 해야 옳을 것입니다.
금호홀딩스에서 금호고속 인수 대가 외에 빠져나간 돈도 있습니다. 우선 케이에이인베스트가 금호리조트 지분을 사올 때 그 돈의 일부인 588억원을 금호홀딩스에서 빌려주었죠. 기내식 사태와 관련된 하이난항공그룹을 상대로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 1600억원 중 588억원을 여기에 썼잖아요. 그리고 케이에이인베스트가 금호고속에 대해 갖고 있던 대출채권 100억원도 금호홀딩스가 인수해 옵니다.
무척 복잡해서 헷갈립니다. 그림으로 돈의 흐름만 요약해서 그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림으로 그려 놓으니 더 헷갈리네요. 각 금액은 모두 한번의 거래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두 차례 이상 자금이 왔다 갔다 한 것도 있는데, 순액으로 표시한 겁니다. 그리고 삼각 거래가 이루어진 것도 있는데, 최종 결과만을 표시했습니다. 케이에이인베스트가 HKCWTS에 지불한 160억원이 그 경우입니다. 원래는 케이에이인베스트가 1548억원을 금호고속에 지불했고, 금호고속은 160억원을 HKCWTS에 출자했는데, 그 지분을 케이에이인베스트에 매각해서 160억원을 회수했거든요. 그래서 1548억원 중 그 지분액을 따로 표시한 것입니다.
또 임시방편으로 조달했다가 전액 상환이 이루어져서 아예 표시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케이에이인베스트는 2017년에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등에게 793억원을 차입했다가 연중에 전액 상환을 합니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신주인수권부사채 매입자금 815억원을 집행하기 전에 돌려 쓴 것이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돈의 흐름을 완벽하게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지요. 결론적으로 금호홀딩스는 3676억원의 현금을 주고 금호고속 지분 100%를 가져오지만, 칸서스KHB 사모펀드에서 돌려받은 1356억원과 금호고속이 갖고 들어온 11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기 때문에 실제로 유출된 현금은 1200억원 정도가 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금호고속은 금호리조트, 금호건설(홍콩), 속리산고속 등 중요한 자산들을 처분해야만 했죠.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금호홀딩스와 금호고속이 합병을 함으로써 금호홀딩스가 끌어들인 차입금은 이제 금호고속의 빚이기도 하다는 것이죠.
금호기업이 금호터미널을 인수하고, 금호터미널이 금호기업을 흡수한 후 이름을 바꾼 금호홀딩스가 금호고속을 인수 후 합병했으니, 이제 금호홀딩스는 세 회사의 합체입니다. 그렇게 몸과 몸이 더해지기 위해 매번 거액의 외부 차입금이 필요했고요. 그로 인해 건실했던 금호터미널과 금호고속이 합쳐진 금호홀딩스의 재무상태는 엉망이 됩니다. 통합 전 금호터미널과 금호고속을 금호홀딩스와 비교하는 작업은 다음 편에서 해보겠습니다.
금호리조트 등 자회사들을 거느리고 있던 금호고속은 이제 본체만 금호홀딩스로 인수되고, 자회사들은 케이에이인베스트먼트와 외부의 사모펀드로 넘어가게 되었죠. 금호홀딩스는 자회사들 대신에 1100억원에 이르는 현금을 챙겨 완전히 비었던 곳간을 어느 정도 채울 수 있게 되었고요.
그런데 그 자회사를 인수한 케이에이인베스트에 설립자금을 댄 곳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었잖아요. 현정은 회장 측에서 인수한 신주인수권부사채도 케이에이인베스트가 발행한 것이고요. 엄밀히 따지면, 금호홀딩스가 확보한 현금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의 통장에서 나온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금호고속의 자산을 활용해서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의 현금을 금호홀딩스로 가져 온 셈입니다.
HKCWTS로 넘어간 금호건설(홍콩)도 역시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이 뒤에 있는 겁니다. 금호고속이 갖고 있던 HKCWTS 지분을 케이에이인베스트가 160억원에 사왔으니, HKCWTS가 자금을 회수할 때는 금호건설(홍콩)을 케이에이인베스트(현 금호티앤아이)가 인수하게 될 테니까요. (실제로 올해 거의 껍데기만 남은 금호건설(홍콩)을 금호티앤아이가 인수했지요).
현정은 펀드의 돈이 현정은 회장의 돈일까요?
금호고속 인수거래에서 빼먹으면 서운한 한 가지를 짚고 가겠습니다. 바로 케이에이인베스트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한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이야기입니다.
당시에 언론에서 현정은 회장이 박삼구 회장의 백기사로 나섰다고 쓰거나, 케이에이인베스트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한 사모펀드를 '현정은 펀드'라고 부르곤 했는데, 틀린 표현은 아닐 겁니다. 현정은 회장이 자신이 대주주인 현대투자파트너스㈜를 통해 신주인수권부사채에 투자하는 의사결정을 했을 테니 말입니다.
현대투자파트너스㈜는 현대엘리베이터의 관계회사이기는 하지만 현대그룹 계열사라고 하기 보다는 현정은 회장의 개인회사로 보는 게 더 적절해 보입니다. 최대 지분을 가진 지배주주가 현정은 회장인데다가 나머지 지분도 현대그룹과는 사실상 지분관계가 없는 쪽에서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대투자파트너스㈜의 지분 19.8%를 가진 (유)더블유엠인베스트먼트는 바로 현대증권 노조가 '현대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라고 표현해 큰 논란을 일으켰던 황두연씨가 설립한 회사입니다. 현대그룹 판 '비선 실세'로 인구에 회자되었죠. 현대투자파트너스㈜의 의사결정에 현대엘리베이터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네요. 종자돈을 대 준 역할로 끝나지 않았을까요……
케이에이인베스트(현 금호티앤아이)의 신주인수권부사채는 현대투자파트너스㈜가 직접 투자한 게 아닙니다. 현대투자파트너스㈜가 현대엘리베이터의 자금으로 '현대투자파트너스 제일호 사모투자 합자회사'를 설립하고, 현대투자파트너스 제일호 사모투자 합자회사가 다시 100% 지분을 출자해 '현대투자파트너스 제일호 유한회사'를 만들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합니다.
현대투자파트너스는 5억원을 출자해 '현대투자파트너스 제일호 사모투자'를 조성하는데 지분율이 1.16%입니다. 사모펀드의 총 출자액은 431억원이 되는 셈이죠. 여기에 현대엘리베이터가 45억원가량(10.47%)를 투자하고요. 나머지 88.37%의 출자금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추적이 안됩니다.
선순위 재무적 투자자일 것이 분명한 미지의 투자자는 7.2%의 수익률을 약속 받고 있습니다. 수익률이 7.2%에 미달하게 되면 업무집행을 맡고 있는 현대투자파트너스㈜의 출연금에서 까는 구조입니다.
사모펀드는 431억원 외에 더 이상 조달한 돈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 돈 전부를 현대투자파트너스 제일호(유)에 재출자했다고 해도 그것 만으로는 815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살 수 없습니다. 현대투자파트너스 제일호(유)는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사기 위해 외부에서 부족한 돈을 차입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해 집니다. 대략 400억원쯤 되겠지요?
약 380억원을 사모펀드에 넣은 재무적 투자자와 400억원이 약간 안 될 것으로 보이는 차입금이 어디서 조달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순전히 재읽사의 감으로는 그 중에 현정은 회장 개인 돈이나 현대그룹의 돈이 크게 들어갔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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